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근무시간으로 모공이 뜨거운데 사실 그렇게 근무시키는 것은 인간적으로 문제가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 정부지원으로 하고 있는 것이 입원전담의 - hospitalist- 제도입니다.
전공의 대신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의사들이 병동을 맡아서 입원환자를 보게하고 그로 인해서 추가되는 인건비는 정부에서 수가를 높여서 보조해 주는 형식이 됩니다.
사실 병원 입장에서는 잘만 운영되면 병원에서 직접 지출되는 인건비는 거의 없거나 조금만 들이고 전문의를 고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그래서 대우도 일반 대학교수보다도 더 좋습니다.
근무시간은 1주일에 40시간 이상이면 되고,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소위 Big 5라고 하는 곳은 연봉이 대략 2억이나 그 이상이라고 합니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페이닥터'라고 할까요? 정교수보다 많이 받는 셈이죠. (그래서 교수들 사이에서 자조적으로 돌아가면서 입원전담의를 하자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입니다)
여기서 반전은, 그런데도 사람을 구하기 힘들어서 올해도 어느 대학병원에서는 15명 모집에 10명만 지원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결국은 직업적 안정성이 떨어지고 전문성이 인정받지 못해서라고 봅니다.
당장은 돈을 많이 받을지라도 언제까지 당직을 서가면서 이 일을 계속해야 할 지 불안하기도 하고, 그냥 전공의 때 일을 계속하려고 전문의가 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있을겁니다.
직장을 선택할 때, 꼭 일이 힘들어서 사람들이 기피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입니다.
나는 의학의 신 그리고 건강과 모든 치유, 그리고 여신들의 이름에 걸고 나의 능력과 판단으로 다음을 맹세하노라
나는 이 선서와 계약을 지킬것이니, 나에게 이 의술을 가르쳐준 자를 나의 부모님으로 생각하겠으며, 나의 모든것을 그와 나누겠으며, 필요하다면 그의 일을 덜어주겠노라. 동등한 지위에 있을 그의 자손을 나의 형제처럼 여기겠으며 그들이 원한다면 조건이나 보수없이 그들에게 이 기술을 가르치겠노라. 교훈이나 강의 다른 모든 교육방법을 써서라도.
나는 이 지식을 나자신의 아들들에게, 그리고 나의 은사들에게, 그리고 의학의 법에 따라 규약과 맹세로 맺어진 제자들에게 전하겠노라. 그러나 그외의 누구에게도 이 지식을 전하지는 않겠노라
나는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내가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것이며,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떠한것들도 멀리하겠노라
나는 요청 받는다 하더라도 극약을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것이며 복중 태아를 가진 임신부에게도 그러할 것이다.
나는 결석이라도 자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기술을 행하는 자(외과 의사)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할 것이다. 내가 어떠한 집에 들어가더라도 나는 병자의 이익을 위해 그들에게 갈것이며 어떠한 해악이나 부패스러운 행위를 멀리할것이며, 남성 혹은 여성, 시민 혹은 노예의 유혹을 멀리할것이다. 나의 전문적인 업무와 관련된것이든 혹은 관련이 없는 것이든 나는 일생동안 결코 밖에서 말해서는 안되는 것을 보거나 들을것이다.
나는 그와 같은 모든것을 비밀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결코 누설하지 않겠노라. 내가 이 맹세를 깨트리지 않고 지낸다면, 그 어떤 때라도 모든 이에게 존경을 받으며 , 즐겁게 의술을 펼칠것이요 인생을 즐길수 있을것이다. 하나 내가 이 맹세의 길을 벗어나거나 어긴다면, 그 반대가 나의 몫이 될것이다.
정부가 챙겨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좀 챙겨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새로 시작했지만 이미 수년째 이 전담의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름대로 네트워크도 있고 골라서 병원에 지원합니다. 그러다보니 병원끼리 경쟁도 되고 있습니다.
보통은 연봉 1.5억 정도가 대부분인것 같은데 세후로는 달에 200만원 정도 밖에 차이 안나죠.
병원내 입지도 애매하고 경력 문제에 야간근무한다고 돈 더 주고 그런것도 아니라고 하네요.
의사들 세후 연봉으로 따지는 것 참 이해가 안가긴 합니다.
연봉은 세전으로 비교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말씀해주신대로, 안정성 내지는 전문성 문제이죠.
누가 평생 과장 이상 진급 못 하는 직업을 갖길 원하겠습니까.
돈을 부장급으로 주면 과장으로 평생 다닐 사람 많을 껍니다.
근데 대학교수도 사실 과장 이상 진급하는 거는 쉽지 않죠.
문제는 사람들이 돈을 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덕분에 기피과와 어려운 수술등을 시도하지 않게 되고 그 악효과를 가족이 톡톡히 보고 있군요.
의사 수가 부족해서 진료가 어려운 일이 우리나라에서 있나요?
특정 과의 전문의가 부족한 것이 전체 의사 숫자와는 무관한 일이란 것은 넘치도록 근거가 많습니다.
제 월급이 적으니 돈을 더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자금줄이 막혀서 운영이 안 되는 곳이 있는데 상식적인 돈 좀 줘서 돌아가게끔해줘라 하는 이야기를 하는거에요.
그 어느 의사도 그런거 원하지 않습니다 ^^
당장 저조차 유아를 다루는 유치원 교사나 맛집 손맛 요리사님이 훨씬 소중하다고 느껴집니다.
한국에서의 의사로서의 자조는 백날 말해봐야 배부른 돼지의 자조로 듣는 세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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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형병원은 의사가 부족한게 아니라 이것저것 안따지고 말 잘듣는 최저시급이하의 노예가 부족한것입니다.
보상은 관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의사가 우리나라보다 적은 보상을 받는 국가들은 우리보다 많이 못사는 나라들이 대부분인 것도 사실입니다.
이상적으로야 당연히 맞는 말씀이죠. 직업에 귀천이 없죠.
그런데 의료정책 같은 현실적이고 미시적인 부분에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개별 의대에 교육 위탁 하고,
전문의도 지원 받아서 국가에서 수요에 맞게 배정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단, 이 경우 의사 양성 비용도 국가에서 부담해야겠죠.
그런데 급여 비교해보면 한국이 유럽의사들보다 훨씬 더 높긴합니다.(소득빈부격차가 높아서, 한국 대기업이 유럽 대기업 보다 월급이 더 높습니다.)
제일 높은 영국 마저 이런 글을 쓰시네요.
http://www.kuma-uk.com/%EC%98%81%EA%B5%AD%EC%9D%98%EC%82%AC%EB%A1%9C-%EC%82%B4%EA%B8%B0-7-%ED%9C%B4%EA%B0%80-%EC%9D%BC%EC%88%98%EA%B0%80-%EC%9B%94%EA%B8%89%EB%B3%B4%EB%8B%A4-%ED%9B%A8%EC%94%AC-%EC%A4%91%EC%9A%94%ED%95%9C
프랑스도 주80시간 일하기싫어서 의사가 줄어든다는 뉴스도 있어요.
http://www.okja.org/europe_world/75873
달리 북유럽 국가들의 세금이 높은 것이 아닙니다. 당장 국가별 GDP대비 의료비만 봐도 우리의 2배는 됩니다.
2억줘도 안오면 3억 주면 올까요? 4억은요? 5억은요?
기본적으로 몸과 마음편하면서 워라밸지키고 세전 1억 넘는 일자리가 널려있는데 누가 갑니까
돈필요한 친구들은 아주 약간의 용기를 가지고 병원을 열고
편하게 살 친구들은 편한곳을 갑니다.
의사수 늘려서 개업해서 망하는 의사 잔뜩 생기고
다들 돈만 주면 어디들 벌떼같이 몰려들어야 해결될 문제입니다.
돈과 안정성, 이 두 가지가 충족되면 누가 안 갈까요? 이 두 가지가 보장이되서 사람이 몰리면 더 이상 기피과가 아니고 자연스레 그쪽으로 사람이 몰릴겁니다.
억지로 의사가 잔뜩 망하는 꼴 안 보셔도 해결 방법은 많습니다 ^^
망하는 의사가 없다는 거 자체가 수요공급이 무너진 상태입니다.
적정수보다 훨씬 적습니다.
의사는 공부 열심히 했으니 안망해야한다는 어릴적 환상속에 계시지 마세요.
의사라고 돈과 안정성 다 지켜줄 당위가 있나요?
타 직업들 모두가 하고 있는 일이에요.
종사자들이 전문성이 없다고 다들 인정하는데
왜 돈과 안정성을 보장해야할까요?
그것부터가 의문이네요
의사라서 안 망해야한다는 생각 가진 적 없구요. 치기 어린 환상도 아닙니다.
더불어서 의사도 망합니다. 왜 안 망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의사에대한 무조건적인 돈과 안정성에 대한 보장하라는 것이 아니라, 특정과에 대해서 보장하라는거죠.
왜 의사의 수입은 국민보험이라는 방식을 통해 강요하면서,
생존은 자유시장 방식을 따르라고 하시는건가요?
라이선스로 충분히.많이 보호받고 계시잖아요?
시장경제요? 누가 라이선스 제도 폐지하자고 했어요?
지금 숫자가 현저하게 적다는 겁니다.
결국은 "의사 너희들 돈 많이 벌잖아ㅎㅎ"로 귀결이네요.
의사 수 적죠. 특정과만요.
그 외에는 부족하지 않아요.
의사 수 늘려서, 잔뜩 망하는 꼴 보고, 알아서 해결되도록 한다.
이게 흔히 말하는 시장경제논리 아닌가요?
저기요 님께서 다른 직종과 동일한 잣대로 보라고 하셨잖아요.
다른 직종은 시장경제논리로 안 움직이나요?
ㅎㅎ참 편한 논리네요
서울대 병원장도 부족하다고 하고 나선 판국입니다.
네, 꾸준히 말씀드리잖아요. 대학병원은 부족하다구요.ㅎㅎ
경쟁력없는 개업의 망하면 대학병원에서 써주나요?
전공의 x년차 왠만하면 못할거같아요. 안하고싶어요.
특히나 ICU돌기, 응급실보기, 퐁당퐁당같은건 정말 잠깐이니까 버틴거지 이거 더해야된다그러면 너무 끔찍해요..
예전에는 더했지만, 아직까지도 대학병원은 전공의 목숨 깎아가면서 다른사람들 살리던거라고 생각해요.
에크모환자 한명이라도 생기면 뗄 때 까지 (2달동안 5명왔고, 3명 살았었는데 MI, Cardiogenic shock으로 넣었어서 돌아가신경우에는 보통 2~3일, 산분은 3일~1주 정도였었던거같네요. 생각해보니 카디오 절반넘게 오프가 잘렸던거같네...) 오프잘리고, 1~2시간 간격으로 노티하면서 중환자실에서 살았었고, 그와중에 정규시간에 카디오 ER 콜 + ICU + 병동환자 보고, 오프잘려있는 와중에 당직이면 풀모ICU까지 묶어서 당직이라 같이섰었는데 정말 이대로 어떻게하면 죽을수있을까 고민했었어요.
병동환자도 교수님들마다 다르지만, 정말 전공의한테 욕하고, 인격모독하고, 전공의가 아니라고 해도 자기멋대로 하고, 모든 검사(Patho/CT판독 등등 전부) 거의 푸시해야되고, 결과 이상하면 전공의한테 개지랄하는 교수가 있었는데 (아니 Patho에서 cancer가 안나온게 왜 전공의탓입니까.. 영상 교수님한테 직접 다시 부탁하시지, 왜 교수가 그런것도 못하냐고 제앞에서 욕하면서 나오게 만들라고 저한테 그러셨습니까...), 내가왜이렇게살고있지 싶어서 죽을까 하고 나가서 전국을 방황한적도 있었는데 어찌어찌 끝났었네요.
정말, 왠만하면 다시는 이런짓 안하고싶어요.
저도 2월 시험보고 졸국인데, 아래년차들한테 뭐라고 못하겠어요. 안쓰러워서.
월 세후 천만원, 천오백만원이면 전공의 월급 3~5배 사이일텐데 전공의때 하던거 또 하라고하면 못하겠어요.
군의관이든 공보의든 갔다오면 과거 기억들이 잊혀질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돈을 얼마를 줘도 저런곳에 들어가기 싫어요.
트라우마죠 정말 전공의 생활은.
사람들은 의사들의 평균 월급이라고 나오는 기사는 철썩같이 믿으면서 정작 의사가 시장에 나오는건 빨라야 30대 중반 늦으면 40대 초반이란건 생각하지 못합니다.
직장인은 50대에 명퇴하고 전문직은 평생간다고 하지만 의사의 일반 국민 대비 평균수명이 12년이 짧은건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 기준이면 18년정도 짧군요)
그냥 ... 사람의 인권과 존중을 기치로 삼는 그나마 사람다운 커뮤니티라는 클리앙에서 '의사'라는 얘기만 나오면 색안경을 끼고 돈 잘벌면 배부른 소리라는 글이 너무 많아 항상 상처를 받게 됩니다.
오늘도 밤새 심란한 마음에 쉬이 잠들지 못하겠네요..
한국이 노동에 대한 인식이나 보수가 많이 박해요... ㅜㅜ
그리고 20년뒤 그 댓가?로 백수에 공시 준비를...하아;
실제로 지금 치킨 튀기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몇번 글을 남겼었는데요.
지역 의료 오지에 야심차게 개원했다가 망하고 반년정도 치킨 튀기다가 취직해서 봉직생활을 하다가 설명 길게 해서 수익을 못낸다고 잘렸습니다. 봄에 취직하기 전까지 치킨 튀기고 있습니다. 솔직히 개원했을때보다 수익이 더 좋습니다. 봉직할때보다야 적지만요.
그렇게 힘든걸 계속 하는 이유요?
제가 배워온 것이고 거기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보람을 느끼는데 마냥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그래서 macman님처럼 힘들면 떄려쳐~ 비아냥같은 소리를 들으면서도 남들처럼 병원의 직원들 월급을 벌어다줄 수 있음에도 국민들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고집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죽을까 생각할 정도라잖아요 그정도로 힘들면 의사건 뭐건 그만두는게 맞죠. 힘들어 죽고싶다는데 그만두라고 말하는게 어이없는 발언인가요? 거참...
능력여하에 상관없이 직업을 그만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리고 배달이든 노가다든 경력없이 일할수 있는 일자리는 널리고 널려있습니다.
죽네사네 하는데 사지로 내모나요??
진짜 어이가 없는 댓글이네요 아오
그 직무만 공공화하면 될일이죠. 아니면 해당 직무만 국가에서 보조금을 더 주거나요.
근데 왜 그런부분을 일반화하는 거죠??
한탄하기전에 다른 직종들도 좀 보세요.. 적어도 내일 짤릴지 걱정은 안하잖아요~ it업계 과로사도 좀 보시구요.
어느 직종이나 힘들고 어려운 부분은 있어요.
힘들면 때려치면 됩니다. 아무도 안말립니다. 근데 전 의사 때려치고 치킨집 하거나 노가다 하는사람은 본적이 없네요.
그런데도 사람을 구할 수가 없어요. 병원에서는 자기 돈을 더 들여서 사람을 구하면 적자가 되니까 지금 저 정도에서 연봉이 책정됩니다. 이미 일반 교수들보다 훨씬 많이 줍니다.
특정 직종에 사람을 구할 수 없는 것이 단순하게 금액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특정 직무만 공공화가 가능한 것도 아니고요.
급여를 책정하고, 사람을 구해서 운용하는 것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냥 생각보다 의료인력의 수급이 복잡하다는 예 중의 하나입니다.
정부에서 돈을 보태줘가면서 사람 뽑으라고 하고, 대학교수들 보다 월급 많이 준다고 해도 전공의 대신할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어떻게 "의사 전체가 못해먹을 일이다"라고 읽혀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