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측 걷어내고 사실에 충실
내가 참 좋아했던 마이클 조던이 이혼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제프 베조스가 이혼할 때는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빌 게이츠의 이혼 소식은 정말 충격이었다. 둘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 게이츠’를 감동적으로 봤던 터라 충격은 더 컸다.
그런데 더 인상적인 건 '충격적인' 둘의 이혼소식을 보도하는 미국 언론이었다. 그냥 담담하게 전해줬다. 조금 밋밋한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물론 우리 기준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가십성 뉴스는 찾기 힘들었다. ‘헐’ ‘충격’ 따위 불필요한 수식어도 없었다. 멜린다 게이츠가 세계 부호 순위 몇 위로 떠오를 지 따위 어설픈 분석기사도 눈에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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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꽤 긴 기사를 썼다. 주로 두 사람의 이혼이 세계 최대 자선기관인 빌&멜린다게이츠재단에 미칠 영향에 초점을 맞췄다. 둘은 재산 절반을 사회 환원하는 '기부서약' 멤버이긴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 관련 자산 상당부분은 아직 기부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 기사 역시 철저하게 팩트 위주로 서술돼 있다. 추측이나 소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분량은 조금 짧았지만 CNN 기사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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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들의 빌 게이츠 이혼 보도를 보면서 많이 비교됐다. 부끄럽기도 했다. 우리 같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아마도 엄청난 기사들이 쏟아졌을 것이다. 각종 가십과 추측 기사들이 포털 뉴스를 빼곡하게 채웠을지도 모른다.
부지런한 기자들 중엔 둘이 같이 출연한 방송장면을 찾아내 기사를 썼을 것이다. 케케묵은 영상 속 얘기를 뒤늦게 마구 기사화했을 지도 모른다. 얼굴 돌린 채 찍힌 사진을 찾아낸 뒤, “저 때 조짐이 보였다”고 단정했을 수도 있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실 보도'다. 충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확인된 사실만 쓰는 게 보도의 기본이다. 그게 언론학 교과서에서 강조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이혼 같은 개인적인 사건을 보도할 때는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을 잘 구분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가장 모범적이었던’ 빌 게이츠 부부의 충격적인 이혼을 보도하는 미국 언론들이 놀라웠던 건 이런 부분 때문이다. 우리가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고 무시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후략)
문구 하나 더 들어갈 것 같은데...
...빌게이츠 사망시 ‘150조 재산’ 상속은 누구에게?
'구국의 결단'이라는 기사를 볼수 있을텐데 ㅋㅋㅋ
한국은 거대 언론도 다 싸구려라는게 문제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