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썰은 사실과 픽션이 50대50인
과거의 기억앞에 겸손하지 못하여 어느정도 과장되고 재구성된 이야기라고 봐주십시요.
이전 썰을 보시면 더 이해하기 좋은 부분의 내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안 보셔도 상관없습니다.
소개팅 첫만남에 삼겹살 먹은 썰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6067878CLIEN
"여기서 질문!!!!"
금요일 저녁 강남역 부근 삼겹살집
아는 동생이 갑자기 해준 소개팅자리
소개팅 첫만남에 삼겹살을 먹자고 해서
진짜 삼겹살 집으로 와서 술을 먹는 생애 최초의 경험을 하는 중에
소개팅녀가 한 손에 숟가락을 들고 물어봅니다.
"남녀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네"
"대답이 너무 빨라 재미 없는데요??"
"이렇게 하면 여자가 경계를 푼다고 배웠습니다"
이런저런 우스개 소리를 주고 받습니다.
처음 만난 그녀지만 이야기가 너무 즐겁습니다.
핸드폰에는 부재중 메세지가 와 있었습니다.
- 야! 뭐해? 술먹자!
친구 녀석이었습니다.
고등학생때부터 알았지만 실제로 20대가 되어서 더 친해진 여자 친구 녀석.
진짜로 친한, 서로에게 일말의 두근거림 따위 없는 이성 친구.
왜 소개팅녀에게 남녀간에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이 친구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남녀 간에 친구가 있다. 없다.
남녀가 모이면 술자리에서 가끔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
다들 자주 만나는 이성 친구, 오빠, 동생이 하나씩 생기면
서로 친한 사이라고 말들은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러다가 연인 사이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한쪽이 우정에서 애정으로 변하면서 결국 관계가 유지되지 못 하는
그런 흔한 이야기들을 숱하게 목격하고 들어왔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가끔 저와 제 친구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 X년전 -
"진짜 둘이 그냥 친구 사이예요?"
그냥 친구 사이는 뭘까요?
친구 녀석이 불러서 온 포장마차 자리에서
저와 제 친구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두 남녀가 있습니다.
- 1시간전 -
며칠을 밤샘 야근을 하고 팀장님이 프로젝트 휴가로 하루 쉬게 해줘서
집에서 꿀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원래라면 친구들과 술을 퍼마실 금요일이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수면입니다.
정신 나간 팀장이 일정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관리자 사이트 구축을 일주일 밤을 새워서 끝내고
힘겹게 얻어낸 자유입니다.
언제가 저 악덕 회사와 팀장을 노동부에 고발하리라 다짐합니다.
"띠리디리딩딩 띠리딩딩~~"
침대 머리맡에 둔 스티브 잡스의 위대한 걸작 아이폰4가 아름다운 음색을 내기 시작합니다.
힘겹게 눈을 비비며 핸드폰을 잡았습니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오른쪽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슬라이드 합니다.
"야아앙~~~~~~ 너 어디양~~~~~~~~"
익숙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립니다.
친구 녀석입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술을 또 오지게 드신 것 같습니다.
"어..어어..... 나.. 집이야..."
"그럼 나왕~~~~"
"........... 나 자는중..."
"야~~!! 나오라고!!! "
"하아... 나 일주일 밤샜다.... 좀 봐주라"
"야!! 넌 칭구가 나오롸는데 그럴거야?"
"친구라면 날 배려해 줘야 하는거 아닐까?"
"엉~~ 뉘가 내 친구니깡 니가 날 배려해주고 나와 줘야징~~ 야!야!"
이 정도면 패턴 빨강입니다.
말이 안 통합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 톤과
말의 꼬임,
비음소리의 정도로
어느정도 술을 먹었는지.
그리고 대화가 통하는 상태인지 파악이 될 만큼 오래 만난 사이 입니다.
이미 수없이 이런 상황을 겪어 봤습니다.
이 정도면 소주 1병 반 정도 마셨고, 여기서 안 나가면 일주일 정도는 배신자 소리를 들을게 자명합니다.
"어딘데... "
포기한 제가 물어봅니다.
"우리 자주 먹는 포창~~"
"나갈게... 20분 걸리다... 하아..."
"야~ 왜 한숨을 쉬냐? 내가 그럼 뮈안하잖아~~"
"아닙니다 졸려서 그랬어요... "
자리에 일어나서 눈을 비비고 일어난 저는 다시 짧은 한숨을 내쉽니다.
전생에 난 쟤한테 무슨 죄를 지은거지?
나는 호구인가 등신인가
생각을 포기하고 화장실로 가서 세수부터 합니다.
나중에 시간이 좀 흘러 어떤 동생을 소개팅으로 만나서 첫만남에 삼겹살을 먹고 친구가 되고,
그 여자도 역시 술만 먹으면 나오라고 불러대는 통에 다른 의미의 호구가 되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깁니다.
아침부터 자서 입안이 찝찝하지만 양치질 따위 하지 않습니다.
세수를 대충 하고 머리는 새집이 지어져 있지만 신경쓰지 않습니다.
모자쓰고 가면 괜찮겠지 하고 새로 산 모자를 쓰고 츄리닝 차림에
후드짚업을 걸치고 집을 나섭니다.
시간은 밤 10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밖으로 나가니 조금 찬 밤바람이 불지만
이 정도면 포장마차에서 술 먹기에는 적당한 날씨라고 느껴질 정도의 계절입니다.
포장마차는 집에서 나와 15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상가 건물앞에 즐비한 가로수 사이에 자리 잡은 포장마차.
포장마차에 들어서니 입구쪽 가장 가까운 자리 앞에
친구 녀석이 있습니다.
원형테이블에 항상 시키는 칼국수와 파전이 놓여져 있고
처음보는 두사람이 일행으로 있었습니다.
한명은 덩치가 좀 있는 안경을 쓰고, 정장차림의 남자분이었고
다른 한명은 흰색 브라우스가 돋보이는 정장차림에
갈색빛이 도는 머리를 곱게 묶어서 스튜어디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단아하지만 귀여운 인상의 여자분이었습니다.
딱 제 스타일의 여성분이었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올 걸 조금 후회가 됩니다.
"어~~ 왔엉~!!! "
친구 녀석이 한 손에 소주잔을 들고 다른 손으로 휘휘 공중을 저으며 인사를 합니다.
테이블위에 소주 한병이 절반 정도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제 막 시작한 자리 같았습니다.
환하게 웃는 얼굴이 꼴보기가 싫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주 앉아있던 두사람이 저를 보고 인사를 했습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저도 인사를 합니다.
"야양~ 이리와 앉아~"
친구 녀석이 옆자리로 자리를 옮기더니 자기가 앉았던 플라스틱 의자를 툭툭 치며 말합니다.
꼭 저기 앉아야 하나 싶어 표정이 썩을것 같지만 티내지 않습니다.
"야... 나 일주일 만에 자는건데 왜 불러싸~~"
자리에 앉으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후드 짚업을 벗어서 친구 녀석에게 건내줍니다.
그리고 그걸 받은 친구 녀석은 자연스럽게 자기 무릎담요로 사용합니다.
앞자리의 두사람이 저희 두사람을 위아래로 훝어보면서 키득대는 것 같습니다.
"봤죠~ 봤죠?? 얘는 꼭 이렇게 나오면서 궁시렁 댄다니까?"
"와~~ 근데 진짜 나오시네요"
안경 쓴 남자분이 신기하다는 듯 저를 보면서 말합니다.
"야~ 인사해~~ 우리회사 나 친한 과장님이고, 얘는 OO이 나랑 젤 친한 애"
다시금 서로 인사를 합니다.
"오늘 가치 술먹다강 니 얘기 했거등?? 그러다 너 생각나서 불렀징!"
"그러지 말징"
"야! 나 안 취했거든 말투 따라하지마"
"안 따라했징"
"죽는다"
"애초에 죽일거면 부르지 말징"
"아니 뭐뭐뭐뭐 넌 꼭 부르면 나오면서 궁시렁 대더라. 짜잉나게"
"내가 언제까지 너가 부르면 나와야 돼는데?"
"오늘 술 사줄건데?"
"언제나 당신 곁에 있겠습니다."
"풉!!!!!"
갑자기 앞에 있던 안경쓴 남자분이 물을 마시다가 뿜었습니다.
그닥 그렇게 웃긴 이야기를 한 것 같진 않은데...
"아하하하하!! 와 진짜 말씀 듣던대로 재미있으시네요"
"아.. 네 감사합니다."
"언니 진짜 웃겨요 ㅎㅎㅎ"
옆의 여자분도 입을 막으면서 웃고 있는데
그 모습이 연예인 누구를 닮은 것 같습니다.
조신하게 웃는 모습도 제 스타일 입니다.
- 퍽!!!
친구 녀석이 테이블 아래로 몰래 제 팔을 칩니다.
- 야... 너 쟤한테 관심도 주지마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말을 합니다.
무선운 녀석입니다.
- 내가 뭐? 왜?? 관심없거등??
저도 위아래로 눈을 흘겨가며 무언의 표시를 합니다.
- 너 쟤한테 쓸데없이 작업 걸어봐
- 뭐래 내맘이거든
- 죽는다.
말을 하지 않았지만 뜻이 통하고 있습니다.
이런 걸 할수 있게 될 때까지 함께 보낸 시간이 많다는게 너무 아깝습니다.
"아니 사실은 말이죠~ 강남에서 우리끼리 술을 먹다가 친구분을 부르면 바로 나온다는 거예요"
안경쓴 남자분이 말을 이어갑니다.
얼굴이 붉은 것으로 보아 어느정도 취기는 있는 것 같은데
말은 청산유수로 잘합니다.
영업파트쪽에 일하는 사람 인 것 같았습니다.
"저희끼리 무슨 이야기 하다가 자기는 진짜 친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전화 한통이면 바로 온다는 거예요"
"아.. 제가요??"
"네 그래서 아무리 그래도 강남으로 부르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동네에 와서 불러보자고 했거든요"
"아 그쪽이요?"
"네!"
"초면에 죄송한데요"
"네 말씀하세요"
"형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하하하하 제 나이 모르시잖아요?"
"은혜를 입었으니 형님으로 모셔야지요"
"하하하하~ 진짜 말 잘하신다"
"그쵸~ 얘가 진짜 재미 없는데 가끔 이렇게 터져요"
"닥쳐 주정꾼"
"머래 머리 큰 게"
"너 지구상 20억 머리 큰 사람들 비하 하는거야?"
"ㅋㅋㅋㅋ 아 진짜 언니 웃겨요"
뭐가 웃긴지 자꾸 키득대는 여자분을 보니
그래도 오늘 나오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박보영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친구 녀석이 다니는 회사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짠~"
4명이서 짠을 하고 소주를 마십니다.
친구 녀석과 제가 따로 먹기로 위해 칼굴수를 하나 더 주문을 하고
파전을 안주 삼아 먹었습니다.
친구 녀석 종이컵에 물이 없기에 새물을 떠다 줬습니다.
가방을 땅바닥에 놓아 놨길래 사장님께 이야기 해서 빈자리쪽으로 짐을 옮겨놨습니다.
술먹고 젓가락을 떨구길래
옆테이블 젓가락을 가져와 친구에게 자리에 놓아둡니다.
마치 숙련된 노예.. 아니 품격있는 집사처럼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이었습니다.
앞의 두사람이 자꾸 저와 친구를 흘겨보면서 키득거립니다.
뭐지? 내가 그렇게 잘생겼나?
저는 따르던 소주잔을 잠시 내려놓고 말을 꺼냈습니다.
"근데 왜 그러세요???"
"아니 근데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단아한 여자분이 아까부터 묻고 싶었다는듯
근질근질한 표정으로 입을 엽니다.
다시 보니 귀엽습니다.
어떤 질문이든 진심을 다해 답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진짜 둘이 그냥 친구사이예요?"
그냥 친구 사이는 뭘까요?
앞에 두사람은 저를 굉장히 신기한 사람인 것 마냥 쳐다봅니다.
친구 녀석이 손사래를 치며 답합니다.
"우린 진짜 칭구야 칭구~"
"주정뱅이 조용히해"
"야 뭐래~ 너나 닥쳐"
앞의 두사람이 동시에 살짝 몸을 뒤로 젖히면서 눈을 갸름하게 뜨고
저희를 내려봅니다.
- 오오오오오올~~~
말하지 않아도 표정으로 소리가 들립니다.
"친구 맞아요."
제가 단호하게 말합니다.
"아니 근데 챙겨주는게 완전 남자친군데요?"
"저 남잔데요?"
"아니요 완전 애인처럼"
"애인이요??? 어우... 싫다.."
진심으로 썩은 표정이 나왔습니다.
- 퍽!!!
친구 녀석이 제 뒤통수를 날렸습니다.
진짜 키가 2센티만 더 컸으면 싸워서 이겼을텐데
친구 녀석은 저랑 키가 비슷한 170이 넘는 동년배 여자들에 비하면
큰 키에 속하는 편이었습니다.
"야~ 너 표정 뭐냐? 내가 뭐 어디가 어때서~"
"아니.. 뭐 니가 어디가 어떻지(↘)"
"미쳤냐? 너 맨날 나랑 같이 있어서 그렇지 나름 한 미모 하는 사람이야 내가"
"한 명의 이모겠지"
"너가 돈 낼래?"
"아름다운 너의 미모에 건배."
소주잔을 내밀며 친구 녀석의 이모를 칭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완전 웃겨요"
"아니 남자인 내가 봐도 약간 관심이 있는것 같은데요??"
"그쵸 과장님"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친구 녀석이랑은 고등학생때부터 악연으로
친해진건 20대 초반부터 더 많이 친해졌습니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그 이야기를 만약 글로 쓰려면 귀찮아서 쓰고 싶지 않을겁니다.
친구 녀석도 이젠 그러려니 하면서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고 맙니다.
"얘는 진짜 친구!! 서로 남친 여친 보여줄 정도로 친구!"
친구 녀석은 혀가 제대로 돌아가는거 보니 이제 좀 술이 깼나 봅니다.
"그리고 참나~ 나는 얘 고등학교 때 누구 좋아하는지 다 봐가지고~ 매력없어 ㅉㅉ"
"누구 좋아했는데요 언니??"
"너도 알잖아 ㅁㅁ라고 내 친구~"
"야~ 너 그걸 왜 이야기 하냐?"
"뭐 어때~"
"미친 너 지금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한 10년 정도 뒤에 인터넷에 올리면 사람들한테 욕 먹을걸?"
"굳이 10년까지??"
술자리는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잠기운은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아니 진짜 신기한게 보통 10년을 남녀가 친구사이로 아무런 감정 없이 지낸다구요?"
안경쓴 남자분이 흥미진진한 얼굴로 물어봅니다.
사실 처음 만난건 유치원때부터라서 더 길다고 하면 길겠지만.
남자분은 유독 저랑 친구 녀석과의 관계가 신기한가 봅니다.
"근데 보통 남자들은 다 알지 않아요? 친구인지 아닌지?"
이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제가 말을 꺼냅니다.
귀여운 여자분이 갑자기 수저를 놓은채 저를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바라보면서
얼굴을 가까이 하며 묻습니다?
"진짜요?? 그걸 보면 알아요??"
이렇게 저돌적이라니 아무래도 서둘러 오해를 풀어야지
이 여인이 저에게 대시를 할 수 있을 만한 여지를 줄 것 같습니다.
- 계속 -
너무 길어서 나누어서 올립니다.
한줄기 빛과도 같은
메모의 보람이네요
각잡고 퇴사하셔도 될듯.....
으로 되어 있는 분
작가님 어서 올려주세요~
트렌드까지 빠삭하게 챙겨가시네요 ㅋㅋㅋ
어후... 제 돈 좀 가지세요.
자꾸 이러시면 감사합니다.~~~~
어서어서 다음꺼 주세요........
이번에도 엄청 기대되네요 ^^
믿습니다! 다음편!!!
/Vollago
작성자님 잘생겼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