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근무한 부대는 대대장이 일정 주기마다
계급 상관 없이 무조건 마음의 편지를 쓰라고 지시 했었습니다.
그리고 조작을 방지하겠다며 대대장 본인이
부대를 돌아다니며 직접 마음의 편지를 받았고요.
쓸만한 내용도 별로 없는데 일정 주기마다
마음의 편지를 쓰라고 하니 은근히 곤란했었는데
후임 한 명이 어차피 쓸 내용도 없는데 불만사항 같은 걸 쓰지 말고
병사 한명을 칭찬하는 내용으로 몰아줘보자고 의견을 냈었죠.
그리고 그 후임의 예상대로 그 칭찬의 대상은 포상 휴가를 받았습니다.
그 후로는 일정 주기마다 열리는 마음의 편지 접수 때마다
병사들끼리 합의해서 한명씩 휴가를 보내주는 풍습이 생겼습니다.
중간에 마음의 편지로 그 내용을 폭로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대대장이 그런 일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넘어갔습니다.
물론 이 경우는 병사들이 직접 휴가를 만들어내는 건 아니었지만
제도를 이용해서 간접적으로 병사들 주도하에 휴가를 보내줄 수는 있었죠.
당연히 계급으로 눌러서 한 명이 연속으로 포상을 받는 사건도 일어났고요.
위에서 말한 폭로 사건도 그래서 발생했던 거로 기억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병영 부조리를 막기 위한 대대장의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이게 새로운 병영 부조리를 만들어 내다니 좀 아이러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