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다 보면 여러 아이콘이나 디자인이 떠오를 수 있겠죠.
가령 찬란하게 해가 떠오르고 햇살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광경이나, 태양과 행운을 상징하는 고대 유라시아의 종교적 심볼.
어떤 문화권이나 민족에게 특정 형상이나 아이템이 민감하거나 불편함을 준다면, 그건 그 뒤에 역사적 맥락과 배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가 지금처럼 실시간으로 연결되면서 우리는 지금껏 알지 못한 다른 나라의 역사와 맥락을 마주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1930년대까지도 평화와 행운의 상징이었던 스와스티카는 더이상 코카콜라 판촉물에 등장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떠오르는 태양 그림도 제국주의와 추축국의 상징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선키스트 광고에 쓰였을지도 모르죠. 지구 반대편 누군가가 쿨하게 생각한 디자인과 그림이, 한국과 동아시아에서는 금기시된 욱일승천기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 blackface는 어떨까요?
Blackface는 1820년대부터 19세기 후반까지 존재했던 Minstrel Shows라는 공연 형식에서 시작되어, Vaudeville Shows나 Broadway에까지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오랜 기간 내려왔습니다. 그 자체로 흑인의 비인간화와 폭력의 정당화, 차별을 상징하게 되었죠.
어떤 분들은, 현대 코스프레 문화와 함께 섞이면서 예전처럼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비교하는 건 옳지 않다고 하시겠죠. 미국에서는 할로윈 분장을 주로 들 수 있겠네요. 하지만 우리 개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흑인사회에서 받아들이는 상처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많은 유명인과 TV쇼에서 문제가 된 주제이고, 학계에서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사라진 불평등의 역사이기도 하죠. 심지어 1970년대 후반까지도 Minstrel TV쇼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역사적 맥락과 결과에 무지하게 개인의 의도만을 중요시한다면, 앞서 말한 스와스티카와 욱일승천기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낼 수 있을 겁니다.
미국은 덜하지만 주로 유럽이나 아프리카, 중남미에서 광범위하게 보이는 눈찢기의 경우, 놀랍게도 당사자는 동양인에 대한 비하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생전 처음 만난 신기한 동양인에게 인사를 하거나, 고마움의 표시, 혹은 친한 친구가 하는 경우도 있어요. 당장 생각나는 유명인의 케이스나 개인적인 경험들도 있고요. 하지만 개인의 의도야 어떻든 대부분의 동양 문화권에선 기분나쁜 행동이니, 교육하고 가르쳐줘야겠죠. 이제 여기에 우리에게 욱일승천기같은 역사적 맥락을 더하면, 현대 사회의 blackface는 개인의 의도뿐만 아니라 역사적 맥락 두 가지가 함께 담긴 상자의 모습임을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선의만으로 포장하기에는 너무나도 긴 역사적 의미가 담겨있다는 겁니다.
21세기의 흑인사회라면 악의없는 예술에 대해서는 조금 더 쿨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느냐, 이렇게 질문하시는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할로윈 분장이나 코스프레도 자유롭게 하고, 모두가 서로의 예술적 표현을 편견없이 대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제3자인 우리가 아닌 흑인사회 그들 스스로 결정할 문제입니다. 반대로 누군가는 우리에게 떠오르는 태양 그림에 대해서 같은 질문을 할테니까요.
결국 지금껏 본 적 없는 속도의 세계화와 문화 교류가 진행되면서, 우리에게 남은 질문은 이거죠.
나는 이것에 대해 계속 몰라야 하는가? 아니면 나와 닿아있지 않았더라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하는가.
애초에 이건에 대해서 비판하는 분들도 학생들을 비난하고 조리돌림하자는 게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또 내가 스스로도 모르게 차별을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겠는가를 논하고 싶었던거죠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5248142?po=0&sk=id&sv=conami05&groupCd=&pt=0CLIEN
클리앙 반응도 이해가지 않나요.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줄수 있다는 것은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 일입니다. 억울하기도 하구요.
특히 페미문제와 문제 구조가 같아서 다들 매우매우 피곤할겁니다.
이해합니다. 저도 클리앙의 다수유저의 반응에 좀 안타깝더군요
참 올려주신 칼럼도 좋은 글이었습니다 잘봤습니다
코스프래나 밈의 재현과는 별개로
블랙페이스 분장은 터부시될만한 분장이라는거고, 오해를 많이 살만한 코드죠.
그렇기 때문에 밈의 재현이나 오마주한다고 무조건 흑인 분장이 용인된다고 생각하면 안되는데..
많은 분들이 왜 의정부고 학생들을 욕하냐만 따지는것 같습니다.
의정부고 학생들이 흑인을 비하하는 의도를 가지고 그 분장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정부고 학생들이 징계를 받는것도 웃기다고 생각하구요.
그렇다고 오마주의 의도면 흑인분장이 다 용인가능한 것인가? 라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라고 말하겠습니다.
오취리의 반응이 적절했는가? No 라고 생각합니다.
의도는 없었지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가 알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들의 모습이 그런 반응을 이끌만한 행동이었는가? No 쪽에 가깝다고 봅니다.
블렉페이스=인종차별로 흑인들이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이야 말로 인종차별적이란 생각이구요...
오취리 개인이 흑인 모두를 대표하진 않죠...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유튜브에서 이 문제로 흑인들(그래봐야 몇몇 개인이지만)을 인터뷰 할 것 같은데
그걸 보면 그 사람들이 진짜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수 있겠거니 하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굳이 오취리 한 사람으로 일반화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렇다고 흑인분들이 관짝소년단 코스프레를 블랙페이스에만 반응하고
거부감을 가질만큼 요즘 유행이나 밈을 모를만큼 꽉 막힌 사람들도 아닙니다...
너무 인종차별적 요소에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흑인들도 많아요...
그게 오히려 인종차별적이라고...
뭐든 상대 분위기 봐가며 적당히 하는게 배려죠...
오취리 한 사람의 생각에 흑인들은 다 이렇다 저렇다 우리가 결론 내릴 필요가 있을까요??
너무 자기 주장만 강하게 말하면 꼰대가 될 수 밖에 없는건데...
관짝 소년단 밈이 인종적 의도가 없는 단순 코스프레에 불과하므로
논란이 되는 이슈 자체를 부각시킨 다른 코스프레와는 궤를 달리 하지만
그래도 흑인이 제기한 "흑인 분장에 흑인들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정도의 메세지는 받아들여도 좋으련만...
나의 즐거움을 위해 타인에게 상처를, 그것도 인종차별적인 행위로 즐거움 누려야 하는것인지, 또 그게 정당화 될 수 있다는 논리구조가 참 안타까웠어요.
헤이 농담이었다고 친구.
왜 그래 장난인데?
너 속 되게 좁구나
눈 찢고 저딴 소리 들어보면 글쎄요, 어떤 생각을 할런지.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내 피부색이나 인종적 특성이 왜 남의 즐거움의 대상이 되어야 하느냐 말이죠
개인적으로 이번에 가장 아쉬운 부분은 애들이 몰랐으니 알려주고 우리도 주의하자가 아니라 그게 왜 비하냐 또 PC타령이네, 오취리도 비하했는데? 같은 스탠스였습니다. 쟤가 했으니 우리도 해도 돼 혹은 우리가 잘못한거 없어는 아닌데 말이죠. 저도 오취리가 좀 더 온건하게 대응했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그와 별개로 실수한 부분에 대한 인지 사과 반성의 방향으로 가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