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생선회라고는 광어와 우럭이 전부이던 시절, 얼마에 먹어야 적정가인지 어느 계절에 먹어야 하는지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저 바닷가 놀러가면 상인하고 이래저래 흥정해서 사먹곤 했었지요.
언젠가부터 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제는 활어 구매해서 직접 회떠먹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이렇게 저렇게 얻게 된 지식들이 있어 여러분과 함께 공유해 보려 합니다.
부족한 지식이기 때문에 깊이 있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냥 초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이드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양식을 노려보자
지금이야 광어(표준명 넙치) 한 마리 사다 먹는게 아무런 일도 아니지만 회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은 광어가 얼마나 귀하고 맛있는 생선인지 잘 아십니다.
능성어나 자바리같은 고급어종과 같이 놀던 광어가 이렇게 대중화가 된 것은 전적으로 양식기술의 발전 덕분입니다. 아주 저렴한 가격에 고급 생선을 누구나 부담없이 즐기게 된 것이지요.
저렴하다는 것이 양식이 가진 장점의 전부는 아닙니다. 일단 자연산에 비해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고 개체간의 편차가 크지 않아 품질이 일정하다는 등의 장점이 있지요.
그렇다면 자연산보다 양식이 맛이 없느냐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모든 생선은 알낳기 위해 몸에 지방을 축적하는 무렵이 가장 맛이 좋고 반대로 알을 막 낳은 이후가 가장 맛이 없습니다.
광어를 예로 들면 겨울에 몸에 살을 채워 맛과 영양이 좋고 봄에 알을 낳은 이후엔 영양소와 지방이 빠져 육질이 퍽퍽하고 맛이 없습니다. 하지만 알을 낳은 이후엔 다시 살을 채우기 위해 먹이활동을 왕성하게 하는데 이때 가장 많이 잡히거든요. (서해안에서 이맘때 광어축제를 하는 곳이 있는데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맘때는 항상 안정적으로 먹이를 공급받은 양식이 자연산보다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체마다 자연산은 편차가 꽤나 큽니다.
어떤 개체는 다른 개체들에 치여 먹이활동을 한동안 제대로 못하기도 하고 .. 등등의 이유가 있겠지요.
중금속 축적의 리스크도 있고요.
따라서 자연산이 양식보다 비싸고 좋다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많이 양식 생산하는 대표 물고기로는 광어, 우럭, 참돔, 농어 정도가 있습니다.
이 외에 자바리나 능성어, 돌돔, 방어, 부시리, 숭어, 연어 등등 종류를 따지면 끝도 없겠지요.
양식을 많이 한다는 것은 그 어종이 양식이 가능한 맛있는 어종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맛있어도 양식이 불가능하거나 경제성이 없거나 맛이 없으면 양식으로 생산해 내지 않겠지요.
따라서 양식으로 생산하는 어종들은 기본적으로 경제적이며 맛도 좋다는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어디서 구입해야 할까
물고기들의 구입처는 다양한데 가깝게는 동네 횟집도부터 멀리 수산시장 등이 있겠지요.
물론 편한건 동네 횟집에서 사먹는 것이 가장 편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동네 횟집은 시장이 작기 때문에 큰 물고기는 잘 가져다 놓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 동네 횟집처럼 사장님이 위생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고기는 무조건!!!! 무조건!!!!!
큰 것이 맛있습니다.
그리고 큰 것이 더 비쌉니다.
1킬로짜리가 만원이라면 2킬로짜리는 2만5천원이고 3킬로짜리는 5만원이고… 뭐 그런식입니다.
그 이유는 고기가 어느 정도 자라면 그 이상부터는 키우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더 많은 시간은 더 많은 사료와 그에 따른 집단폐사같은 리스크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서울 기준으로 몇몇 물고기 구입처를 설명드리자면,
- 노량진 수산시장 경매시장
서울의 대표적인 수산시장입니다.
새벽 시장이 유명한데 전국 각지의 수산물들의 경매가 이루어집니다.
새벽 5-6시 전후로 경매가 이뤄지는데 늦어도 7시 전에는 가야 합니다. 경매장 곳곳에서 중도매인들이 고무다라를 놓고 경매가에 약간의 마진을 붙여 판매합니다.
여러 어종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지만 새벽에 구매하러 일반인이 간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기도 하거니와 많은 유튜버들에게 소개가 되면서 소매를 좀 비싸게 받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별로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그 경매장의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일요일 휴무 - 노량진 수산시장 도매가게
아침 새벽부터 경매장을 찾는 것이 부담스러운 경우 지하에 있는 도매가게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구0수산, 서0수산 등이 있습니다. 운영은 보통 밤늦게 문을 열어 오후까지 입니다.
사전에 먼저 전화를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가격은 좀 비싼 편입니다.
이 외에도 노량진 소매 가게에서 낮에 활어를 판매하는 곳도 있긴 한데 몸에 상처가 있는 등 B급 위주이기 때문에 초심자에게는 별로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 가락시장
저는 이용을 못해봤지만 이쪽에도 고무다라 놓고 소량의 활어를 판매하는 분들이 계시다고 합니다. - 인천 연안부두
인천 연안부두 쪽에는 도매가게 거리가 있습니다.
수도권의 많은 물량이 이곳을 거칩니다.
규모도 꽤나 크고 가격도 노량진보다 저렴합니다.
모든 가게에서 소매를 하는 것도 아니고 도매가보다 소매에 아주 조금 마진을 더 붙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가격이 꽤나 저렴합니다.
대표적으로 흑0도 수산이 많은 분들에게 알려져 있고 서부00, 전0수산 등등의 도매가게에서 소매 판매를 합니다.
근처 분들이라면 이곳을 추천드립니다. - 하남 수산시장 거리
이쪽도 제법 규모가 있는 도매가게들이 몰려 있습니다. 소매 횟집 거리 안쪽에 위치해 있으며 강0수산, 매0수산, 천0유통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구입처가 있는데 도매 가게들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품질이 되는 활어들을 가져다 놓기 때문에 품질에 대한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연안부두나 하남시장 같은 도매가게에서 물고기를 고른다거나 하기엔 쉽지가 않고 그냥 어종, 무게 정해서 주문하면 공산품처럼 꺼내주는 시스템입니다.
회뜨는 법에 대해
활어를 구매하면 그 자리에서 목 부분을 따서 비닐에 담아 줍니다.
어떤 분들은 낚시용 수포기 챙겨서 살려 오기도 하는데 저 개인적으로 좋은 방법같지는 않습니다.
이제 회를 떠야 하는데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1. 현장에서 근처 소매가게에 돈을 지불하고 회를 뜬다.
위에 언급한 활어 가게들은 회를 떠주지 않습니다. 판매만 합니다.
근처 소매가게에 가지고 가면 무게당 얼마씩 받고 회로 떠줍니다.
회로 썰지 않고 순살만 발라 해동지에 랩핑해주는 걸 보통 오로시 해준다고 표현하는데 키로당 3천원에서 5천원까지 가게마다 수산시장마다 조금씩 가격이 다릅니다.
어차피 활어를 판매하는 곳 근처엔 대부분 오로시 해주는 가게가 있으니 구매처에 물어보시면 됩니다.
저 개인적으로 이 비용을 지불하게 되면 소매로 회까지 떠주는 집에서 사먹는 것과 큰 차이가 없기에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타인과 광어나 참돔 등 여러 어종을 섞어서 반반씩 나누거나 할 때는 좋습니다.
노량진의 경우에 많은 분들이 단톡방등을 통해 이런 방법으로 구입하기도 합니다.
2.집에서 떠 먹는다.
집에 가져와 직접 떠먹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우선 손질비용이 세이브 되기 때문에 가장 저렴하게 좋은 활어를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부엌에 생선 비린내가 벤다거나 싱크대에 생선비늘이 튄다거나 오로시를 엉망진창으로 해서 손님상에는 차마 낼 수 없는 퀄리티가 된다거나… 등이 있겠습니다.
-준비물
ㄱ.
일단 칼이 있어야 합니다.
부엌칼로 해도 상관은 없으나 데바칼 하나 정도는 있으면 좋습니다. 일단 기본손질하기가 편합니다.
오픈마켓에서 ‘백0 데바’ 로 검색하면 2-3만원대에 구입가능합니다. 사이즌 15cm가 적당.
여기에 우리가 흔히 ‘회칼’로 알고 있는 ‘야나기바’나 회뜨기용으로 개조한 칼 하나 갖고 있으면 좋긴 합니다.
비싼 거 살 필요 없고 사람들 많이 사는 거 싸고 저렴한 거 사도 됩니다.
회뜨기가 편하고 또 손님 앞에서 똥폼잡기가 수월합니다.
돈 아까우시면 그냥 부엌칼로 해도 됩니다.
다만 숯돌은 꼭 하나 구입하셔서 칼 갈아가면서 쓰시길.
ㄴ.
비늘치기용 도구
비늘칠 때 쓰는 도구 하나 구입하시면 좋습니다.
몇 천원 안합니다.
칼로 해도 상관은 없는데 전용도구가 괜히 있는게 아니겠죠?
ㄷ.
해동지
회뜰때 보면 키친타올처럼 생긴 종이가 있는데 이것도 있으면 좋습니다.
한 봉지에 몇 천원 하는데 꽤 오래 씁니다.
없으면 키친타올 써도 됩니다.
ㄹ.
생와사비와 회간장
다른건 몰라도 이 두가지는 꼭 전용제품을 구입하세요.
브랜드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적당히 검색해보시고 구매하시면 됩니다.
ㅁ.
락교나 초대리
저 개인적으로는 락교와 초대리는 꼭 회드실 때 곁들이시는 걸 추천합니다.
몇천원짜리 사면 꽤 여러번 먹습니다.
오픈마켓에서 구입해도 되고 노량진 나가시거나 할 때 2층 관련 매장에서 한번에 구매하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준비가 되었으면 이제 직접 해보면 됩니다.
유튜브에 조금만 검색해보면 관련 영상이 많이 뜹니다.
올리시는 분마다 손질법이 다 다르고 그 미세가헤 다른 부분이 초심자에게 어렵게 다가오는데요, 개인적으로 추천드리는 유튜버는
ㄱ. 거제도 0군님 - 이 분은 직접 횟집을 운영하면서도 위생과 관련해 매우 좋은 습관들을 가지고 계시기에 참고하시기에 좋습니다. 기술이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느는 것이지만 위생 관련한 습관들은 한번 몸에 베면 잘 못 고칩니다.
ㄴ. 일식조리00원 - 일식조리 교육하시는 분인데 일식 스타일 손질의 FM입니다. 모범답안이기에 다른 엉뚱한 수산시장 사장님들의 빠르게 회뜨기 보실 필요 없고 이분의 광어 손질 영상 여러번 정독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초심자 위주로 순서에 맞게 잘 설명하는 영상들이 있으니 꼭 이걸로 공부해 보세요.
사람마다 손재주가 다르기 때문에 숙달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재각각입니다.
처음엔 큰 생선일 수록 집에서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1키로 미만의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저는 처음에 3키로 광어를 접해서 혼이 나갔었네요. 지금은 일도 아니지만…)
광어가 살도 탄탄하고 구조도 다루기 용이하기에 추천드리고 우럭도 나쁘진 않습니다.
망치면 매운탕 끓이면 되니 넘 부담갖진 마세요.
좀 하다보면 물고기의 구조가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걸 알게 됩니다.
요령도 생기고 무엇보다 집에서 위생 신경쓰면서 직접 손질할 수 있지요.
좀 하다보면 횟집 직원이나 사징님들 실력이 눈에 보입니다.
숙성회 만들기
적당한 숙성과정을 거치면 생선의 감칠맛이 올라오게 됩니다.
먹기 전 4-5시간 정도의 숙성 시간을 거치시길 추천드립니다.
이것도 검색해보시면 여러 영상들이 나오는데 핵심은 최대한 공기에 닿는 면을 없애고 수분을 제거해서 저온 숙성하는 것입니다.
찾아보면 이케지메 신케지메 하는 것들이 나오는데 당일 먹는다면 큰 차이는 없다 보면 되고 해동지에 싸서 최대한 꼼꼼하게 랩핑후 김치냉장고에 숙성해서 드시기 전에 썰면 됩니다.
핵심은 활어를 최대한 스트레스 없이 바로 즉살해서 공기와 접촉을 피하고 저온 숙성시킨다… 정도가 되겠습니다.일본인들은 몇 일을 숙성해서 먹기도 한다고 하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일반 가정집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산패의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고 숙성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살이 물러지는 건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어종 불문하고 이틀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어종마다 다르긴 하지만 광어처럼 찰진 생선은 하루 이틀 숙성 이후에 초밥으로 먹으면 좋습니다.
숙성 기간에 따른 호불호는 개인차가 좀 있는 편이기 때문에 참고만 하시고요.
짧게 쓰려다가 쓰다보니 이렇게 주절주절 길어졌네요.
이 글은 생선회 전반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가성비 좋은 양식 활어를 집에서 저렴하게 즐기는 방법에 대한 내용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생선회의 세계는 매우 깊고 넓기 때문에 모쪼록 생선회를 즐기는 데 자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저희 동네 횟집 사장님처럼 비늘튀어가면서 칼면을 수세미에 닦아가며 손질하시는 충격적인 풍경도 그만 보고 싶다는 개인적 바램이 있네요.)
맛있는 회 많이들 드시길~
꾸벅.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0^
/Vollago
인천분들은 소래포구 안가죠.
활어 구매할 곳을 찾고 있었습니다.
하남에도 수산시장거리가 있군요. 찾아봐야겠습니다.
담에 회 땡길 때 다시 찾아봐야겠네요 ㅋㅋ
작년에 거제도 친구네 갔을때 대포항에 현지인들 가는곳이라고 데려간 횟집이 괜찮았었습니다. 그때 유튜브도 한다고 얘기들었었었는데, 쓰신 글 보고 찾아보니 거기가 거제도 0군 티비 맞네요~ 좋은 횟집이었습니다.^^
사용기보다는 팁과 강좌 게시판이 더 적합할 것도 같네요~
그 횟집은 잡다한 곁들임들이 많이 안 나오고 회에 집중하는데, 몇 안되는 나온것들도 다 임팩트가 있더군요.
이맛클....
시장이랑 비교하면 어떤게 더 경제적인지 궁금하네요
감사합니다
사용기 게시판으로 옮겨주세요.
요즘은 작업 다 해서 필렛으로 보내주는 업체도 많던데..
작업비/기름값/시간 등등 생각해보면 그냥 필렛 시켜먹는게 나은거같아유 ㅜㅜ
선뜻 도전하기 어려운게 회뜨기던데...정보 감사합니다.
다만, 제가 도전할 가능성은 거의 읍...
요즘 소래포구 새조개 주꾸미 쌉니다, 소래포구는 새조개 손질까지 다 해주고 키로에 2만원입니다.
숙성회는 어떤 맛일까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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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글 고맙습니다^^
요즘은 밀치랑 방어 많이 권해 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