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려는데 옆집 할머니가 저를 불러 세우십니다.
갑자기 잠깐 있어보라고 하시더니 집에 들어갔다 나오시며 제 팔에 떡두꺼비같은 커다란 무를 안겨주시네요;;
"내가 망령이 들어서 너무 많이 샀어. 이거 갖구 가아- 가서 뭇국이라도 끓여 먹든지 깍두기라도 담궈 먹어. 혼자 먹으니까 한 개도 괜찮겠네."
"김장하시나봐요;; 저까지 주시고, 안 주셔도 되는데(아 진짜 안 주셔도 돼여 ㅠ)...고맙습니다."
"김장? 우린 안해. 내 딸이 한 김치는 먹으면 죽어. 맛 읎어서 죽어(따님 가족과 사는 할머님이심)."
ㄷㄷㄷㄷ
아무튼, 무거운 몸을 이끌고 무 득템.
그래서 이 무를 냉장고에 그대로 넣으면 썩을때까지는 못 볼듯하고... 어쩔까 하다가 내친김에 도시락 반찬으로 무나물을 만들었습니다.
얼마 전 사다놓은 우엉도 있어서 그것도 꺼내서 볶았는데 너무 채 썬 것만 있길래 계란말이도 했어요. 딱 한 개만 먹고 내일 도시락 싸 가려구요.
무는 1/2 남기고 전부 나물을 했습니다. 한 통 더 담아서 방금 옆집에 가서 할머니 드리고 왔어요.
할머니가 엄청 좋아하시네요.
'따님 음식 드시고 혹시 내일 못 뵐까봐 가지고 왔어요. 그런데 이거 드시고 못 뵐 수도 있어요. ㄷㄷㄷ' 라고 말씀 드리려다 참았습............
암튼 선물받은 무로 알차게 반찬 만들어 내일 먹을 맛있는 도시락을 꿈꾸며 뜻깊은 하루를 마무리 하는 글일 줄 알았죠?!
좀 전에 카톡이 왔습니다.
- 내일 도시락파들에게 알립니다.
금요일을 맞아 오랜만에 도시락파들 탕수육과 짜장면 시킬겁니다. 모두 도시락 싸오지 마세요. 해방!!!!!!!!!!!!!!!! 아자!!!!!!!!!! -
해방 좋아하네.
아나- 니 해방이다.
계란말이 다 먹고 있습니다.
햇반들고 가면 되나요?
숫가락만 들고 가겠습니다.
밥주세요
옆집할머니는 득템?? ^^
허나 반전이... ㅠ.ㅠ
맛없어서 죽는다는 표현은 대박이군요 ㅋㅋ
할매 센스쟁이.. ㅋㅋ
무슨 텔레토비도 아니고 머리색이 왜 그모냥?? 이신거죠?? ㄷㄷㄷ
우헐... 실제로 보면 완젼 캐릭터? 이실듯 ㅎㅎㅎ
클량 분이 쓴 글에서 사람 냄새가 솔솔 나서 제가 다 행복하네요 :)
뜨끄으으으은한 뭇국이 ...................
무나물 맛있어보이네요 ㅠㅠ
- 이렇게만 차랴주면 고추장 비비고, 그냥 간장에 비비고
일주일 반찬 투정없이 먹는데..
장모님 따님은 신혼때 흉내만 내고 이제 안하네요.
- 나물이 제일 하기 힘들다고 ㅋㅋ
Ps. 쩝 이번 생에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