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피우는 것은 그것을 걸리는 것과 한 셋트거든요. 언젠가는 반드시 들키죠.
퇴근하고 잠시 볼일이 있어서 집 주변을 다니는데 산책 나온 댕댕이들과 마주쳤습니다. 총 네마리였는데 큰놈 작은 녀석 다양했어요. 제가 댕댕이 둘과 살아서 제게 개냄새(....)가 나는 건지는 몰라도 어딜 가나 개들이 제게 대부분 우호적이거든요.
그러나 남의 집 댕댕이와 마주칠 때 철칙은 절대 먼저 손을 뻗어 나아가면 안된다여서 우선 안녕~ 하면서 땡기면 가까이 와 보란 식으로 좀 기다려 봅니다. 가까이 오면 손바닥 말고 제 손등을 마주보이게 가만히 두면 와서 냄새부터 맡거든요.
오늘따라 마주친 댕댕이들이 죄다 칠렐레팔렐레 좋아 죽네요;; 제 손등을 핥고 배 만져달라고 길바닥에 발라당 누우려고까지 해서 견주에게 죄송하다 말하고 피해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댕댕이들에게나 잉끼짱인 이 몹쓸 개매력)
집에 가려는데 문득....축축했다 바짝 마른 손등과 무릎높이까지 앞발로 기댄 그들의 발내음이 흔적으로 남았음을 떠올렸습니다. 분명 이대로 가면...집에서 저를 기다릴 댕댕이들이 도끼눈을 하고 심문을 할 거란 말이죠. 그래서 잠깐 방향을 돌려 개간식집을 들러 간식을 한꾸러미 샀습니다. 직접 빚고 굽는 곳이라 무지 비쌉니다. ㅠ
집에 왔습니다.
백만년만에 상봉한 화석들처럼 달려와 품에 안기는 것도 잠시, 댕댕이 2호부터 멈칫 합니다.
'스탑...잠꽌만뇨 잠꽌만뇨오~ 이분 좀 이상함뇨오~'
이후 시작된 두마리의 콧구녕 스캔은 오랜시간 계속 됐습니다.
어찌나 킁킁거림의 속도가 빠른지 숨이나 제대로 쉬는 걸까 걱정될 정도였죠.
먼저 스캔을 마친 댕댕이 1호는, 오호라...니가 지금 여럿과 뒹굴다 왔다 이거지?! 하며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글을 쓰려고 그리 표현하는 것이 아닌, 정말 어색함과 경계의 눈빛이 됩니다! )
댕댕이 2호는 그와중에 몇이나 만났는지 조서라도 쓸 기세로 화장실까지 쫓아와서 변기에 앉아있는 저의 발꼬락에 로그인한 후 스캔을 멈추지 아니합니다.
그러나, 10년을 넘게 이들과 산 제가 이 위기 하나 극복 못한다면...진즉 뜯어 먹혔겠죠.
아까 사 온 간식을 눈앞에 모두 펼쳤습니다. 절대 포장을 뜯지 아니하고 펼쳐놓기만 합니다.
그래야 이 포장을 뜯어야 먹고 그걸 뜯어 줄 사람은 방금 바람 피우다 돌아온 저 뿐이란 걸 인식시킬 수 있거든요.
아직도 저 말캉한 계란찜같은 간식은...제가 먹어보고싶지만 꾹 참고 이따 약 먹이고 한입씩 나눠줘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의 요지는...
바람 피우지 마시고요, 피우셨으면 들킬 준비나 하십시오. 휴먼-
재밌게 읽었숩니다 ㅎㅎ
이따 배변판 뒤에서 만나~
근데 많이 다르네요..눈물이..댕댕이들이 로제아아짐..차라리 남자를 만나고 들어오라고 그러는거 같;;;
여럿과 뒹굴다가 걸리면 돈으로 때우는(!!) 분...
에이...다 알아요...
ㅋㅋㅋㅋ
회사에만 있었다면 발냄새가 안날수가 없는데 안난다면...
그런데 제 집은 사람이나 댕댕이들이나 다 같은 성인데 바람(?) 피우는 꼴을 못 봐요. ㅠ
이 고양이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