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새로 등장한 북한 전차가 위협적이다 아니다 완전 신형이다 선군호 껍데기만 바꾼 것이다 등 말이 많은데,
포탑 구조를 한번 분석하면서 선군호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우선 아래 사진이 선군호입니다.
왼쪽 오른쪽은 모두 우리가 보는 기준이 아니라 전차 쪽의 기준입니다.
위의 사진은 선군호인데, T-62의 전통적인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열병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는 전차병이 어디에 타고 있는가인데, 사진에서는 포탑 왼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차장 바로 앞에 포수가 탑승합니다.
그리고, 포탑 위에 올라가 있는 기관총은 대공 기관총입니다. 실제로 저걸로 비행기를 쏘는 일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고, 보병 상대로 더 많이 쓰겠지만 어쨌든 대공 기관총이라고 합니다. 선군호에서 이 대공 기관총을 다루는 전차병은 장전수입니다. 이 열병식 사진에서는 안 타고 있는지 포탑 안에 앉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 기관총 뒤에 있는 해치가 '장전수 해치'입니다.
포탑 정면을 보면 주포 왼쪽, 즉 우리가 볼 때 오른쪽에 동그란 구멍이 보이지요? 거기가 포수용 광학조준경 자리입니다. 증가장갑을 붙여서 장갑을 두껍게 했어도 그 자리는 저렇게 뚫어 놓을 수밖에 없으므로 약점이 됩니다. 그리고, 사진에서 검게 그림자져서 잘 안 보입니다만 광학조준경 반대쪽에는 공축기관총이라는 것이 달려 있습니다. 주포와 탄도가 비슷하므로 주포와 함께 움직이게 되어 있고, 조준용으로도 사용되는 등 용도가 다양한 기관총입니다.
포탑에 탑승하는 인원은 전차장, 포수, 장전수 이렇게 3명입니다. 3인용 포탑인데, 전차장과 포수는 왼쪽, 장전수는 오른쪽이라는 다소 비효율적인 구조입니다. T-62까지의 소련 전차들의 '개떡같은' 부분 중 하나였고, 천마호, 선군호도 그대로 이를 답습하고 있습니다. 장전수의 왼팔에 가해지는 부담이 크지요. 반면 M-48, M-60, M-1, K-1 등은 모두 전차장과 포수가 오른쪽에 탑승하고 장전수는 왼쪽에 탑승합니다.
그리고, 조종수는 차체 중앙에 탑승하는데, 이는 T-54에서부터 T-62까지의 고질적 문제였던 '조종수-포수-전차장이 일렬로 배치된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선군호에서는 포탄이 관통되었을 때 유폭도 없는데 전차병 3(조종수, 포수, 전차장)명이 동시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는 일은 없겠습니다.
이제 새로 등장한 전차를 보겠습니다. '누가 경례를 하고 있는가'에 주목해 보시기 바랍니다.
선군호와 다른 점이 바로 보이지요? 포탑 왼쪽이 아니라 포탑 오른쪽에 나와 있는 전차병이 경례를 하고 있습니다. 즉, 전차장이 포탑 오른쪽으로 옮겨진 것입니다. 그리고, 대공 기관총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일단 여기서부터 선군호와는 좌우가 바뀌었습니다.
문제는 경례를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이 장전수냐 포수냐인데, 포탑 정면 왼쪽에 있는 동그란 구멍이 여기서 문제가 됩니다. 이 구멍이 얼핏 보면 선군호의 것과 같아서 포수용 조준경처럼 보이는데, 그렇다면 포탑 왼쪽에 있는 경례를 하지 않고 서 있는 사람은 포수입니다. 즉, 장전수가 없어졌고 2인용 포탑이 되었다는 얘기, 다시 말하면 자동장전장치가 채택되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버슬형 자동장전장치이든 포탑 밑에 있는 캐로젤 방식이든 뭔가 자동장전장치가 채택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순간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전차장 앞에 구조물이 두 개가 나와 있다는 것입니다. 둘 다 개폐식의 뚜껑이 달려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둘 다 현대적인 조준장치인데, 그게 왜 한쪽에 몰려 있느냐는 것이지요? 자동장전장치가 장착된 전차들은 전차장과 포수가 좌우로 나눠 탑승하므로 전차장 쪽에는 다소 튀어나온 조준경이 달리고 포수 쪽에는 다소 낮게 위치한 고정된 조준경이 달립니다. K-2이든 르끌레르이든 T-80이든 다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수동장전식이고 3인용 포탑인 현대 전차들은 저 조준경이 한쪽에 몰려서 두 개가 배치됩니다. 왜냐 하면 전차장과 포수가 한쪽에 몰려 있기 때문이지요. K-1도 M-1도 레오파르트 2도 다 그렇습니다. 포탑 오른쪽에 몰려 있지요. (그리고, 현대적 조준경이 달리지 않은 구식 전차들 역시 전차장용 조준경과 포수용 조준경이 한 쪽에 몰려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선군호도 포탑 왼쪽에 몰려 있습니다.)
그래서 이상하다 생각하고 주포 근처를 잘 보면 주포 오른쪽에 있었던 공축기관총이 없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축기관총은 어디로? 생각할 수 있는 답은 하나 뿐입니다. 포수용 구식 광학조준경 구멍처럼 보였던 것은 공축기관총 때문에 뚫어 놓은 구멍이라는 것, 즉 선군호와는 좌우 배치가 완전히 다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경례를 하지 않고 있는 전차병은 포수가 아니라 장전수인 것이 맞고, 포수는 포탑 오른쪽의 전차장 앞에 타고 있다는 것, 즉 여전히 3인용 포탑이라는 것이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포탑 오른쪽에서 앞에 있는 조준경은 포수용 조준경이고 뒤에 있는 조준경은 전차장용 조준경이 됩니다. 전차장용 조준경이 360도 회전하는지의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두 조준경 모두 선군호의 것과 비교하면 대폭 현대화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레이저 거리 측정기, 열상장치는 당연히 달려 있을 것이고, 이미 많은 분들이 언급하였지만 포에 동적 포구 감지기까지 붙어 있지요. 전체적인 배치는 K-1과 같습니다.
주포 자체는 115mm로 보이므로 공격력은 답이 없을 것입니다만, 적어도 주포 명중률은 기존 선군호보다 대폭 향상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115mm 활강포의 고질적 단점인 멀리 날아가면 탄착군이 흩어진다는 단점은 이런 최신 조준장치, 제어장치로 절대 해결 불가능합니다만 근거리 전투에서의 위협은 대폭 늘어났을 것입니다. (K-1이나 K-2를 저 주포로 격파하는 것은 근거리에서도 무리이기는 합니다만.) (수정 : 포탑 우측에 붙은 것이 대전차미사일이라고 써 놓았었습니다만, 아무래도 대전차미사일이 아니라 대공미사일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 부분 수정합니다. 대전차미사일일 가능성은 여전히 높으나, 확실하지 않습니다.)
차체는 결국 선군호와 별 차이 없어 보입니다. 조종수의 위치, 전체적인 형태 등을 보더라도 선군호를 기본으로 하되 장갑 증가로 늘어난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보기륜을 6개에서 7개로 늘린 것 정도의 차이밖에 없어 보입니다. 사이드스커트는 최소한 공간장갑은 채택되어 있을 것으로 보이고, 포탑도 아무리 봐도 주조가 아니라 용접구조인 각진 포탑인데다가 내부에 기본 구조가 있고 바깥쪽에 복합장갑 모듈이 추가로 장착된 모듈식 구조로 보입니다. 게다가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포탑의 좌우 배치를 바꾸는 시도까지 하고 있는 등 나름대로 상당히 공을 들인 전차라고 생각되는군요. 물론 저게 과연 K-2의 상대가 될 것인가는 별개의 얘기입니다만.
결론 : 선군호를 기본으로 하고는 있으나 포탑의 승무원 좌우 배치를 바꾸어 전투력을 개선하였다.
추가 : 이 전차가 K-1A1이나 K-2를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우스워 보이고 K-1E1도 상대할 수 있을까말까해 보이지만 적어도 북한에서 혹시 있을 지 모르는 모종의 사태에서 '반란군의 전차'인 천마호, T-62, 59식 등을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전투력은 충분해 보입니다. 우리와 전쟁을 벌이기에는 불충분하지만 반란군 상대로 평양을 지키는 부대가 사용할 용도라면 전혀 문제가 없겠지요.
안쓰러운 기갑의 결과물...
(포탑 우측의 것은 대공미사일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분이 지적하셨습니다만 구경이 어정쩡하네요. 대공미사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대전차미사일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나,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군요.)
떡장갑이라는 것도 구조가 중국 99식의 모듈 구조와 비슷해 보이는데, 그렇다면 중국제 복합장갑일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그게 과연 방어력이 제대로 나올지 의문입니다. 무게만 늘린 결과가 될 수도 있지요.
다만, 저 정도일지라도 '반란군의 구식 T-62나 천마호 초기형'을 상대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리라고 봅니다.
평양을 수비하며 혹시 있을지 모를 '반란'에 대비하는 류경수 땅끄사단에 배치되겠지요.
저게 K-1A1이나 K-2를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우스워보이지만 반란군을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큰 의미가 있어요.
감탄하고 갑니다
자동장전장치를 채택한 것이 아니라면 설계 사상이 99식과 비슷할 수가 없습니다. (99식의 구조는 T-72와 비슷하지요.) 설계 사상 자체는 과거의 T-62에서 조금도 발전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다만, 포탑 복합장갑의 모듈 구조 정도는 가져왔을 수 있지요.
이라크전의 교훈 : 제공권 없는 군대는 이동표적일 뿐이다.
시리아전의 교훈 : 제공권 없는 군대는 이동표적일 뿐이다.
발사기 구경을 보면 대전차미사일이 들어가기엔 다소 가늘어 보이는데 대공방어가 부족한 특성상 2연장 대공미사일 거치대가 아닐까도 싶은데요
다만, 사이즈상으로는 대전차미사일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 정도 사이즈 많지요.
이게 위협적이라고 해야 흑표전차를 더 양산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