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농촌 지자체에세 체납세 징수 관련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3인 1조로 움직이는 팀이 밖에서 체납차량을 조회하여
체납차량 번호판을 영치합니다. 저는 사무실에서 민원대기합니다.
어떤 차량을 보니 체납세가 있긴 하지만 금액이 소액(14만 5천원 정도)이어서
영치는 하지 않고 영치 예고증인 빨간 딱지만 붙여놨습니다.
납세자를 대충 조회해보니 주민세가 면제라고 나와서
기초생활수급자라는걸 알았고 차량은 생계에 쓰는 차량인 것 같았습니다.
이 분이 한 시간쯤 뒤에 빨간 딱지를 들고 사무실로 오셨습니다.
세금을 못내 죄송하다면서 가진 돈은 없고 지역상품권 15만원어치를
내놓으셨습니다. 아마도 최근에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받으신 것일 겁니다.
그야말로 피같은 돈인데도 그걸로라도 세금을 내시겠다고
군청까지 오신 겁니다. 사실 일반인들이 관공서 방문하는거 쉬운 일 아닙니다.
상품권으로는 세금을 낼 수가 없어 안 된다고 말하려다가
그래도 세금을 내겠다고 군청으로 어려운 발걸음을 하신 분
되돌려 보내기가 너무 죄송해서 상품권을 받고 일단 제 카드로 납부했습니다.
차액은 그분 계좌를 알아내어 입금해드렸습니다.
차액을 안 받겠다고 극구 사양하시는걸 그러는게 아니라고
반드시 받으셔야 된다고 주장해서 겨우 내드렸습니다.
공감글에 사회복지공무원에게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인간말종 같은 놈들이 있는 반면에 어렵게 살지만
그래도 세금을 내겠다고 하시는 그런 분도 있습니다.
전 이런 분들 덕분에 월급 받고 먹고 살고 있습니다.
글쓴님 파이팅입니다!
+ 아 제가 알고 있던건 압류 안 당하는 통장이었네요.
그분도 님도 넘 훌륭하세요.
군청에서 일하시면서 이렇게 매뉴얼 이외의 일처리를 하신거 정말 감사드립니다!
바로 몇 일 전에도 시청업무 보면서 참 여기는 답답하다 생각했었는데... (뭔가 일 벌이고 수습하는 범위가 넓어지는걸 꺼리는 눈치)
감사드려요!
글을 내리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공무원은 저런 융통성 발휘하다 큰일납니다.
차라리 현장에서 본인 현금으로 처리해드렸어야...
맞는말인지 틀린말인지
정말 있었던 일이라면 글 내리는걸 추천합니다
문제 삼으면 문제가 되지만 문제 삼지 않으면 괜찮다는 말 처럼요.
굳이 이런 사안을 누가 문제 삼을 것이며 문제 삼는다 한들 공직생활에 중대한 과오가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원칙 중요하고 원칙 지키는거 좋습니다만 우리 사회가 그 정도 사리분별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게다가 무슨 이득을 편취한 것도 아니고 필요하면 계좌 까면 되니까요.
우리가 두 눈 부릅뜨고 원칙을 따져야 할 건 이런 사안이 아니죠.
그리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벅찬 분들이 담당 공무원이 빼도박도 못할 정도로 그렇게 주도면밀한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렇게 가난하기도 어렵습니다.
애써 부정적으로 보려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걱정하는 마음은 같다고 생각되니... 잘 넘어가겠지요...
현금이든 카드이든 공무원이 아닌 개인자격으로 대납해드리는게 큰일 날 일이라거나 공무원으로서의 품위위반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금전상 이득을 취한것도 없구요.
만일 그분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는 상품권으로 세금 납부했다고 얘기하고 다른 사람들이 누구는 상품권으로 내는거 받아줬는데 왜 자기는 안되냐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후의 일을 혼자서 감당한다면야 모르겠다만, 그런 얘기들이 퍼지고 퍼지다보면 전국의 다른 세금납부받는곳의 직원분들이 시달릴수있습니다.
억지로 부정적으로 보기위해 확대해석하는것도 아니고, 설명을 제대로 하신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문제될 수 있을만한 사안은 맞다고 봅니다.
맞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날 여지도 분명히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도 그런 문제가 있을까봐 사실 이걸 받을까말까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상품권으로 내도 될까말까 상당히 고민한 끝에 상품권을 가지고 오셨을 겁니다.
본인 나름대로는 사실 자존심을 내려놓으며 세금을 내러 어려운 발걸음을 한 것이죠.
그런 분한테 그 자리에서 '지금 뭐하시는 거냐, 상품권으로 세금 내는게 말이 되느냐
업무를 그렇게 처리하지 않는다 다음에 현금 생기면 그때 내시라'며 말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상품권을 받을때 원래 이렇게는 하지 않지만 이것 때문에 여기까지 오신 성의를 봐서
해드리는 거라고 그분에게 분명히 얘기했습니다. 그분이 나이가 비교적 젊은, 사리분별이
가능한 분이라 다른 곳에 가서 그런 일을 얘기하실 분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세상 일이란게 참 모르는게, 본인은 선의로 한 일이 뜻하지 않게 좋지 않은 결과를 빚을 수도 있죠.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 중에 '아 상품권으로 세금 내도 받아주는구나. 다른 사람에게도
그게 가능하다고 얘기해야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은 아마 없을테지만 혹시라도
그런 오해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한건 어디까지나 업무상 저의 순간적인 판단에 의한 것일 뿐 이게 정석이 아닌 것은 당연합니다.
간과하기 쉬운 부분을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도 이런 점을 충분히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다 감사합니다.
없이 사는 사람들은 어떡하든 세금 내려고 저리 노력을 하는데
전국에서 세금탈루 제일 많은 동네가 강남3구 ㅠㅠ
글쓴이와 그 분의 성품이 묻어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서민은 악착같이 세금 내고, 돈 많은 부자들은 안내도 호의호식하는 사화가 바뀌길 바래봅니다
MBC에 미담으로 제보하고 싶네요 ㅎㅎ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던 놈이 떵떵거리며 사는 세상에서 ㅠㅠ 감동
세금 안내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가 했습니다
저분은 그런걸 하나도 못 누리고. 세금을 꼭 내려고 오셨네요.
참 씁쓸하고 슬프네요.
상품권 받아주신 글쓴님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