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2월 5일은 대대적인 교통 파업이 예정되어 있어요. 무려 14개 지하철 노선이 운행을 중단하고 그나마 5개 노선이 최소 운행을 하는데 운행 간격이 길어져 여기서 못 먹어본 콩나물 체험을 직접 해보게 될 것 같아요. 1호선은 무인운행이라 그나마 정상에 가까운 운행을 합니다. 철도, 항공 등등 큰 파업이에요. 주변 분들 다들 자전거 점검, 킥보드 점검, 자동차에 기름 채우고 분주합니다. 차도도 막힐거고 여기저기 사람들로 꽉 찰거에요. 단순 파업이 아니라 집회 가능성도 있어서 아무튼 저도 조마조마합니다. 까딱하면 왕복 네 시간을 걸어야 될 수도 있어서 계속 주시 중입니다. 지난 주에는 전국에서 농민의 권익을 요구하는 트랙터들이 몰려와서 외곽으로 빠지는 도로를 다 점령했었어요.
이 곳에서 "마담"이라는 호칭은 기혼 여성 뿐 아니라 미혼에게도 극존칭으로 쓰이고 있어서 종종 헷갈리곤 합니다. 학생들도 여자 선생님에게는 기혼 미혼 상관없이 다 마담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저도 만나는 대상에 따라 호칭이 달라지는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마담이라고 하면 기분이 묘하면서 좋습니다.
프랑스 지하철 얘기가 나온 김에 엊그제에는 드디어 이 곳에서도 지하철 전도를 하는 분을 보았어요. 큰 소리로 전도하고 사라지는 모습은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답니다.
여전히 지하철은 수동으로 레버를 끌어올려 열어냐 하는 전동차가 많아요. 그나마 자동문으로 많이 바뀌어가는 추세이지만 종종 수동문 열차가 걸리면 저도 모르게 멍하니 있다가 어 왜 안열어주나 싶은 무렵에 화들짝 놀라 열고 나올 때가 꽤 있어요.
열차 들어올 때 멜로디가 없이 쉬익...들어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행 하행 멜로디가 달라 대충 짐작하면서 멀리서부터 뛰곤 했는데 여기서는 갑자기 훅 들어옵니다. 운행 간격이 1분 2분 이래서 무척 자주 들어오는 편이에요. 그런데 파업이 되면...
열차 문쪽 자리는 접히는 좌석이라 저는 이걸 "좌불안석"의자라 부릅니다. 사람이 좀 찬다 싶으면 눈치껏 벌떡 일어나야 해요.
지하철 손잡이는 저는 따로 "도원결의" 손잡이로 부르고 있습니다. 중앙 기둥을 중심으로 비잉 둘러 잡고 있어요. 굉장히 어색합니다.
여전히 어느 구간들은 휴대폰 자체가 안 터져서 대신 속이 터집니다. Lte-->3G-->G로 변하는 구간이 꽤 있어요. 그러다가 아예 신호가 이탈해요.
지하철역 출구번호가 밖에서는 안 보여요. "우리 5번 출구에서 만나"가 밖에서 파악이 안되더라고요. 대신에 지하철 역 안에 쓰여져 있구요. 그나마 지하철 역 이름들은 거의 대부분 다 그 동네 거리이름이라서 대충 파악은 가능해졌어요.
무단횡단의 도시인 파리에서 저는 홀로 절개를 지키다 이제는 물들어 버렸습니다ㅜㅜ. 그나마 같이 절개를 지킬듯한 분들도 자동차 신호가 빨간불만 되었다 하면 이미 본인 발의 시동이 걸려 이미 건너고 없네요.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일 때도 건너고 파란불일 때도 건너고, 차는 차대로 사람 없으면 훅훅 지나가고 정지신호에 제대로 정지하는 차량이 드문 편이에요. 뭔가 융통성있게 하는가 싶지만 규칙은 규칙인데...싶은 순간이 많아요. 성질 급한 분들이 많아서 눈치를 잘 보고 걸어다닙니다. 2단 신호일 때 1차로 한번 건너고 좀 기다릴라치면 이미 다른 분들은 건너고 있어요ㅠㅠ 암튼 여전히 적응 중입니다.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왼쪽 파란 부분에는 나라 코드가 알파벳으로 하나씩 쓰여져 있고 오른쪽 파란 부분에는 지역코드가 있어서 요새 그거 찾는 재미가 꽤 생겼어요. 코드보고 바로 지역 맞추는 신기한 지인이 주변에 있어요. 14번을 보더니 "오 우리 고향이다" 이러고요. 64번인가 보고 "멀리서 왔네. 우리 엄마 고향이야" 이러고요. 물론 저는 조용히 지도를 봅니다. 어떻게 외웠냐고 했더니 어릴 때부터 그냥 외웠다고..
아무튼
무기한 대중교통 파업이 12월 5일부터 돌입합니다. 잘 버텨볼렵니다.
멋있게도(?) 기사 분들이 시민에게 불편을 줘선 안된다? 그런 의미로, 무임승차 허용 파업으로 한다고 하더라고요....
즉, 버스 운행은 하는데 운임이 공짜......
저는 직장이 멀어서 운전해서 다니지만, 신기한 문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좌불안석에 가씀 부동석인 분들도 꽤 있죠... 가방으로 얼굴 맞아가면서도 꿋꿋하신분들.
전 파리까지 걸어서 출퇴근 왕복 여섯시간인데 아이 학교까지 파업인지라 그냥 맘편하게 휴가를 낼까 고려중입니다.
무단행단은 저도 밥먹듯이 하는데 반성을;;;
지역 코드는 조금만 살아보시면 파리근처부터 지역번호가 하나둘 머릿속에 입력되실꺼에요ㅎㅎㅎ
우편번호 다섯자리를 다 알게되는 마법이요.
파업이 최대한 빨리 끝나기를 바래봅니다.
젊은 여성에게는 마드므아젤이라고 해야 되는거 아닌가요?^^
이런식으로 공공서비스가 마비되면 시민들은 답이 없습니다;;
중간중간 지하철역 주변을 보면 왜 그렇게 황량하던지...
돈 쓰러 다녀왔기 때문이었는지, 봉주르로 인사하고 들어가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냥 운이 좋았던건지...
몇 달 전 다녀왔을 때는 다들 의외로 친절해서 놀랐습니다 ㅎㅎ
혹시 인종차별이라도 당할까봐 많이 신경 쓰고 다녔는데, 저희 일행에게 관심이 별로 없더군요 ㅎㅎ
그리고 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Paris sera toujours Paris 니까요 ㅎ
틈틈이 프랑스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파업의 취지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시기에 파리로 여행가는 사람들은 많이 불편하겠네요. ㅜㅜ
혹시 루브르 박물관이라던가 주요 관광지들 걸어서라도 어떻게든 돌아다닐 수는 있겠죠? 숙소가 어디냐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현지에서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왜안열려?? 그대로 통과할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