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 지지율
긍정평가: 87%(+35)
부정평가: 11%(-24)
긍정평가 76%p차로 절대적 우세
조사기관: Ipsos
조사기간: 3/20-21
표본크기: 800명
중국 우한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남미에도 들이닥친 가운데,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의 지지율이 단 9일 만에 무려 35%p나 폭등하였습니다.
3월 15일부터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외국인 입출국금지와 야간통행금지령 등 단호한 조치를 이어나간 것이 매우 고평가를 받은 걸로 보입니다. 또한 반 부패 운동으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었던 것이 지지율 도약의 기반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1월 26일 치러진 페루 조기 총선 결과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자식들(게이코 후지모리, 겐지 후지모리)이 이끄는 제1야당 민중권력당이 의석을 80% 가까이 잃으며 대참패한 것의 영향도 있습니다.
지난 90년대, 일본 이민자의 자식인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집권기간(1990-2000) 동안 대테러 강경책, 경제발전 등의 성과로 한동안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친위쿠데타를 통해 의회를 해산하여 독재정치를 강화했으며 이후 인권 탄압과 부정선거, 3선 개헌을 위한 뇌물 살포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결국엔 탄핵당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후지모리가 실질적인 모국인 일본에서 지내다 칠레 방문 후 각종 범죄혐의로 페루로 송환되면서 감방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이후 대통령들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자 후지모리에 대한 대대적인 향수가 일어나며 자식세대들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는 2011년 대선에 출마하여 결선투표까지 진출했으나, 저소득층에 대한 강제 불임 수술을 시행한 것 등 후지모리 정권 시절의 각종 만행이 드러나면서 48.5%의 지지율로 낙선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이에 굴하지 않고 2016년에 두번째로 도전하면서 1차에 무려 39.86%의 지지(2위와 18.81%p차)를 받으며 승기를 굳히나 했지만, 3위를 차지한 좌파 진영이 후지모리 세력의 귀환 가능성을 보고 경악한 나머지 2위를 차지한 신자유주의자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결국 결선에서 쿠친스키 측이 엄청난 초접전 끝에 0.24%p라는 간발의 차로 간신히 승리(50.12% Vs 49.88%)하면서 문턱에서 좌절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총선에서는 민중권력당이 73석으로 과반(66석)을 넘겼으며, 반 쿠친스키 세력과 합치면 2/3을 육박하여 불안정한 정국이 지속됐습니다.
마침 남미전체를 휩쓴 오데브레시 뇌물 스캔들(브라질 건설회사 오데브레시가 남미 전역의 국가에 진영을 가리지 않고 뇌물을 살포한 사건, 브라질에서는 비주류이던 보우소나루가 당선되는데 큰 영향)이 터지면서 쿠친스키 대통령의 이미지가 치명상을 입고 전임 대통령들이 죄다 기소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 와중에 후지모리 직전에 있었던 알란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뇌물혐의를 받자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에 게이코 후지모리 측에선 정치권 전체의 이미지가 나락에 떨어진 지금 이야말로 정국주도권을 장악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쿠친스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선언, 이대로 후지모리 가문이 대통령 자리를 탈환하게 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막판에 아들인 겐지 후지모리가 쿠친스키 대통령과 아버지의 사면을 조건으로 자기 파벌에게 탄핵 기권표를 던질 것을 약속하여 탄핵안이 부결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민중권력당의 권력 암투가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반 후지모리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 이제 와서 후지모리를 사면하는 것은 명백한 공약 파기였으며, 여당마저 등을 돌린 끝에 2차 탄핵이 진행되자 쿠친스키 대통령은 사임을 선언했으며 검찰에 곧장 출국금지 명령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사태가 여기까지 흘러가자 이제 후지모리 진영을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새로이 대통령에 취임한 마르틴 비스카라 제1부통령은 집권 여당에서 탈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이후 여당 변화를 위한 페루인은 자진해산)
그렇지만 이 모든 이점에도 불구하고 비스카라 대통령이 2018년 민중권력당의 지방선거 패배와 게이코 후지모리의 부패 혐의 구금, 알베르토 후지모리의 사면 취소 직후 반부패법 국민투표를 비장의 카드로 내걸면서 모든 것이 뒤집혔습니다.
지속되는 부패상을 지긋지긋하게 여기던 페루인들이 이에 폭발적으로 호응하여, 국민의 73%가 투표한 와중에 85% 이상의 찬성으로 비스카라 측 개헌안 3개(법관선출위원회 개혁, 선거자금 규제 강화, 의원 연임 금지)를 통과시켰으며, 90% 이상의 반대로 양원제 부활(비스카라 찬성->반대, 후지모리 찬성)이 부결됐습니다.
이후 비스카라는 의회의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국회의장 친척, 부패혐의자 포함)을 명분으로 의회를 해산시켰으며, 민중권력당은 이에 반발하여 부통령을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했으나 부통령이 자진사퇴하며 반격의 동력을 잃었습니다.
그렇게 치러진 조기 총선 결과, 민중권력당이 겨우 15석만 지키는 대참패를 당하면서 마침내 페루에서 후지모리즘은 그 수명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습니다. 투표율 또한 무려 20.83%나 상승(2016년 총선 대비, 대선 투표율은 80%대)하였습니다.
이에 반해 총선에서 기독교 우파 세력이 대거 성장하면서 또다른 불안의 씨앗을 내보인 면도 존재했습니다. 게다가 의회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은 정당이 없어지면서 차기 선거 구도 역시 오리무중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로 비스카라 대통령의 인기가 초월적인 수준까지 도달하면서, 해당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내년에 있을 선거에서의 영향력이 매우 커질 전망입니다.
해당 선거에 뽑힌 의회의 임기는 2021년 4월 정기 선거 때 끝나며, 정기 선거에선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가 함께 치러집니다. 총선은 26개의 중대선거구에서 전국 5%이상 득표, 혹은 중대선거구 7석 이상 확보 정당들에게 의석이 분배됩니다.
페루 헌법은 연임을 금지하지만 현 대통령은 승계한 것이기에 해당 선거에 출마할 수 있으나, 현재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입니다.
감사합니다.
박근혜탄핵보다 더한일이 나와야 바뀔려나요
전 회의적이네요 ㅎㅎ 재정신 박힌 사람들이 더 열심히 할수 밖에
조선일보 글 입니까?
꼭 우한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암튼 의석 구조와 정치 지형을 보면 여기도 내년 총선거에서 합종연횡으로 한치앞도 모를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