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과격하나 저도 전문의이고 잠시 환자 안 보고 다른 분야에도 있어 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학창 시절에는 조별활동보다 시험 성적이 훨씬 중요했고
의대생들이 대학교 다닐 때는 진짜 혼자 시험 문제, 교과서도 아닌 인쇄본, 복사본이랑 씨름하게 됩니다.
조별실습이라고는 해도 실제로는 막상 따로 하거나 뭔가 한 사람의 몫을 해야 하는 일이라서
협동보다는 누군가에 맞춰주는 기계적인 보조에 가까우니 남들과 일한다 보기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 의사 역할을 하게 되면 늘 하는 일은
내가 필요한 정보를 얻고 필요한 것을 해서 올바른 판단을 하고
내 편견을 빼고 최대한 가능한 경우의 수를 많이 두고
경험에 의존한 나름의 판단을 하는게 사실 의사 일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무엇이 맞는지 뭘 해야 하는게 차악인지를 피하는 쪽으로 머리를 쓰게 됩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최선의 방안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데
요즘에는 자기 선택권 등이 중요해지면서
어찌된 게 간곡하게 설득하는 의사가 이상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뭔가 대화를 더 하거나, 열심히 하려는 사람은
일이 더 많아지고 괴로워지는 구조에서 늘 생활하다보니
그냥 그 순간을 넘어가고 난 필요한 거만 하는 사람이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불친절이 편한 걸 몸으로 잘못 배우게 되죠.
이쯤 되면 시작은 나 편하자고 한 거지만 갈수록 설득의 능력, 남의 말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면 진짜 이게 필요한 시기가 되면 여러모로 고생을 하게 되고 더 불친절 해지는 쪽으로 악순환이 되기 쉽습니다.
의사들만의 사회성과 예절이 있다지만 우리들끼리 톤앤매너지 남들이 보면 쓸데 없고 사회에서는 통하지도 않습니다.
근데 세상 많은 일은 옳고 그르냐 외에 다른 부분이 많이 작용하지 않습니까.
내가 아는 것을 이해시키고, 남의 말도 듣고 서로의 이익을 조절하고
그 과정에서 옳지만 뭔가를 포기하기도 하고 싫어도 하는 일이 분명 생기게 됩니다.
근데 이런 남들 다하는 사회적인 것들이, 저 포함 의사들은 참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닌 거 알면서도 해야 하는 일이 있는 정치보다는
그냥 환자 보면서 자기 나름의 최선의 일상을 보내는게 마음 편합니다.
그래서 의사 출신의 유능한 정치인이 나오기 어렵고,
우리가 남말 안 듣는 것만큼 우리 말 안 들어주는 이러한 상황에 처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되는 이 상황 자체가 괴롭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글을 쓰는 전제는 저 역시 정부의 방침에 순순히 따르지 않는 것에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설득의 기술은 부족하지만 상황에 대한 판단은 틀리지 않으며
정부의 정책은 잠시 현재 상황을 모면하는 방법을 되지만
결국에는 의사도 국민도 모두 피해를 볼 거라고 확신합니다.
저도 의사지만 저도 가족이 아플 일이 없을리 없고 매번 지인들한테 도움을 구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잘 모르는 척 병원 가보면 더 알아서 더 화가 나는 일도 많습니다.
결국 국민들이 가진 의사들에 대한 반감만큼 의사들의 의견은 우리 사회에 반영되지 않을 것도 잘 압니다.
그래도 욕 먹을 거 알면서도 혹시 다르게 생각하실 분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
또 새벽에 다른 분 글을 읽다가 저도 이 때 뭔가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아서 글을 써봅니다.
저보다 훨씬 잘 설명하신 분의 링크로 하지 못한 말들을 대신합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1590
청원진행중-저는 감염내과 의사입니다.
최소한 저를 포함한 몇몇분은 의사집단의 주장에 일부는 탐탁치 않지만 어떤 면은 조금 공감이 갑니다. 옛날이라면 관심도 없던 일에 말이죠. 솔직하게 이번 파업을 응원하는 마음은 아니다만 양측이 서로 원하는 바를 가져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한의학에 관한 정책이 뜬금없다고 느꼈는데 그 부분은 글쓴분과 의견이 비슷하지않을까 싶습니다
교육과정의 문제인지,,, 80년대 의대생들은 고교 최우수 영재들이 지원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공부 기간에도 협업 꽤 잘하고 기타 인문학적 소양도 꽤 닦고 여러 조직활동도 하는 것을 보았는데, 요즘 상황 속에서 젊은 의사분들 말씀하시는 것 보면 뭔가 안타깝습니다. 제가 잘못 본 것이기를 바랍니다.
/Vollago
그나마 이 글이 읽을만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