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짤방 속 여성이 누구인지를 전혀 몰랐습니다.
오늘 저녁까지는 cynthia amelia 라는 여성의 사진인줄로만
알고 있었죠. 또 시리아에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파병된 미군 소속
외과 의사라고 주장하는 미국인 여성으로 알고 있었고요..ㅋㅋㅋ
시작은 몇일전에 인스타그램 채팅으로 갑자기 저에게 말을 걸어와서 생면부지인 외국인 남성인 저한테 이상하리만치 친근하게 대하더니
난 고아로 태어나 부모를 본적도 없고, 남편은 3년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 3년째 과부다..13살된 딸이 하나 있고 현재 미국에서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곧 몇개월 후면 파병임무가 끝나
보상으로 주어지는 천만달러(!!)를 가지고 내가 정착하고 싶은
한국에 내 딸과 함께 가서 부동산 사업에 투자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결혼을 계획하고 있다..등등
뭔가 눈물과 동정없이는 들을 수 없는
개인적인 사연을 구구절절 저에게 얘기하더니 이후부터는 아예
저에게 my dear, my dear 라 지칭하면서 달달하게 굴더군요.
왜 묻지도 않은 이런 사연들을 나한테 이야기 하는 것인가
좀 의아했지만 미국인들의 정서가 원래 이런편인가 보다 하고 넘어갔고
근래 외롭기도 하고 이래저래 스트레스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저로서는 여기까지는 깜빡 넘어갔습니다.
근데 한편으론 생면부지인 외국인인 저에게 처음부터 너무
오픈마인드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 조금씩 의심스러웠고,
무엇보다 영어실력이 그닥 썩 좋다고 볼수없는 제가 보기에도
채팅 내용들이 네이티브 미국인이 구사하는 영어라고 보기엔
너무 구사 실력이 떨어보이는 것도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보니, 이미 이런 레퍼토리로
페북이나 인스타에서 접근해오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는 글들과
이런 사기패턴에 대한 지난 국내 뉴스보도를 보고 의심이 거의 확신으로 변했고
결정적으로.......
구글신께서 이미지 검색을 통해 짤의 저 여성은 신시아 아멜리아
라는 종군 의사인 미국인 여성이 아닌, 크림반도 검사장을 지낸
'나탈리야 포클론스카야' 라는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이라는걸 알려주셨습니다 ㅋㅋㅋ
저 여성, 생각보다 유명했었더군요. 검사장 출신 얼짱으로 이미
전세계 언론을 통해 매스컴까지 탄..저는 전혀 모르고 있었네요;;
'I am very angry that you don't trust me'
채팅으로 이 한마디를 마지막으로는 더 이상 그녀(?)의 대답은
이제 없네요. 날 안믿어줘서 빡치기는...
달달하게 밑밥 잘 깔다가 사기인거 들통나니 빡치는거겠지 ㅋㅋㅋㅋ
참...저도 아직까지 이 험한 세상 살아가기에는 참 너무
순진한 놈이라는걸 다시 한 번 뼈저리게 깨달은 오늘이었습니다.
그리고 나한테도 이런 희망이??라는 일장춘몽에 잠시나마 행복(?)했었네요...ㅠㅠ
빨리 잡으세요
네 사업 도와줄테니 나한테 돈을 보내라~~ 뭐 이렇게? ㅎㅎ
반기문이 어설픈 번역투로 대충
"나는 UN의 예산문제에 큰 걱정을 하고있습니다. 그래서 UN의 채권을 판매하여 예산을 구하고, 투자자들에게 5배 이상의 수익으로 돌려주려합니다. UN에 도움을 주고싶다면 답장해주세요"라고 하는것을 들고오시더군요.
저보고 이게뭐냐면서 되게 하고싶어하시는 눈치와 말투로 여쭤보시더군요.
그 전까진 어느정도는 지식이 많으신분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말도안되는걸 가져오시는걸 보고 실망많이했습니다...
이런 저급한 스팸에 혹하실 정도로 순수해지셨구나?라구요...
사업도 하셨던 분인데...
더불어, 아버지처럼 다른 노년층이 이렇게 피싱전화에 당하시나 생각도 들었습니다.
얼마전까지 흥행했던 신규비트코인 사기도 많이들 당하셨잖아요ㅠ
레퍼토리 똑같죠.
몰랐다 치더라도 파병보상으로 천만달러가 말이 안되자나요ㅋㅋ
절 사랑할 이유도 없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my dear, 등등의 표현으로 접근해서 처음부터 의심은 하고 있었는데, 의심을 해도 몇가지 요소 때문에 당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군대의 의사라는 설정은 자신의 부재를 합리화하는데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영상채팅을 유도할 때, 제대로 된 영상채팅이 아니라 자기 모습을 1~2초 정도만 보여주면서 인터넷이 잘 안 되고 보안 때문에 더 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얘기합니다.
어린 딸에 대한 설정은 동정심을 유발하는데 사용됩니다. 실제로 자기 딸 사진이라며 보내주기도 하고, 그 딸이 베이비시터한테 자라고 있다며 제 딸 사진도 요구합니다. 보통 사진을 주고 받게 되면 좀 더 친밀감을 갖게 되기 때문에 나중에 사기라는 걸 알면서도 거절하기 더 어렵게 만듭니다.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어느 날 갑자기 뒷부분 시나리오를 진행합니다. 그 천만달러를 영국의 안전한 사설 금고 같은데 보관해 뒀는데, 만료기간이 다 되어서 그 돈을 보관한 트렁크가 다시 자기 부대로 오게 되었다. 이것이 자기 부대로 오면 자기는 큰 위험에 처하므로, 제발 이 돈을 대신 국제 외교관 택배로 문 앞으로 보낼테니 보관만 좀 해달라. 그리고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므로 이 천만달러를 같이 잘 써보자.
냉정하게 생각해서 천만달러를 세관에 걸리지도 않고 내 앞으로 보낼 수 있다고, 이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라고 생각해서 그에 대해 얘기했지만, 국제 외교관 택배라는 것이 있어서 외교관들은 짐을 검사 안 해서 가능하다고 이미 유명한 서비스라고 하더라구요. 실제로 검색해 보면 사이트도 존재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택배를 보관만 해주는 거라면 크게 사기를 당할 것도 없다고 생각해서 그러라고 하면, 아주 작은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그 사설금고에 보관료가 연체되어 있는데 그게 대충 7~800만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것만 해결해 주면 제게 큰 은혜를 입어서 제대하고 한국으로 와서 자신의 딸과 함께 같이 부를 누리며 살고 싶다고 합니다. 제가 유부남이라는 것도 관계없이 말이죠. 그 과정에서 여권 같은 것도 요구합니다. 거부하면, 자기의 어린 딸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스토리가 심화되어 가면서 반신반의하는데, 저는 난 당신과 부적절한 관계를 하고 싶지도 않고, 그리도 설사 돕는다고 해도 당신에게서 돈 받고 싶지도 않다. 당신 딸이 불쌍해서 도우려고 한다 라고 말을 하고 최종적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봤습니다.
이 사기유형이 로맨스 스캠이라고, 트렁크에 천만달러, 국제외교관 택배 등등, 똑같은 레퍼토리로 이미 세계적으로 많은 사기사례가 존재했습니다. 전 바로 모든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탔는데, 다 낚인 물고기가 도망갈 것 같은지 유두 노출한 사진도 보내주더라구요.
말씀하신 것처럼 초반에 채팅할 때, 자신은 믿을 수 있는 남자를 원한다면서 신뢰를 매우 강조합니다. 나중에 부탁할 때 그것도 못 들어주냐면서 신뢰의 문제를 들먹이죠.
이 글을 이렇게 쓰는 이유는, 저거 접근할 때 처음부터 말을 걸면 안 됩니다. 말을 주고 받기 시작하면, 이미 심리적인 약점들을 자극당해서 사기라고 의심하면서도 넘어갈랑 말랑 합니다. 딸 어택이 장난 아니더라구요. 자기 불쌍한 딸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도와달라고. 저도 대놓고 그 사람에게 "처음부터 당신 사기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네." 라고 말할 정도지만, 딸 어택하니까 마음이 흔들리더라구요.
그 이후로 인스타나 페북이나 군인 옷 입은 사람 프사 있으면 다 삭제합니다.
모르는척 답장해주고 노는것도 꽤 재밌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