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 장어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저도 오래전 이야기를 한번 꺼내봅니다. 졸업을 하고 서울로 직장을 구해서 간 친구들은 이상하게 부산 음식들을 그리워 합니다. 딱히 음식에 특별한 취향이 없는 저로썬, 그 동네도 사람 사는 동넨데 뭘 그리 유난인가 싶은데 뭔가 다르답니다. 여튼 한 번씩 내려 올 때마다 맛집 조사를 해와서 여기 가보자, 저기 가보자 합니다. 학교 다닐때는 다들 무난한 입맛이었던것 같은데 말입니다.
교외로 드라이브를 갔다가, 짚불 곰장어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합니다. 제가 회를 못 먹고, 물고기를 안 좋아하는걸 다들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저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뭐를 안하거나, 못하는 상황을 더 싫어 합니다. 그래서 횟집도 잘 따라갑니다만... -_-
"생으로 먹지는 않을거 아냐? 익힌거면 상관없지! 가자가자가자!!"
큰 소리는 쳤지만, 처음부터 그냥 곁들이로 나오는거나 먹을 생각이었습니다. 곰장어 구이를 몇 번 먹어 봤지만 역시 취향은 아니어서요.
주차장에 차가 가득한 걸로 봐서 꽤 유명한 집인것 같습니다. 메인이 나오기 전에 곁들이 음식들로 이미 한 상 가득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어쩐지 피땅콩 접시도 제 앞에 와 있고, 찐 새우도 제 앞에 와 있고, 샐러드 접시도 제 쪽으로 자꾸 밀려옵니다.
" 뭘 자꾸 이쪽으로 밀어 대! 나도 장어 먹을거야!! "
오랜만에 봐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가 끝이 없습니다.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서 서빙 하시는 분이 뭔가를 들고 제 옆에 앉는 것도 몰랐습니다. 뭔가가 팔을 툭 치길래, 옆을 홀깃 봤다가 젓가락을 던지며,
"으아아아악~~~~~~!!" 하고 말았지요.
저의 고함-_-소리에 장어 껍질을 벗기는 분도 놀라시고, 친구들은 낄낄 대다가, 배를 잡고 웃습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뭐, 니가 장어를 먹겠다고?"
"나도 장어 먹어봤다! 태종대 자갈마당에서 장어 꿉어봤다! 근데 이건 아니자나...ㅜ.ㅜ
이건 뱀이자나. 이렇게 나오는 줄 알고도 여기로 온거가?? "
뱀이라는 소리에 서빙하시는 분이 발끈 하십니다. 고급-_- 요리라고, 호들갑 떨지 말라고 하십니다.
저는 짚불에 구워서 민물장어구이처럼 잘 정돈해서 접시에 나올 줄 알았습니다. 통으로 구워 가지고 와서, 장갑을 끼고 손님 앞에서 비벼서 탄 껍질을 벗겨 주시더군요. 제 팔을 툭 친건 그 껍질을 벗기느라 비비면서 그러신 거였습니다. 이미 입맛은 대구 쯤으로 달아나고 애꿎은 사이다만 자꾸 마시다 왔습니다. 벌써 20년쯤 된 이야기라 요즘도 이렇게 나오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가끔, 다른 도시 출신의 사람들과 이야기할때면, "기장의 짚불 곰장어라고 들어봤나, 그게 꼭 뱀처럼 나오는데... "하면서 마치 용 백 마리쯤 잡은 무용담처럼 이야기를 해줍니다. 사진을 검색해서 덧붙일까 하다가, 아이고... 그냥 궁금하신 분들은 검색해보세요. ^^;;
아...-_-;;;;;;
꼼장어라니 너무 무리하셨네요.
그게 그런 비쥬얼로 나올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_-;
곰장어 구이집에도 몇 번 가봤는데, 내장 손질 다 된 녀석이 한 번씩 꿈틀할 때마다, 맛있게 먹는 일행들이 야만인처럼 보일 때가 있죠. ㅜ.ㅜ
옆에서 다 비벼서 까주시고 잘라도 주시더군요. 그치만, 그 비주얼을 보고도 먹을 생각은...흠...-_-;;
좋아하시는 군요. 언젠가 친구가 평일에 갑자기 내려와서 후배들을 다 불러 모은 적이 있습니다.
남포동의 고성집이었나, 그 집 곰장어 구이가 생각이 나서 야근이 안되더라고...-_-;;
한칼집으로 껍떡 벗기는
기계 뺨치는 아지메들도 있습니다
고딩때 까진.끔찍하게 봤는데..
맛있쪙~ 꼼장어 양념볶음 ㅠ
앗... 제가 어릴 때, 이 장면을 보고 회를 못 먹습니다. -_-;
어머니가 시장에 데리고 가셔서 횟집 앞에 저를 잠깐 세워두고 생선전에 생선 사러 가셨는데, 그 횟집에서 아저씨가 수조 안에서 한 마리 잡으시더니 도마 끝에 있던 못에...-_- 팔을 척 드시길래 뭘 하시나 했는데 벗겨진 껍데기... 아아아...그게 착착 썰어져서 하얀 스티로폼 도시락에 담기는데, 부모님이 좋아하시던 "도시락 회"의 정체를 알게 되었죠.
넘나 고소해요. 츄릅~
요즘 너무 비싸요.
소고기 값. ㅠ
저는 그냥 돼지고기나 먹을랍니다. -_-;;;
올 여름 한국가면 먹고 와야겠어요.
저는 비위가 좋은건지..
살아있는놈 짚불위에 올려서..잘 익어 가는거 보면서 군침 흘렸는데...
저는 그냥 콘치즈나 먹어야겠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