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말 일반적인 평범한 사람입니다. 라고 적어보지만 제 주변에서는 어릴 적부터 제가 상당히 독특하고 특이했다고들 합니다. 물론 40대 중반인 지금도 여전히 특이함은 남아있다는 얘기를 하기도 하네요. ㅎㅎㅎ
제 동년배들은 대학을 입학할 즈음 imf를 겪었습니다. 때문에 많은 집이 풍비박산이 나기도 했고 우리 동기들은 서로 앞다투어 군대를 가기도 했습니다. 군대를 다녀와서는 취업이 거의 막혀 많은 젊은이가 길을 잃고 헤매이기도 했습니다. 안타까운 상황이었죠. 그래도 당시는 세상이나 기득권에 대한 원망보다는 국가적인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생각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물론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반전아닌 반전이 있기도 했구요.
저 역시 지방지잡대라고 불리우는 곳 출신이기에 특출남도 없어 꿈꾸던 대기업은 입사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우연찮게 메이저 언론사에 입사해 1년 정도 근무를 하다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방향을 틀었습니다. 남들은 퇴사를 결심한 제게 미친놈이라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언론사는 매일경제라는 곳이었기에 지금까지 근무를 했다면 17-18년차가 되었겠군요. 버티고 버티면 왠만한 중책까지 갈 기간이죠.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겁니다. 내가 죽을 것 같았고 죽기엔 너무 젊었기에 퇴사를 하고 자동차 계열로 이직을 했습니다. 현대기아는 아니지만 꽤 큰 1차 협력사 연구직이었습니다. 입사 첫날부터 팀장은 낙하산이라며 아니꼬운 눈빛으로 '난 너 싫다. 알아서 나가라'라고 하셨습니다. 팀장이 그러니 팀원들은 더욱 얘기할 것도 없었죠. 거기에 연구담당이사님은 '너 2달 안에 그만두고 집에 가게 해주마'라고 하셨습니다. 부친께서 회사 회장님과 친분이 있다는 것이 이리도 걸림돌이 되더군요. 내가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문제가 되고 시기질투의 대상이 되는 구나...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입사 후 1달, 2달이 지나는 동안 몇가지의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당시 제네시스 신차 개발이 한창이었는데, BH라는 프로젝트 명으로 한차례 디자인 필터링이 이루어져 상당히 연기된 프로젝트였습니다. 디자인을 전공한 지라 개발에 실패한 아이템을 보고 지나가는 말로 디자인 자체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디자인인데 이걸 어떻게 양산화하느냐 한마디를 내뱉었었죠. 그 한마디에 관련담당자와 고객사 담당팀이 그렇게 잘났으면 네가 개선해서 제안해봐라 라는 분위기로 연결이 되었습니다. 시간은 2주. 한창을 고민하다 디자인미팅이 있던 날 새벽에 몇장의 렌더링을 뽑아낼 수 있었고 미팅은 다행히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이후 현대디자인팀에서는 그 제안을 수용하게 되었고 실제로 양산이 되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죠.
그 이후 업무는 과도하게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하기 애매한 것은 잘난 너가 다 해라. 라는 분위기였습니다. 고급신차 기획이 시작되고, 국내에서는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아이템들이 회사로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의 선진기술을 배우기 위한 파견자를 뽑아야 하는데 전 당연히 제외되었고 실무는 담당을 해야 했습니다. 아이러니하죠. 하지만 별수 있나요. 디자인을 하고 거기에 설계까지 도맡아 하고 샘플까지 제작을 해야 했습니다. 금형이 나오기 전이니 다른 차량의 부품을 가공해 샘플을 만들어 평가하고 성공하면 그 공정을 바탕으로 설계에 반영해 시작차 개발을 했습니다. 양산 전 개발과정에서 용도차라는 이름으로 수백대의 샘플을 만드는데 그 모든 차 부품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지원은 현장제작자, 그마저도 아무것도 못하는 아주머니 한분이 전부였구요.....
야속해도 시간은 잘만 흘러갔습니다. 그렇게 제네시스를 양산하고 에쿠스를 양산하고 기아의 K9을 양산하고... 쌍용의 신차는 개발이 중단이 되고.... 하는 과정에 10여년이 흘러갑니다. 처음부터 시작된 직장 내 괴롭힘과 왕따, 비아냥. 열심히 묵묵히 일하고 성과가 나면 없어질 줄 알았습니다. 교육을 받고 신차에 신기술을 연구하고 특허를 내고 신기술 발표를 하고하면 인정이 아닌 그냥 괴롭힘 정도만이라도 그만둘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니더군요. 처음 경험하는 괴롭힘과 왕따..... 히야.... 이게 사람 피를 말립니다. ㅎㅎㅎㅎ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하던 제가 우울증세와 심장부정맥 증상이 시작되었습니다. 난생처음 자살하고 싶다. 죽고 싶다. 죽이고 싶다. 사람이 두렵다 등등의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고 심장이 멈춰 쓰러지는 일이 자주 생겼습니다. 전신마비와 반신마비로 응급실에 실려다니고 그런 와중에 종합검사도 자비로 받아봤지만 결과는 이상없음이었습니다. 그렇게 망가져가는데도 회사 팀원들은 아랑곳 안하더군요, 더이상 그들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설계팀에서의 10여년.
시간이 지나 보직발령이 새로 날 기회가 있었고 눈여겨 보던 중역에 의해 타 팀을 신설해 옮긴 후 새로운 업무에 도전을 했습니다. 결과와 평가는 매우 좋은 편이었습니다. 2-3년의 노력에 결실이 보일 때 즈음 다른 사람에게 팀을 넘기고 또 다른 업무를 정상화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고민 끝에 가서 1-2달을 거의 날 새우다 시피 레이아웃을 짜고 업체와 미팅을하고 후배직원을 가르치고... 죽어라 일만 했죠. 하지만 중국발 사스보복으로 고객사가 어려워지자 우리 회사도 덩달아 어려워졌고 구조조정 대상 0순위에 제 이름이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와이프와 상의 후 망설임 없이 그 소식이 들리던 날 점심에 사표를 던지고 집에 왔습니다. 홀가분하게요. ㅎㅎㅎㅎ 정말 편하더군요. 사용하지 못했던 연차 소진을 위해 2-3주 해외여행도 갔습니다. 전화는 당연히 끄고 갔습니다. 다녀와서 퇴사를 하던 날 간 회사에서 마주친 중역들이 웃으며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너 나가서 뭐할래? 넌 어디서 오라는 곳도 없어. 돈 벌어야지? 전 웃으며 알아서 잘 할테니 영감님 안위를 스스로 챙기세요. 하고 집에 왔습니다. 10년 근속포상을 받은 지 2-3년 정도 된 시점이었을 텐데... 아무 의미없더군요.
그렇게 집에 와서 1년 정도 안식년을 취했습니다. 돈은 빠르게 줄어갔지만 마음이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마음과 정신, 그리고 육체를 채우고 있었으니까요. 그 후로 장고의 고민 끝에 개인사업자를 시작했고 지금 오늘까지 만으로 1년 6개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홍보와 광고를 하지 않는 특성상 큰 매출이나 벌이는 아니지만 와이프와 둘이, 고양이 3마리를 데리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적는 이유는, 클리앙을 눈팅하다보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저와 같은 경험을 하는 경우가 있고 약간은 다른 경우가 있지만서도 유사한 결심읋 하는 분들이 있어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기술을 해봅니다.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자신만의 특기를 발굴하고 연마/개발하면 나와 비슷하거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서로를 찾게 되어있습니다. 한국 뿐만아니라 글로벌 전체를 봐도 80억 인구 중에 나와 비슷한 사람 없겠습니까? 자신을 믿고 많은 노력을 하면 자신만의 길이 보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말도 안되게 어지럽고 흉흉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만, 다들 힘내서 이겨내시기 바라고 언제나 즐겁고 힘찬, 보람있는 하루가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남의 떡이 커보이지만 실제로 그 떡은 맛이 있을 수도 있고 맛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내 떡을 부러워 할 수도 있는 거구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자존감을 키우고 뿌듯해할 수 있다면 그것 부터가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는 점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세요. 그럼 이만......
* 추가.
고양이 사진을 추가해달라는 분의 요청으로 3마리 동시 샷과 막내 치즈녀석을 올려봅니다. :)
이건 일을 잘한다고 극복되는게 아니구요.
퇴사&창업 하신것 진심 축하드립니다.
성공하셔서 후배들에게 좋은 케이스가 되어주세요.
지금 개인사업은 혼과 열을 다해 진심을 담아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많은 고객분들이 제 진심을 알아봐주시고 있어서 너무 즐겁습니다. :)
제가 롤모델을 삼고 싶으시네요.
앞으로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근데 고양이 사진은...???
롤모델이라니요.... 부담스럽고 부끄럽습니다. 지금도 팬을 자처하시는 분들이 몇분 계십니다. 항상 고맙고 힘이 되는 분들입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보니 그런 일도 생기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
고양이 사진 하나만... ㅜ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하며 고양이 사진 올려주세요
항상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Vollago
회사 취직하고 연차도 비슷하시고... 제가 요즘 느끼는 그거 딱 퇴직하시기 전 상황이랑 너무 오버랩되어서 공감이...
몸축나기 시작하는 것도 비슷하네요. ㅎㅎㅎ
지금은 어떤 일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자동차 업계 관련 창업을 하신건지...
전 만약에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면 지금 하는 일과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
나이가 나이인 만큼 잘 받아주는데가 없는데다 분야가 바뀌면 경력도 안쳐주니까 쉽지 않네요.
생판 해본적 없는 창업은 겁이 나고 (한번 망하면 재기가 힘들거 같은 두려움 있잖아요.)...
의외로 회사 나가신 분들 보면 잘들 지내시는거 보면 용기를 얻다가도 내가 나가면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고요. 이래저래 생각만 많아지고 있어요.
우리 70년대 생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라는 푸념도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세상만사 이겨내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자동차 인테리어 수제작 커스터마이징 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던 일이었고 즐길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고심 끝에 이 업종을 택했습니다. 가장 좋은 건 다시 재취업을 하고 녹봉을 받는 것 이지만 한번 정도는 모험을 떠나볼만했기에 신나는 모험을 택했습니다. 외국계업체에서도 제의는 있었지만 결국 내 자신을 신뢰하는 방향으로 정했구요.
회사는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라는 명대사가 있잖아요? 그 마저도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제가 떠나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
감사합니다.
/Vollago
이 과정에 등장하는 분이시겠네요 ㄷ
근데 돈 벌어야지? 이건 무슨 의미에요?
이제 우리 40대가 세상에서 기성세대가 되어 버렸습니다. 선대와 후대의 중추역할을 제대로 해야 건전하고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데.... 회사건 사회 조직이건 문제가 없는 곳을 찾는게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정말 가슴이 아프고 밤잠 못자는 시기이죠. 특히나 40대면 누군가를 제치고 밟고 올라서거나 나가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더욱 그렇죠.
모쪼록 정신은 맑고 투명하게 가슴은 뜨겁게 달궈서 건강한 세상만들기에 이바지해주시기 바랍니다. 화이팅!
고생많으셨고 앞으로 좋은일만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건강도 조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