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연구(?)차 해외에 장기체류하고 있는 1인입니다
늘상 돈이 부족한 연구자인 관계로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머물고 있는데, 은근히 흥미로운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어서 이런 숙박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예를들어 모텔이나 원룸 같은 곳은
혼자 방에 틀여 박혀 있으면 너무 외롭고, 답답하잖아요.
대신, 에어비앤비는 그나마 장기거주자들끼리는 담배라도 나눠피면서 소통할 수 있으니까...
먼가 숨통이 트인다고나 할까요?
...살짝 비싸긴 합니다.
1.
필리핀은 최근 20년간 아시아에서 가장 덜 언급되는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릴적에는 필리핀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아시아 국가였습니다.
1987년도에 함께 민주화 시위를 승리로 이끌었던 동질감도 있었고요...
물론 저는 박정희 시대는 전혀(!) 모르지만,
1970년대에는 필리핀이 한국의 라이벌로 더욱 더 자주 비교대상이 됐다고 하더군요.
예를들어 미국의 제2 동맹 자리를 놓고, 필리핀과 한국이 경쟁을 벌였다거나...
그런데, 독재자 마르코스 시대도 별로이었지만
1990년대 필리핀이 완전히 더 막장으로 흘러갔더랬습니다.
한때나마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마닐라"로 불리기도 했었지만,
1990년대 이후의 필리핀은 그야말로, 가장 실패한 현대국가 케이스로 불리죠.
400년이 넘는 식민지 경험의 폐해와 섬으로 나뉘어져 국론통일이 안되는 게 주로 그 원인으로 지목되긴 하지만,
실상은 1980년대 이후 기득권의 반발을 제어 못하고, 사회의 균형이 완전히 깨졌기 때문이라는게 업계의 정설이긴 합니다.
2.
저보다 10살은 더 많아보이는 필리핀 아저씨가 에어비앤비를 오다니시기에,
살짝 안면을 트고 인사를 해보니,
보기에는 상당히 거칠어 보이는데, 꽤나 깨어있는 지식인이더군요.
1980년대 대학시절에는 군부독재에 대항해 싸우다가, 투옥생활까지 했다더군요...
머, 그러니까, 한국으로 따지면 386 운동권 지식인쯤 되어보이시던데..
이후엔 사업가로 변신해서 사업도 열씸이 하시다, 지금은 컨설턴트로 변신해서 제3세계 공무원들이나, NGO, 사회적 기업들
컨설팅 해주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일종의 프리랜서 1인 사업가인 셈이더군요.
"아, 아저씨, 저도 예전에 필리핀 관심 많았습니다"
"아 그래요?"
"3~4년 전 두테르테 당선될 때 신문 기사를 열씸히 읽었더랬습니다....두테르테는 요즘 어떤가요?"
"어때 보여요?"
"글쎄요. 저는 잘은 모르겠지만, 막가파인 측면도 여럿 보이는데, 외국인 관점에선, 먼가 "마약사범을 강하게 제재하기도 하고, 기존에 부패한 필리판 정치계를 개혁하려는 의지도 보이고, 먼가 독재자 스타일의 개혁파처럼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제가 잘은 몰라서 그런데, 선생님이 보기엔 어떠세요?"
"밖에서 보면 그렇게 보는군요...사실, 실상은 엉망진창이에요. 두테르테가 사형시킨 마약사범들은 사실 다 잡범들이에요. 그러니까 별 죄도 없는 20대 거래상 정도? 실제로 필리핀의 마약이나 매춘 불법적 사업을 벌이는 진짜 주인들은 다 상류층, 권력자들이에요. 두테르테는 그들을 처벌한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사실, 두테르테 아들도 넓게는 마약사업을 벌이고 있기도 하죠. 그냥 쑈하는 거에요. 포퓰리즘이죠. 두테르테는 필리핀 사회를 개혁하려고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그런데 다음 선거에서 무난하게 당선될 것 같더군요. 필리핀 사회가 암울하긴 합니다."
"아....그렇군요....참 큰일이네요."
3
먼가 앞뒤로 필리핀 현대사회와 정치에 대한 긴 대화가 있었긴 했는데, 요약을 하면 이렇습니다. 1970년대까지 필리핀은 미국과 일본의 원조로 인해서 상당히 안정적인 사회질서와 생산력을 갖고 있었는데, 마르코스라는 군부 출신의 독재자가 들어온 이후 1988년까지, 이른바 부패로 나라가 현대적인 국가로 발전하지 못하고 계속 정체된 상황을 거쳤다. 1988년에 집권한 코라손 아키노와 이후 지도자들은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시민사회의 역량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나름 노력을 기울였다....그런데 1990년대 들어서 민주주의는 정착이 되기 시작했는데,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사이에 거대한 벽 같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거다. 부패?? 과연 누구의 부패??
"그럼 단적으로 필리핀 사회가 "부패" 때문에 정체됐다고 알고 있는데, 도대체 그 부패의 핵심이 무엇인가요?"
"사법부(judicial system)가 부패해서 그래요"
"사법부가요? 정확하게 판사가 썪었다는 말씀이신가요?"
"판사부터 해서, 검찰도 그렇고, 당연하게 경찰도 부패하고....사법부가 저러니 자연스럽게 정치권도 맛이 가게되는거죠. 생각해보세요. 대통령은 길어야 4년 5년 8년이죠? 그런데 필리핀 귀족들은 3대 5대를 넘어서 10대째 이어지고 있어요. 사법부 역시 마찬가지죠. 3권 분립이란 것을 하긴 합니다. 그런데 행정부와 입법부가 가장 부패할 것 같지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사법부가 제대로 작동을 안한다는데 있죠. 판사 하나가 부패하면, 그건 국회의원 수십명과 공무원 수백명이 부패한 것과 같은 효과가 납니다. 왜 마약과 총기범죄가 필리핀에 만연할 것 같나요? 사법부가 망가져서 그래요....처벌을 제대로 안하니까? 왜? 그래도 되니까 그렇습니다. 기자들이 총맞아 암살 당하는 사건이 가장 많은 나라가 필리필일 겁니다. 그런데 사법시스템은 거기에 반응조차 안하죠..."
으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인데
하나하나, 올 한해 클량에서 반복한 말이더군요.
4.
그러니까, 국가권력이란 입법-행정-사법부의 3두 마차가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면서 이른바 "국가의 시스템의 골격을 만들죠. 거기에 경제주체들과 시민사회 그리고 개개인들이 결합해서 하나의 거대한 내용을 채우게 되죠. 우리는 이런 국가시스템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과연 누가 최종 심급(결정권자)인가? 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남는거죠. 제국주의 시대에는, 식민지 인민들은 아무런 권리가 없었죠. 모든 것을 제국주의 정부와 그 권한을 위임받은 관료들이 내렸죠. 독재시절에는 당연히 최고권력자와 청와대가 일종의 '최종심급'으로 작용을 했고요. 권위주의 시대의 타파란, 그러니까, 3부가 서로 견제하면서 한정적인 권력를 행사하고 책임을 지면서 국가시스템을 서로 지탱해가면서 건설해나가는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 50대 중반의 필리핀 아저씨는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가장 선진적인 민주주의 시스템을 갖추고도 국가현대화에 실패한 나라"라고 표현을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필리핀은 1900년도에 미국이 들어와서는 가장 앞선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고 정착한 아시아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은 형편없는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죠.
저는 우리 의회가 "공수처법"을 통과시킨 것을 높게 평가하고, 이를 이끈 한국사회가 옳은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살아있는 권력"이라고 칭할 수 있는 부분은, 명확하게 "법원과 검찰"로 이뤄진 사법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혹자는, 검찰은 행정부 일부라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검찰은 사법부 쪽에 더 가까운게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법조시장 역시도 검찰은 사법부의 일원이라고 판단을 하고요. 윤춘장도 현재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에요.
필리핀이 민주주의를 도입하고도 실패한 이유는, 일종의 영구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사법부를 제어하는 방법을 차마 사회가 강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 "공수처"를 도입한거라고 보고요.
그래서 저는 지난 한해, 클량 회원 본들의 "서초대첩"에 경의를 표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정말이지, 정말 큰 일을 이룬 한해였다고 평가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금융실명제와 하나회척결로 대한민국 민주화가 실제로 진행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두테르테가 그래도 필리핀 적폐의 머리들은 못쳐도 최소한 수족은 잘라내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작 두테르테 아들이 마약사업을 하고있다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죠
"이재용이 곧 삼성 아닌가..? 이재용이 삼성 최대주주인게 당연한거 아니야??"
진짜 문제는 삼성이 아니라 단돈 44억으로 만들어낸 이재용의 8조원어치 삼성주식입니다.
그리고 그걸 든든히 지켜주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검찰(중간보스-행정부)과 판사(최종보스-사법부)이죠.
삼성 일가는 현 사법부 및 법조 카르텔을 잘 이용하는거고요.
검찰개혁은 사실 작은 시작이고, 이제 법원 개혁을 위해 고민을 해야 하겠지만, 그 이후엔
검사도 판사도 고위직 거친후 대기업 법무팀이나 로펌등으로 들어가 마지막으로 한탕 거하게 땡길수 있는 이 카르텔을 날려야 뭐라도 될텐데 그 과정은 검찰개혁 이상으로 험난하겠죠.
우리나라의 사법부도 진짜 많이 썩었죠
검찰도 그 범주에 넣는다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더욱 더 부패했다고 할수 있구요
덧붙이자면 검찰이 이토록 썩어문드러진데는 자유당과 같은 반민주 반국가 부패정당이 지난 수십년간 그들의 뒤를 봐주고 서로 상부상조 해온 부패의 토양 위에서 가능했다고 확신하는 바입니다
물론 지금의 부패한 언론도 그 영양분을 먹고 자랐지요
한마디로 최근 유시민 작가가 언급한것처럼 우리나라의 발전은 딱 자유당이 허용한만큼만 극히 제한적이고도 후진적으로 발전해 왔다고 보면 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들어설 수 있는 결정적인 개혁을 할수 있는 기회가 닥칠때마다 어김없이 자유당이 발목을 잡고 물고 늘어져 수포로 돌아간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런면에서 이번 공수처법 통과는 대한민국이 발전할수 있는 어마어마한 변곡점이 되었다고 봅니다
이 또한 우리 위대한 촛불 국민들의 승리였다고 평가합니다
사법부의 교훈은 정말 크게 다가오네요. 이나라 사법부도 만만찮다능 ㅋㅋ 이제 양승태 쓰레기를 위시한 적폐아닌척 코스프레하며 얌전히 눈치보고있는 사법부 영감들에게 오함마를 내려칠 시기가 다가오는건 아닌가 싶습니다. 뚝배기 다깨버려야
근현대사를 돌이켜보더라도 독재자와 그똘마니들은 회자되지만 그들의 독재폭력을 정당화 시켜준 사법 부역자들은 거의 기억하지 못합니다. 쉽게말해서 한국사회에서 판사들은 진정한 성역에 있죠.
이제 공수처, 수사권 조정이후 입법부를 통해 법원 개혁에 나서야합니다. 판사 개인들에게 부여된 지나친 권위를 분산시키고 감시할 제도를 만들어야합니다.
이건 비리도 아니고 범죄입니다
현관 전관이 공모해서 수십억 수백억씩 해쳐먹는 엄청난 범죄입니다
예전에 테크노마트 건물에서 근무하셨던 개발자분 맞으시죠? 몇번 마주쳤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은 개발 안하시고 다른길로 가신건지 궁금하네요.
암튼 좋은 글들 계속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법부 다음엔 언론, 사학, 공기업,,,등등....
전두환 좋아하는 분들도 보면 가진놈들 것을 뱃아서 서민들 줬다고 하던데...
우선
우리나라는 우리국민은
정치
종교
사법
재벌은
세습하는 걸 막아야 합니다.
법으로 막고
도덕적 문화적으로 못하게 해야 합니다.
당연 주체는 국민이죠.
정치인을 제대로 뽑고
세습하는 종교 교회에는 가지말고
사법부는 법률로 제어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재벌은 상속세를 제대로ㅠ내게하고 사회적인 책무를 안하는 재벌 제품은 불매를 해야 합니다.
누굴 탓하기전에
국민이 그렇게 하도록 방치한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이제는 제대로 잘 살아 봅시다.
첫번째로 바로 있을 검경수사권조정과 유치원3법 통과를 위해서
의원들을 압박해야 합니다. 반대하는 의원은 기억했다가 총선에서 뽑지말아야 합니다.
잘합시다.. 해야합니다. 이제는.
나라를 망가트리는데 큰 도움을 주었나 똑똑히 알게되었습니다.
멱살잡고 하드캐리한 한국인들과 묵묵히 밀고나간 문통, 온가족이 불구덩이에 던져지면서도
이악물고 버틴 조국장관이 삼박자가 맞춰진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나라, 분명 문제는 많지만 다른 주변국가들에 비한다면, 정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나라고, 그렇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져야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있습니다. 그렇지않으면 기득권(개인적으로는 타국의 지원을 받은 쪽이 더 많은)들에게 먹혀 다른 국가들에게 우리 운명을 넘기는 셈이 될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