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옴 .....아 퍼왔어요..ㅠㅠ
폰이라 제대로 못 적고 하차 하는 바람에 제가 노광준 님이신 줄 아시고 이런 논란을..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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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해고되었습니다.
결국, 만으로 19년 5개월 직장생활 끝에 유급 안식휴가를 얻게 되었군요, 그렇게 부러웠던 안식휴가였는데 이런 식으로 누릴 줄이야...제 딴에는 '부당해고를 당한만큼 푹 쉬다가 복직해 월급 다 받으면 그게 안식휴가 아니겠냐'는 생각입니다. 물론 부당해고인지 여부는 다퉈봐야 알겠지만, 제가 어떻게 해고되었는지 딱 5분만 귀기울여 들으신다면 적어도 고개 정도는 끄덕여주시지 않을까요.
저는 라디오 피디입니다. 경기방송(FM 99.9)이라고 22년되었는데 회사에서 홍보를 너무 잘(?)하셔서 아직도 잘 모르시는, 하지만 너무 중요한 경기지역 지상파 라디오 채널입니다, 지역민방입니다. 서울에 SBS 라디오가 있다면 경기도에는 경기방송. 거기서 저는 편성책임자 겸 제작팀장으로 일했습니다. 간부죠. 억대 연봉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부럽지 않은...가늘고 길게 가자는 주의여서 승진에 목숨걸지도 않았고 그저 제 할 일 충실하며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자는, 그렇게 소소한 일상을 살던 저에게 지난 여름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아베정권이 우리나라 기업들에 대한 경제조치를 시작할 무렵이었죠. 갑자기 그 분께서 회식자리에서,
"강제징용 판결은 잘 못된거야. 65년 한일협정때 일본한테 돈 받고 다 끝난거를 갖고 우리나라 대법원이 어거지 쓰는 거라구. 일본 말이 맞아."
헐. 놀랐지만 그냥 좋게 생각했습니다. 이 분께서 우리 직원들 역사교육 시키려고 이러시는 구나, 하면서요. 이래뵈도 제가 한국사1급이거든요. 회식 후 찾아봤죠. 역시 맞더군요. 진짜 어거지를 피우는 건 일본이라는 게. 65년 한일협정 당시 일본이 준 돈은 일본인 스스로도 위법행위 배상이 아닌 독립축하금이었습니다. 국제법상 개인에 대한 위법행위는 국가간 협약으로 해소될 수 없고요, 하지만 일본은 강제징용 자체를 부정하며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정부가 어떻게 해보라는 이상한 억지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그 분 덕에 확실한 역사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냥 그랬습니다. 그런데 다음주 간부회의에서 그 분은,
"문재인이 보면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떠오른다니까."
이러시는 겁니다. 헐. 물론 대통령 욕이야 민주주의 사회니까 할 수 있죠. 그런데, 일본의 부당한 경제조치에 굴하지 않고 맞서는 우리 정부를 조롱하고 비난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싶었습니다. 그 분은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맞서면서 삼성 등 우리나라 반도체 다 망하게 생겼다고 열변을 토했습니다. 삼성관계자에게 들었는데 앞으로 석달을 못버틸거라고... 석달을 못버틴다고? 그 날은 삼성전자 주식이 많이 오른 날입니다. 시장은 알고있던 거죠. 망하는건 삼성이 아니라는 걸. 그날도 저는 좋게 생각했습니다. 아 이 분께서 우리 간부들 경제공부시키려고 이러시는구나, 하면서 정말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주 월요일, 그러니까 2019년 8월5일, 장난이 아닌 상황이 발생합니다.
"문재인이 때려죽이고 싶다."
그 분이 혼자 5-6분간 열변을 토하는 겁니다. 그 자리는 간부회의 끝나고 사장님 모시고 모든 간부들이 모여서 점심을 먹는 자리였습니다.
"불매운동은 (우리 역사) 100년간 성공한 적이 없다. 물산장려니 국채보상이니 성공한 게 뭐 있나?"
"아사히 맥주 사장이 무슨 죄있나? 유니클로 사장이 무슨 죄 있나?"
"유니클로에 사람없어 보이도록 방송들이 일부러 (유니클로) 아침에 문열자마자 준비하는 사이에 카메라 들고 들어가 찍는다. 그 카메라도 다 일제 소니건데 이율배반 아닌가?"
"우매한 국민들 속이고 반일로 몰아간다. 지네 총선 이기려고."
헐, 저는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지만 당시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날 그 분의 말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마치 극우 유튜버의 방송을 보는 듯, 차라리 유튜버였다면 안보면 그만일것을, 그 분은 본인 스스로 자신을 최고운영자(COO)라고 부를만큼 우리 방송의 보도와 제작과 경영 모든것을 총괄운영하는 총괄본부장이었기에...솔직히 두려웠습니다. 저 분 성격에 분명히 보도나 제작에 개입할텐데
저런 방송하는 순간 우리 방송은 끝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있을 때 그 분이 갑자기 음식점 점장을 부르더니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점장, 아사히 맥주 숨겨놓고 팔지 말고, 오늘부터 앞에다 내놓고 파세요."
청취자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에 나서 매출감소를 감수하면서도 일본 맥주를 안팔고 있는 편의점주들, 택배하시는 분들...그런 분들이 우리 라디오를 듣고 계신데, 왜 그런 의식높은 청취자들이 '우매한 국민들'로 매도되어야 하는지...옆에 있던 윤종화 보도2팀장은 참담했다고 합니다. 아이가 둘이지만 저런 사람 밑에서 월급받는 자신이 한심했다고 합니다. 밥 숟가락을 일찍 놨고, 다른 간부들이 호호하하 그 분의 장단 맞춰주며 커피집으로 이동하는 동안 우리는 쓱 빠져나왔습니다. 딱 둘이었습니다. 저와 윤종화. 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저런 친일 논리로부터 우리 방송의 편성과 보도를 지켜낼 수 있을까, 고민고민 끝에 언론제보를 결심했습니다. 내부에서는 답이 없었으니까요. 그 분은 무려 7년간 총괄본부장을 하시는 등기이사겸 8.5% 주식보유 주주이기에...저희는 기자를 만났습니다. 녹취록이 없느냐고 묻더군요.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런 말씀 하실줄 몰랐고 원래 녹취같은거 싫어해서요. 대신 이런 말씀 드렸습니다.
"저희 이름 밝히는 실명인터뷰를 하겠습니다."
그래도 괜찮겠냐고 걱정하시기에, 저희가 실명제보를 하는 두가지 이유를 말씀드렸습니다. 첫째는 저희 모든걸 걸고 진술의 신빙성을 보증하는 것이고, 둘째는 경기방송에도 양심의 목소리가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라고. 그렇게 8월12일 기사가 나갔고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고 여기저기서 규탄성명이 나왔고 심지어 얌전한 저희 방송 노조도 2시간의 총회끝에 그 분의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습니다. 그러자 회사는 8월19일 전직원 총회를 열고 그 자리에서 그 분이 직접 나와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추석전후로 나가겠다. 등기이사직도 내놓겠다. 갖고있는 주식도 팔겠다. 그리고 대표이사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도 발표되었습니다.
"해당간부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여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사퇴의사를 분명히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9년 8월19일 경기방송 대표이사 박영재)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사주의 시간이었습니다. 달아올랐던 반일 정국이 엉뚱하게도 조국 정국으로 바뀌면서 경기방송에도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물러나겠다는 그분은 사내게시판에 저희에 대한 비판글을 올리셨고 이사회 직후 대표이사가 먼저 그만두신 겁니다. 혹시나, 이상했습니다. 22%를 갖고있는 1대주주는 한국사업가이지만 20%를 갖는 2대주주(전임회장)는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재일교포이시거든요. 느낌이 안좋았지만, 그래도 한국인들이신데 그럴리가 했는데, 9월25일 이사회 명의의 포고문이 발표됩니다. 제목이 이랬습니다.
"경기방송 임직원들에게 고함."
이사회 자체조사결과 저희 제보가 사실과 다른 허위제보였고 경영권을 넘어 회사를 침탈하려는 중대행위였다며 저희에 대한 중징계를 하고 물러나겠다고 하셨던 그 분에게 모든 사태수습을 맡긴다는 요지였습니다. 조사를 어떻게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저희 의견도 안듣고 결론을 내셨는지, 직후 저희는 대기발령 신세가 되었고 그 분은 전무이사로 승진하였습니다. 10월7일 징계위원회가 열려서 가보니 저희에게 허위제보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광고하락 등 재산상 손실을 끼친데 대한 책임까지 묻겠다고 하시더군요. 저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희 제보는 허위가 아니었고 경기방송의 명예실추 및 재산손실의 책임은 문제발언의 당사자이자 물러나겠다는 스스로의 약속까지 뒤집은 그 분께서 지셔야 합니다."
이 후 금방 통보될 것 같던 징계결과가 안오고 저희는 40일간의 대기발령 상태를 지속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결국 징계위원회 열린지 28일만에 해고통보가 왔습니다. 지급되었던 태블릿 피씨와 사원증 반납하라는 공지도 함께.
해고 첫날, 저는 지금 평상시와 똑같이 아침운동을 마치고 아이의 등교길 라이딩을 한 뒤 사무실 대신 동네 도서관으로 출근해 노트북 앞에 앉아있습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네요. 전에는 뭐 먹을까 고민하며 음식점 골목을 헤매었는데, 이제는 집에서 뭐 해먹을까 고민하며 가방메고 집으로 향하게 됩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새로운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저의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누군가를 욕하기 위함이 아니라 저 스스로를 위해서입니다. 그냥 있으면 저는 노광준이라는 49세 해고자이지만 글을 쓰게 되면 저는 노광준이라는 해고자의 일상을 취재해 글을 올리는 작가 노광준이 되어 보다 짜임새있고 객관화된 시각을 갖추게 될 것 같아서, 매일은 아니지만 틈틈이 해고일기를 올리고자 합니다. 과연 이 글의 엔딩이 어떻게 귀결될지, 하루하루 매순간을 열심히, 그러나 넉넉하게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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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손쉽게 잊어 버릴거라 생각한 경기방송
선을 넘었네요
아 퍼왔어요..ㅠㅠ
폰이라 제대로 못 적고 하차 하는 바람에 이런 논란을..죄송합니다 ㅠㅠ
제가 너무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노광준 님께 더 좋은 미래가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폰이라 제대로 못 적고 하차 하는 바람에 이런 논란을..죄송합니다 ㅠㅠ
방송국도 많이 썩었군요.
MBC가 여전히 정상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 상황에서 그 정도 비율의 임직원이 목소리를 내는 것도 굉장히 이례적이고, 대단하고, 다시 일어나기도 힘든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폰이라 제대로 못 적고 하차 하는 바람에 이런 논란을..죄송합니다 ㅠㅠ
매주 문재인 대통령 욕에 친일 발언 등등...
의식 없는 썩은 간부들 많아요.
폰이라 제대로 못 적고 하차 하는 바람에 이런 논란을..죄송합니다 ㅠㅠ
글 참 잘 쓰시네요. 술술 읽힙니다.
해고일기 올리시는데로 챙겨보며 응원드리겠습니다.
폰이라 제대로 못 적고 하차 하는 바람에 이런 논란을..죄송합니다 ㅠㅠ
감사합니다.
부양가족까지 있으신데 이만큼 용기내신게 정말 대단해 보입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힘네세요
다른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도 올려 주시면 더 많은 분들께서 보고 같이 해주실 것 같아요.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경기방송에지속적으로 문의하겠습니다
폰이라 제대로 못 적고 하차 하는 바람에 이런 논란을..죄송합니다 ㅠㅠ
폰이라 제대로 못 적고 하차 하는 바람에 이런 논란을..죄송합니다 ㅠㅠ
제목에 [펌]하나 쓰시죠
격려 덧글드리고 싶네요
이런 빌어먹을 썩을 것들을 봤나?! 본인이 잘못했다고 하는 데도 회사에 먹칠을 한 넘을 자르지 않고 용기낸 직원들을...
민간방송이지만...참으로 적폐덩어리들이 언론기관에 산재해 있군요!!!
매일 아침 출근때마다 아침 라디오에서 만나왔던 노광준님
힘내세요!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 생각 했는데 역시나 ㅠ
양심이 있으신분! 좋은 날이 꼭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