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20년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요즘에 많이 돌아다니는 학폭 대책이라고 나오는 "학폭 멈춰" 캠페인이 이슈입니다.
밖에서 보면 황당하지만,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효과적인 캠페인은 무슨...
저도 보면 어이가 없어요. 그런데 이런 활동이 왜 계속 될까요?
먼저 교직의 승진제도를 간단히 알아봅시다.
대부분의 교사는 평교사로 끝납니다. 승진을 하려면
교사 - 교감 - 교장 또는 교사 - 장학사 - 교감 - 교장
대부분 이런 코스로 승진이 이루어지기 떄문에 대략 40-50 명 중 한 명만이 교장으로 승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의 업무 부서를 간단히 살펴보면 대략
교무, 연구, 인성(학폭관련), 안전, 정보, 과학, 체육. 돌봄 식으로 세분화 되어 있습니다.
학교에 부서가 세분화 되어 있다는건 교육청에도 각 부서별로 지시하는 분들이(장학사) 계신다는 뜻입니다.
교사도 교감도 장학사도 목표는 교장입니다.
승진을 하려면 당연히 점수도 필요하지만 실적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업을 연구하고 펼칩니다.
보통 장학사나 교감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있고 부장을 맡은 교사에서 사업 아이디어가 시작되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학폭 멈춰" 같은 사업은 시범학교에서 시작을 해보고 효과가 있으면
다른 학교로 범위를 넓혀서 사업을 확장합니다.
주로 아이디어는 북유럽쪽에서 가져옵니다.
아마도 거기가 교육 선진국이라고 생각하고 사업에 북유럽 들어가면
무사 통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효과가 없으면 접느냐, 아닙니다. 거의 항상 무조건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딴 학교에서 효과가 있으면 너네도 해봐~ 라고 공문이 옵니다.
사업을 진행하고 결과 보고를 할 때는 역시 효과가 있어야 합니다.
효과 없다고 올리면
"다른 학교는 다 있다던데 왜 이 학교는 없죠? 사업을 열심히 안하셨나요?"
뭐 이런식입니다.
실제로 겪은 일중에는 고도비만 아이들을 학교에서 관리해서 정상 체력으로 만들라는 사업이었습니다.
열심히 했고 아이들의 체중은 드라마틱하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연하겠죠?)
그대로 결과를 올리니
"왜 이렇게 결과가 나왔죠?"
"열심히 했는데 일년에 체력을 키우기에는 너무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요? 다른 학교들은 결과가 좋게 나왔는데..."
"12월까지 아이들도 열심히 했는데 어쩔 수 없네요."
"아... 다른 학교는 안 그러던데~ 체육부장 처음이죠?"
"네 2년차입니다."
"그래요... 결과값을 좀 어... 그게... 아..."
"결과값을 뭐... 고쳐 드려요?"
"아니 아니, 내 말은 그런게 아니라~"
실제 100%로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래서 어느 지역에서 이러한 사업을 시작했고 효과가 있다고 결과가 나오면 전국적으로
그 효과적인(?) 사업이 펼쳐집니다. 다른 지역에서 했으니 우리도 하자!
이런식으로 하나의 사업은 전국적으로 퍼지고 대략 5년 정도의 주기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진짜 효과가 있던 없던, 시작했던 분은 명성과 실적을 얻고 승진을 해서 떠났겠죠.
그리고 다음 승진 대기자는 다시 새로운 교육 사업을 연구하고...
이런 사업은 학교에 있는 모든 업무부서에서 매년 일어나고 있습니다.
각 부서의 담당자들은 계속 공문을 내립니다.
인성부에서는 아이들의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 놀이시간을 확보하라
연구부에서는 아이들의 학력 저하가 문제될 수 있으니 학력을 올려라
안전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 방역이 무조건 우선이다.
이게 말이 돼? 어떻게 하라고? 앞뒤가 안맞잖아~
이러고 있으면 공문 끝에 항상 있는, 최근 엄청 유행하는 기억의 단어
"집단지성"
학교 실정에 맞게 학교 구성원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창의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ㅎㅎㅎ
학폭 멈춰! 는 유행이 지났고 담당자도 지나갔으니
또 다른 사업이 하달되겠죠.
이렇게 꾸역꾸역 학교의 사업들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영 아닌 사업도 그 임원 있을 때는 못접다가 사라지면 사업도 흐지부지 되는 식이고요. ㅎㅎ
임원들은 계약직이라 단기 실적, 성과에 목을 매는 것이 현실이거든요.
어딜가나 비슷한가 봅니다.
실제는 더욱 답답합니다. ㅠㅠ
교육청이 교육지원청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지원은 무슨 지원.... ㅠㅠ
공무원이라 공문 와서 보고 하라면 해야지요.
교사 이전에 공무원이니까요.
사실 요즘엔 전혀 안하는데 갑자기 이슈가 되서 놀랐어요.
교육청도 몇 십년동안 누적되다 보니 이제 수습 할 수 없는 지경이지요. 교육청 사업만 10여개가 넘는데, 여기다 지자체까지 생색을 내고 싶어 구청과 시청이 직접 학교를 '지원'(?) 한답시고, 돈 주고 이와 관련된 서류처리를 요구하는 판이라..
학부모나 외부인들은 '학교가 왜 학원보다 교육력이 떨어지나?' 이런 초등학생 같은 문제제기만 하는데, 사실 학교는 수업 시늉만 내고 '사업'에 몰두한 지 벌써 10년 이상 지난지라..초중학교는 사업 실적 내기 바쁘고, 고등학교는 대입 수시 때문에 학교생활기록부 부풀리기 바쁘죠..
극공감합니다.
지자체에 각종 단체에서도 학교로 사업하자고 오죠.
예전에는 업무량 중에 수업 비중이 60%정도
됐다면 지금은 아마
30% 이하가 아닐까 싶네요.
저도 그 부장교사 입니다. ㅠㅠ
고등학교면 입시만으로도 충분히 바쁘지 않나요? ㄷㄷㄷ
공공기관 상대해보면 그게 보통 같습니다 ㅎㅎㅎㅎ
"공공기관"은 다 그런가 봅니다. ㅎㅎ
이젠 교사에게 부모는 민원(을 하시는)의 대상이지
상담하여 바꿔야 하는 대상이 아닙니다. ㅠㅠ
이런 선생이요??
그런데 저런 한 해짜리 사업을 근사하게 페이퍼로 조작, 뽑아내는 인간이 유능한거로 인정받아서 승승장구함 .
10년지대계같은 롱텀 개선사업 이딴거 다 필요없음. 오직 올 한해 나를 빛나게 해줄 실적보고서만 나오면 됨. ㅋㅋㅋ
잘되면 내탓, 안되면 니탓.
세상 다 비슷하군요.
네 같은 데이터 가지고 원하는 그래프로 만드는건 얼마든지 가능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