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직격(이하 ‘직격’) MC 임재성입니다.
1.
이 글은, 2019. 10. 25. 방영된 “韓日, 인식과 이해 2부작 - 한일 특파원의 대화”(이하 ‘특파원 대화’) 편에 대해 주시는 많은 비판에 대해 프로그램 MC로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특히 ‘직격’의 경우 MC는 대외적으로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것과 함께, 대내적으로도 아이템선정부터 MC멘트 정리까지 많은 부분 참여하고 함께 결정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특파원 대화 편에 대한 시청자분들의 평가에도 제가 답변해야 할 몫과 책임이 있습니다.
간략한 말씀보다는 조금 길어도 진솔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2.
특파원 대화 편에 대해 주시는 의견 모두 새기며 듣고, 또 읽고 있습니다. 특히 ‘추적 60분과 KBS 스페셜을 폐지하고 만든 것이 고작 이따위 친일방송이냐’라는 비판은 무겁습니다. 오랜 전통과 높은 신망을 가졌던 프로그램의 뒤를 잇는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었는데, 프로그램 초기에 많은 분들에게 실망감을 드렸다는 점에서 안타깝습니다.
저희의 기획의도는 ‘한일 인식과 이해’라는 조금 딱딱한 제목의 1, 2부작을 통해, 2018. 10. 30. 대법원 판결 이후 1년 동안 벌어진 한일관계 문제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던 부분을 ‘깊게’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1부는 일본제철을 상대로 20년 넘게 이루어진 강제동원 손해배상 소송의 역사와 그 소송의 원고였던 피해자 할아버지 4분의 이야기(‘춘식의 시간’)였습니다. 지난 1년 동안 50분짜리 지상파 프로그램이 온전히 하나의 소송과 4명의 피해자들에게 집중한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교갈등, 경제보복이라는 국가 간 대립에 묻혀 정작 우리들조차 일본과 한국의 법정에서 투쟁한 피해자들의 역사와 그들의 고통을 충분히 알고 나누지 못했습니다. 신생프로그램이고, 방영시간에 축구까지 겹쳐 높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화제성도 없었지만. 이 기회를 빌려서라도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방송입니다.
2부는 한국과 일본 사회가 가진 ‘현재의 양국에 대한 인식’을 양국의 대표적 진보-보수 신문의 특파원 출신 기자들을 통해 담고자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산케이-조선일보라는 매체 선정 자체를 비판하고 있으시지만, 아베 정권 하에서의 산케이는 일본 정부와 오피니언 그룹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매체입니다. 조선일보에 비판적이든, 그렇지 않든 조선일보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판매부수와 영향력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겨레와 아시히 만으로 한국과 일본 사회에 ‘현존’하는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왜 꼭 산케이였냐, 왜 조선일보였냐는 비판은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3.
많은 분들이 산케이와 조선일보 기자의 발언을 지적하며 ‘친일방송’, ‘매국방송’이라고 비판하십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과, 해명 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조금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은 특파원의 대화 편은 한국과 일본의 진보-보수 매체의 2:2 토론 형식이었고, 때문에 MC가 토론 사회자의 역할을 하여 개입도 최대한 줄였습니다. 토론에서 일방의 발언이 프로그램 전체의 의도나 평가로 즉각 이어질 수는 없습니다. 100분토론에 홍준표 전 대표가 ‘내가 XXX 칼 맞는다고 했다’라고 발언했고, 그 발언이 방송에 나갔다고 하여, 100분토론이 그러한 지향이나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왜 분노하시는지에 대해서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저 역시 그랬습니다. 1965년 청구권협정, 2018년 대법원 판결, 한일관계 갈등의 원인 부분에 있어서 한정된 시간으로 인해 충분한 공방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안타깝습니다. 한겨레 기자는 ‘대법원 판결은 정의로운 판결이고, 1965년에 비해 양국의 인권인식이 크게 상향된 상황에서 1965년만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아사히 기자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의 원고분들이 오사카에서 처음 소송을 시작하실 때 뵙고, 기사를 여러 번 썼다. 그런데 여운택, 신천수 할아버지께서 모두 돌아가신 후에야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일본 기업으로서는 사과하고 배상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누구를 위한 대법원 판결인가’라며 토로하시는 모습을 반론으로서 담았지만, 방송매체의 특성상 ‘세게’ 이야기하는 것이 인상에 남기 쉽습니다. 한겨레, 아사히 기자들의 발언이 시청자분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일본 미디어에서 ‘지한파’라고 평가될 수 있는 사람들의 합리적인 발언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일본 여론조사에서 80-90%의 사람들이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응답하고 있습니다. 한국 매체에서는 한국에 우호적인 일본 지식인들의 발언이 선별되어 소개되지만, 현실을 온전히 인식할 필요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산케이 기자 발언 중 “한일관계 문제의 원인은 문재인씨의 역사관”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는 점을 지적하십니다. 그 발언을 제가 제 입으로 다시 한 번 반복하는 장면이 방송에 나오는데, 현장에서 그 이야기를 듣는 저도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인식이 일본 사회에 존재하고, 또 극단적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에 ‘대면’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해국이 가해의 역사를 부정하고, 피해국 정부 수반의 ‘역사관’이 지적하는 상황을 ‘편집’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대면하고 논쟁하고, 왜 그런 인식이 존재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직격의 목표였습니다. 이 목표가 과연 방송에서 충분히 구현되었는가라는 지적에는,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조선일보 기자의 1965년 청구권협정에 대한 발언 역시, 2018년 대법원 판결과 반대되는 주장과 분석이지만, 법률가들과 학계에서 소수파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식입니다. 저를 포함한 강제동원 소송에 참여한 법률가들과 지원단체들은 오랜 시간 그것에 맞서 변론을 하고, 운동을 해왔습니다. 프로그램 내에서 충분히 논박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이 역시 우리가 ‘대면’해야 할 우리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목소리입니다.
그럼에도, ‘반론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 것 아니냐’, ‘산케이-조선일보 기자들의 입장만이 부각되었다’라는 비판은 역시 새기겠습니다.
4.
MC로서, 특파원 대화 편 촬영을 끝내고 욕심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사히신문 나카노 아키라 기자가 한국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되지 못했습니다.
일본인으로서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 한국어로 토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나카노 기자는 장시간 녹화과정 모두 한국어로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토론자로서는 상당한 패널티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자신이 이야기할 내용과 관련된 기사를 모두 스크랩해서 챙겨오셨습니다.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쯤 되는 사람이, 그렇게 성실하게 토론을 준비하고 한국어로 모든 답변을 하는 모습에서 존경심이 생겼습니다.
나카노 기자는 세월호 이야기에, 일본제철 소송에 참여한 원고분들이 판결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이야기에 눈물을 글썽이셨고, 토론이 끝나고 나서는 저에게 강제동원 피해자분의 현재 상황에 대해 따로 질문하기도 하셨습니다. 서울과 동경의 대립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일본 지방 도시의 이야기를, 불매 운동으로 발생하는 타격을 전해주셨습니다. 지금 일본 우익세력은 ‘아사히신문 폐간’을 외치고 있습니다. 자국의 책임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의 무게감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방송에는 담기지 못했지만, 얼마 전 대마도에서 열렸던 4·3 희생자 위령제가 참석한 이야기에는 참석자 모두가 숙연해졌습니다. 4·3 당시 수장된 희생자 시신이 대마도까지 떠밀려왔는데, 이를 대마도에 거주하는 일본인이 수습하여 안장하였고, 자비로 공양탑을 세워 대를 이어 위령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카노 기자는 최근 이 위령제에 참석하시고 한국와 일본의 역사 속에서 이러한 연대가 있었고, 또 이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쓰셨지만 현재의 한일 분위기 속에서 잘 전달되지 않았다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아사히신문 동경 지역판에서는 해당 기사가 실리지 못했고, 한국에서도 제주지역 언론만이 다루었다는 것입니다.
5.
주시는 비판이나 의견, 시간을 보내거나 외면하지 않고, 충분한 말씀 드리고 이해를 구하겠습니다.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3044778365549045&id=100000507350613
그냥 일본가서 방송국을 하시지...
그냥 폐지해라 짜증난다....
산케이는 인정합니다. 일본언론이니...
그럼 대체 왜 조선일보는 왜 산케이 변호사가 되었는지, 되는지는..................
말해서 변할 것도 없는데 굳이...
혀가 긴 거죠
왜 kbs 시사프로 진행자 노릇을 하려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젊잖아요?
설마 오세훈이 롤모델은 아니겠죠?
아, 그런가요?
본인은 대표적인 소송수행 사례라고 광고를 하고 있더군요.
https://bit.ly/2WnbvVc
제가 아는 여자변호사님도 그 사건 깊이 관여했습니다. 민변에서 주력 사건으로 진행한 것으로 압니다.
그럼 과연 NHK도 이렇게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드네요
대한민국에서 조선일보가 일본극우랑 사상이 동질하다는거 모르는 사람이 있나요?
극우 산케이랑 조선일보라니 ㅋ TV조선인줄?
문재인씨 했으면 동네친구부르듯 아베의 생각을 물어본다거나, 제지한다거나 했어야 하지 않나요?
첨부터 일본 보수지를 불러서 한국 보수지를 부른다는 생각이라면
왜곡시켜 일본어 출간을 하고있는 조선일보를 패널로 부른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수 있는건지
괜히 이리저리 변명하지 말고 폐지해요
대다수가 공감하지 못하면 그냥 자기들이 잘못 만든거죠... 뭐 이런 어이없는
일본의 현실을 그대로 전달해 주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 합니다.
정연주 사장이 미국 특파원 시절.... 다른 기자들이 북한의 발언을 적당히 편집해서 보도 해야 된다고 했을 때, 정 기자는 그대로 보도 했다고 했던....
언론은 사실 그대로 전달해 주는 것이 우선 이어야 된다고 봅니다.
사실을 주물럭 마사지한 보도는 싫지 않나요?
솔직히 이 글에는 엘리트 의식이 느껴집니다.
그 뻔한 결과를 예상 못했다면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한 패인 거죠.
기각.
조선일보 선정 이유를 보고 바로 내렸습니다.
이따위로 이야기 하나 개인적으로 그 프로는 망하지 않으면 안 될 나쁜 프로그램이다고 느꼈습니다.
‘ 많은 분들이 산케이-조선일보라는 매체 선정 자체를 비판하고 있으시지만, 아베 정권 하에서의 산케이는 일본 정부와 오피니언 그룹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매체입니다. 조선일보에 비판적이든, 그렇지 않든 조선일보가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판매부수와 영향력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겨레와 아시히 만으로 한국과 일본 사회에 ‘현존’하는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왜 꼭 산케이였냐, 왜 조선일보였냐는 비판은 새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