하객들이 오가는 결혼식장 로비. 먼저 여성은 신부 측 어머니를 구석으로 잠시 데려갔다. 그 사이 남성들은 쇼핑백을 나눠서 손에 쥐었다. A씨는 이들 근처에 있는 기둥 뒤로 잠시 모습을 숨겼다.
이후 남성들은 신부 측 축의금 접수대 쪽으로 향하더니 순식간에 축의금 봉투를 쇼핑백에 담기 시작했다. 신부 측 아버지가 '뭐하는 짓이냐'며 제지했지만 소용 없었다. 신부 측 친척은 이들 일행 중 한 명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으려다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축의금을 한번 더 가져간 뒤 일행은 자리를 떠났다.
신부 측 가족은 지난 2월 A씨 등을 공동공갈, 공동강요, 채권의공정한추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A씨 등이 축의금을 주지 않으면 결혼식장에서 난동을 피우겠다며 협박 및 위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다.
21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A씨는 국내 유명 제약사 창업주의 2세로 확인됐다.
A씨가 이러한 행위를 한 배경에는 '채무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신부 측 어머니인 B씨와 초등학교 동창 사이다. 보험업을 하던 B씨는 보험 실적 등을 유지하기 위해 A씨에게 여러 차례 돈을 빌렸다.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B씨가 빌린 돈은 7억 3천만 원 정도로 전해진다.
B씨는 이자 명목으로만 3억 7천만 원 정도를 지급했으나 채무를 다 변제하지 못했다. B씨는 '이자를 좀 줄여줄 수 있느냐'고 하소연했으나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틀어졌고, A씨는 지난해 1월 B씨를 특가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른다.
A씨 일행이 B씨 딸의 결혼식장을 방문한 시점은 그 다음달로, 채무를 둘러싼 갈등이 급기야 '축의금 강탈 사건'으로 이어진 셈이다.
B씨는 지난 4월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구속됐으며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B씨 측은 채무 변제에 있어 잘못을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결혼식장에서 용역을 동원해 축의금을 강제로 가져간 행위 역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혼파망
아무리 가족이고 친척이라고 해도 남의 돈을 탐 내면 안 돼죠.
저런 것들과는 연을 끊어야 되요.
몸 싸움까지 했군요.
/Vollago
이 나라 법은 채무자를 너무 아껴주거든요.
채권자가 악한 맘을 먹으면 삶이 좀 불편하겠지만 남의 돈 안갚고 언제까지고 살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 저런 책이 팔리고 있겠습니까.
'빌린 돈을 갚지 마라' 저자 18억원 안갚아...사기 구속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04111818701
- 현직 채권러 -
참고로 현행 법정이율은 원금에 대하여 연간 15% (단리) 입니다.
겁도없이 7억을 빌린 사람이나... 이자를 3억 7천을 받는 사람이나... 하긴 그 정도 빌릴 땐 이자를 세게 불렀으니까 가능했을 테지만 참 그러네요. 게다가 못받은 돈에 대한 분노가 있어도 딸내미 결혼식 축의금을 강탈해갈 생각을 어찌 하는 것인지... 재벌집 2세면 변호사 조언도 받았을 텐데 말이죠. 원래 법하고는 거리가 먼, 또는 무시하는 삶을 살았던 것인가 싶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복잡하네요.
어느 한쪽이 나쁜다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니....
이지율도 그렇고, 뭔가 더 있다에 한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