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폴란드 대통령 선거 1차 투표 결과(투표율: 64.51%[+15.55])
안제이 세바스티안 두다(통합 우파): 43.50%
라파우 카지미에시 트샤스코프스키(시민연합): 30.46%
시몬 프란치샤크 호워브니아(무소속): 13.87%
크쥐시토프 보사크(연합): 6.78%
브와디스와프 마르친 코시니아크-카미시(폴란드 연합): 2.36%
로베르트 비에드론(좌파): 2.22%
기타 후보: 0.81%
안제이 두다,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 결선 진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각 나라 지도자 및 집권세력들에게 국민들이 힘을 실어주어 승리하거나 무능을 드러내며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6월 28일 치러진 폴란드 대선 1차 투표 결과 민족주의 세력(통합 우파+연합)과 자유주의 세력(시민연합+호워브니아+폴란드 연합+좌파)이 팽팽한 구도(50.28% Vs 48.91%)를 보이며 7월 12일 결선에서 맞붙게 됐습니다.
이는 지난 10월 13일 치러진 폴란드 총선 결과, 집권 법과 정의당이 속한 통합 우파가 하원 과반을 차지하며 재집권을 확정 지은지 6개월도 안돼서 벌어진 일입니다.
2015년, 법과 정의당의 집권 이후 ‘하느님과 가족’이라는 가톨릭적 기치 하에 보수적 사회정책이 펼쳐지는 동시에 각종 복지 정책(출산 지원금 인상)이 확대되고 이전 정부부터 이어져오던 경제 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등 안정적 사회경제구조를 이루었습니다. 거기다 농민층의 전폭적인 지지가 뒷받침되며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반 가톨릭적 행동 처벌 강화(신성모독적 행위 기소, 최대 징역 2년), 사법부 인사권 행정부 장악(법관 정년 연장은 대통령 승인 하에 가능 등), 낙태 제한 강화(전면 금지도 검토하다 철회), 기자 취재 권한 제약(결국 법안 철회), 폴란드 민족주의 기치하에 극우단체 활동 묵인, 성소수자 없는 도시 캠페인 등 각종 권위주의적 정치가 펼쳐져 유럽 내에서 논란이 되어왔습니다.
이에 야권(PO+.N+PSL+SLD)은 유럽 의회 선거에서 연합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 유럽연합(Koalicja Europejska, 약칭 KE)이라는 선거연대를 결성하며 법과 정의당과의 양강구도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반 난민 강풍이 불고 있는 중부 유럽 비셰그라드 그룹(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의 정국을 이기지 못하고 7%p차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법과 정의당의 우세는 더욱 확실 해졌으며, 야권연대가 유럽의회 선거 패배로 그 추진력을 잃은 후, 새로이 만들어지는 좌파연합 LEWICA(SLD+WIOSNA+LRAZ) 정도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국민운동의 탈퇴로 기존 우익 지지층이 대거 KONF로 빠져나간 K’15가 온건화 노선을 타고 기독교 민주주의, 중농주의 성향의 폴란드 인민당과의 연합을 결성하여 KP가 만들어졌으며, 유럽연합 잔존 세력(PO+.N)은 원래 있던 시민연합으로 복귀했습니다.
총선 직전 WIOSNA 대표이자 동성애자 정치인인 로베르트 비에드론의 영웅적인 소방구조활동으로 좌파연합 LEWICA가 잠시 주목을 받았지만, 약간의 지지율 상승을 빼고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19년 10월 13일, 집권 법과 정의당이 속한 통합 우파가 하원 과반을 차지하며 재집권을 확정 지었습니다.
기존 제1야당 시민연단이 속한 시민연합은 현상 유지 이하의 결과를 받았으며, 4년 전 봉쇄조항을 못 넘겼던 폴란드 좌파는 성공적인 의회 복귀를 이루어 냈습니다.
KONF 역시 의회에 진입하면서 가톨릭 기반 극우세력이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됐으며, 폴란드 연합은 여론조사보다 나은 결과를 얻으며 원내정당 지위를 유지하여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습니다.
그 와중에 법과 정의당이 상원 과반 확보엔 실패했지만 대부분의 권한이 하원에 있는 만큼 재집권에 큰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후 많은 정당들이 2020년 대선 모드로 들어갔으며, 안제이 두다 현 대통령의 연임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주자였던 도날트 투스크 전 총리가 불출마함에 따라 법과 정의당이 다시금 정국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면서 타 국가들처럼 집권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대선 구도 역시 압도적일 전망이었습니다.
하지만 법과 정의당 측이 5월 10일 대선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습니다. 코로나 확산에 대한 우려가 나옴에도 여당은 우편투표로의 전환을 강행하려 했으나, 해당 방식은 여권에 극도로 유리(투표 연기 여론조사와 비교 시 여당 후보 10%p이상 추가 득표)하기에 상원을 중심으로 범야권의 대대적인 반발이 터져 나왔으며, 여권 연합 내에서도 선거 강행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며 대선이 결국 6월 말로 연기되었습니다.
또한 제1야당 측에서는 매우 인기가 없던 마우고자타 마리아 키다바브-원스카 후보를 끌어내리고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 바르샤바 시장으로 교체하는 강수를 두었습니다. 이로 인해 대선 지지율이 두 자릿수나 폭등하여 같은 범야권의 시몬 호워브니아 무소속 후보를 제치고 2위 자리를 확고히 하면서 상황을 반전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에 따라 결선 전망 역시 안개 속에 빠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결선을 앞둔 현재, 여당 연합과 반EU, 폴란드 민족주의를 공유하나 우파 자유지상주의자로서 권위주의 성향의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법과 정의당 대표와 비교적 거리를 두고 있는 크쥐시토프 보사크의 지지층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결선의 향방을 가르게 될 전망입니다.
결선투표하면 차이가 줄긴 하겠지만 역전하긴 힘들겠네요.
역시나 두다가 또 이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