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건물은 특이합니다. 대부분의 국가기관 건물은 턴키방식으로 지어집니다. 디자인을 공모하고, 선정된 업체가 책임을 지고 건축을 끝낸 후에, 사용자는 출입키만 받습니다. 그런데 현재 대검찰청 건물은 사용자인 검찰이 설계를 직접 제안하고 의뢰했다고 합니다. 분명 사용자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을 것입니다.
건물은 좁고 긴 심플한 직육면체입니다. 이 상자각같은 구조는 정면에 안으로 숨겨도 될 기둥을 바깥으로 내 놓으면서 조금 변합니다. 지금은 없어진 관행이지만, 이 기둥을 통과하면 기소되어 들어가는 자가 마주칠 포토존이 있습니다. 우리가 익숙한 대검찰청 건물의 유일한 포토존의 각은 항상 건물 안에서 밖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검찰이 아니고 피의자들입니다. 건물의 창은 외벽 안으로 설계되어 주위가 격리되어 있습니다. 건물에는 발코니가 없어 내부의 권력이 바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없습니다.
난 윤석열이 뜬 이후, 그가 나오는 기사 사진들에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거의 모든 사진들이 밥 먹으러 가는 윤석열이었습니다. 사진은 아래에서 위로 각이 잡혀 있습니다. 서열은 높이 입니다. 캣 타워를 만들어 놓으면 가장 높은 곳에 힘이 센 고양이가 올라가고, 순서대로 자리를 잡습니다. 저렇게 은은하게 위로 잡아 준 각은 무의식 중에 검찰의 지위를 시민의 위에 자리잡아 주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첫 번 째 장치는 높이입니다.
그는 시선은 항상 다른 쪽 출구를 향하고 있습니다. 측면 인물화는 얼굴의 굴곡을 가장 확실하게 잡아줍니다. 앞면에서 보면 굴곡은 음영등의 기법으로 간접적으로 드러나지만, 측면을 잡아주면 그 높이가 있는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항상 우리를 외면합니다. 검찰의 권위를 드러내기 위한 두 번 째 장치는 바로 방향입니다.
본관에서 별관으로 가는 통로에는 유리가 가로 놓여져 있습니다. 안에 있는 피사체를 완벽하게 볼 수는 없고, 어느 정도 블라인드를 해 줍니다. 그 세로 음영 사이로 우린 피사체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시선에서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권위를 보호해주는 세 번째 장치는 구분입니다.
그리고 제 눈에는 갈색 창틀이 인상적입니다. 마치 인물화가 있는 프레임 같죠. 네 윤석열의 사진을 하나의 프레임처럼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초등학생의 그림도 액자를 해주면 그럴 듯 해 보입니다. 그들의 일상이 아주 대단한 것처럼 보이죠. 네번째 효과는 액자인 것 같습니다.
지난 번 인사이동을 한 후에는 이제 아예 단체로 나옵니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방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야 하고, 짧은 복도를 지나가는 동안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밖에 사진기자들을 대기 시켜야 합니다. 위에 제가 쓴 프레임 네 개에 정확히 위치 하기 위해 네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왜 이런 계산을 했을까요? 그들의 행적을 벽에 건 겁니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오히려 검찰개혁을 앞당기고, 검찰을 해체 수준으로 몰아갔지만, 이 사진을 통해서 우린 그들이 일말의 반성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린 반드시 다시 온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밥먹는 검찰 사진이 윤석열 뿐이었을까요?
여러분 아주 오래 전부터 그들은 시민들에게 이렇게 등장했었습니다. 의식하지는 못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논두렁시계 조작으로 몰아갔던 검찰들도 바로 이러한 이미지로 우리와 만났었습니다. 바로 그 똑같은 "밥 먹으로 가는 검찰" 이었던 겁니다.
어제 전 66년간 지속되어 온 권력이 해체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1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찍어준 투표 용지 하나하나가 초록색 불이 되어 켜졌습니다. 지난 9월 우리가 들었던 촛볼이 또 그렇게 초록불이 되어 들어 왔습니다. 자신을 불쏘시개로 던지신 조국 장관님의 열정과 희생이 또 그렇게 초록색 빛으로 밝혀졌습니다.
권위를 잃으면 이미지도 희화화 됩니다. 그들의 높이는 불안감으로 보이고, 방향은 퇴장하는 것으로 보이며, 구분은 구경거리 대상이 되고, 액자는 쇠창살로 보입니다.
검찰 여러분 오늘도 "밥" 맛있게 쳐 드세요.
사진출처
사진 1: http://news.bbsi.co.kr/news/articleView.html?idxno=967932
사진 2: http://v.media.daum.net/v/20200110122836766
사진 3: 연합뉴스
신년사때 기레기들에게 이쁘게 찍어달라고 부탁하던데
서열순으로 식사 하러가는 모습이 이제는 '유리로 만든 동물원'의 식사타임을 보는 기분이에요. ~ㅎ
시대가 바뀌고 있고 검사 본인들 스스로 희화화를 자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할텐데 말입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는 아니어도
프레임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시대네요.
이제 촌스럽고 짜증나기까지한
기레기들의 프레임 기법이
쓰레기통에 쳐박히는 그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