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CJ푸드빌은 투썸플레이스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매각 대금은 2,025억 원. 당시 많은 분들께서 이익이 나는 알짜 브랜드를 왜 판매했을까 의아하게 생각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CJ푸드빌이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CJ푸드빌은 VIPS를 필두로 뚜레쥬르, 계절밥상, 더 플레이스, 제일제면소, 비비고 등 외식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외식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때 업계를 선도했던 ‘형님’격 기업이었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 1인 가구·혼밥족 증가, 주 52시간 근로제 등의 여파로 대형 매장 중심의 외식 사업 자체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당장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무턱대고 비싼 가격을 받으면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선 때문에 외면당하고, 그렇다고 음식의 질을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CJ푸드빌은 국내에서의 침체된 상황을 타개하고자 해외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국내에서의 부진을 해외에서 만회하겠다는 의지였습니다. K-FOOD 사업의 일환으로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했습니다. K-FOOD 사업은 2020년까지 해외 15개국, 해외 매장 4천 개 이상, 해외 매출 비중 50% 이상을 달성해 ‘글로벌 TOP 10 외식 전문 기업’으로 오른다는 야심찬(!)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야심한 목표는 그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습니다. 중국 법인은 누적 적자 84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2008년 법인 출범 이후 최근 10년간 단 한 번의 흑자를 낸 적이 없었습니다. 다른 해외 법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한 번의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예외가 하나 있는데 한때 미국 법인은 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공격적인 확장으로 매년 매출은 쑥쑥 커갔지만, 늘 발목을 잡은 것은 수익성이었습니다. 뚜레쥬르는 가맹점 품질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고, 투썸과 빕스는 제품 차별화와 현지 마케팅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해외 법인의 적자는 CJ푸드빌 실적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2014년 39억 원의 이익을 낸 이후 2015년 41억 순손실로 돌아섰으며, △2016년 23억 순손실 △2017년 38억 순손실 △2018년 300억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손실 폭은 확대됐습니다. 푸드빌은 내부적으로 2~3년 안에 해외 법인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투자를 이어갔습니다. 언젠가 있을 흑자 전환을 위해 여기저기 계속해서 채무보증을 서며 해외 법인에 몽땅 투자했습니다. 결과적으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어버렸고 17년 말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재현 회장이 격노(!)해서 곧바로 CEO 교체 지시했다는 후문. 구원투수로 그룹 내 재무통을 CEO로 선임했습니다.)
결국 CJ푸드빌은 사내에서 알짜 브랜드로 손꼽히는 ‘투썸플레이스’ 일부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자본잠식으로 회사 자체가 흔들리는 최후의 상황까지는 두고 볼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투썸플레이스를 물적 분할해 독립 법인을 세우고 지분 일부(45%)를 매각(1300억)했으며, 유상증자(500억)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했습니다. 이때 투썸플레이스에 투자한 법인이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입니다. 앵커PE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싱가포르투자청 자금이 들어가 있습니다.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고 부채비율도 500% 대로 급한 불은 껐지만 해외 사업의 아픈 손가락은 여전히 발목을 붙잡습니다. 특별한 타개책이 없었던 CJ푸드빌은 투썸플레이스의 남은 지분 55%를 앵커PE에 전량 매각을 결정합니다. 매각 대금은 2,025억 원. 당시 투썸은 스타벅스에 이은 독보적인 국내 커피 브랜드 2위로 발돋움한 상태였습니다. 제일 잘나갈 때 제값에 잘 판 딜이었습니다. 이 돈은 곧장 재무구조 개선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투입되었습니다. 그 결과로 부채비율 1004.6%(!)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235.6%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18년 하반기 CJ그룹 공채 당시 투썸플레이스 공채 공고를 냈고 당시 면접 질문이 ‘CJ그룹이랑 떨어졌는데 투썸 지원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가 공통 질문이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또한, 점포 재편 작업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내외를 포함한 외식 매장 중 수익이 낮은 곳은 과감하게 접고 고수익 점포는 리뉴얼하는 것을 골자로 한 ‘수익구조 강화 전략’을 순조롭게 펼치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실적도 103억 손실을 냈습니다만, 18년 300억 손실보다는 그 폭이 많이 줄었습니다.
구사일생의 심정으로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처절한 CJ푸드빌의 상황을 알아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각종 기사 자료를 참고해 작성한 것으로 일부 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예전에 올리브영도 판다는 얘기가 있던데..
(덧) 올리브영 매각 건도 사실상 진행할 것 같습니다. H&B 사업이 현재 정점에 달했고 올리브영은 H&B 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입니다. 전국 매장만 1천여 개가 넘습니다. 최근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것도 투썸과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입니다. 다만, 그룹 측에서는 공시까지 내며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그건 투썸도 그랬어요(...)
/Vollago
애초에 영익률이 2~3%대로 안좋은데, 인건비가 보통 10~15%정도만 차지해도, 최저임금 15%씩 두번올렸으니 영익율 다 까먹게 되거든요. 그러면 현금창출력이 급 감소하니 기업가치가 확 줄어듭니다. 더 놔두면 적자사업 되는건 둘째치고, 매각도 못하게 되니 후다닥 파는거죠.
이번 시험이 어려워서 등수가 떨어졌어요 하는거 아닙니까?
원인중 하나라고 했지 그게 원인이라고 한적 없습니다. 인건비 올라가면 수익성 떨어지는건 당연한건데 시험등수가 왜나오나요. 다른 외식업체도 수익성 감소한건 당연히 동일합니다.
CJ푸드빌은 직원들에게 최저임금만 주면서,
세계적인 외식회사가 되고 싶었나 봅니다.
그걸 자랑이라고....
GREAT CJ 였던가 그 매출 목표 채우려고 너무 과식했죠. 이번에 그래서 인재원도 반쪽 E&M에 500억에 팔아넘겼죠. 구로동부지도 자산유동화 나섰구요.
1조 소리 나오던 가양동땅도 돈이 급한지 8500억에 넘겼습니다.
올리브영도 결국 승계구조도 있고 지주사에 들어오는 현금도 있기때문에, 결국 시간문제죠.
애초에 올영과 CJ시스템즈 합병햇다 뗏다하는거 전체가 결국 그룹승계였으니까요.
/Vollago
cgv도 국내사업은 꿀단지입니다. 푸드빌과 비슷하게 무리하게 해외진출하다 터키의 경제위기와 함께 크게 터졌죠
방송에 온통 골목식당이 뭐니 외식사업의 전성시대인데...cj푸드빌 혼자 성적이 안 좋은건... 음식을 결국 맛 없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동일선에 써 놓으니 같은급으로 생각하게 되네요.
경영실패가 제일 문제구만요..
최저임금... 이거 선순환이 맞습니다.
트렌드가 바뀌고 있고
돈이 몰리는곳이 바뀌는거지
최저임금때문에 망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습니다.
돈은 계속 도는구만요.. 기업에서 돈 더 풀면 더 돌거구요.
어디로 몰리고 있는지 그걸 찾아서 대처하면 되는구만..
경영실패죠 뭐
투썸 팔면서 동종업계 진출 제한조항 이런건 넣었겠죠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