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봄.
여자친구(현. 아내)는 그 당시 4개월 된 어린 강아지를 입양했습니다.
그녀는 작은 강아지를 꼬옥 안고 친구가 생겼다며 행복해했습니다.
연애하던 시절부터 엄청 자주 봤기에 저도 이 녀석을 좋아했어요.
2013년 봄.
여자친구와 결혼하며 이 녀석은 본격적으로 저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꼬리치며 반겨주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기에 어딜 가든 함께 했습니다. 이녀석과 함께 가지 못하는 곳은 아예 가지를 않았어요.
(피치 못한 장소를 가는 경우엔 이녀석의 친정인 처가에 맡기곤 했습니다)
2019년 봄.
그 동안 잘 지내던 녀석이 부쩍 힘이 없고 느릿느릿해집니다.
눈동자도 탁해지고 해서 병원을 자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딱히 이상은 없었지만 벌써 노령견이 되어가는 느낌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2019년 여름.
갑자기 체중이 확 빠지는게 보여 병원에 가서 여러가지 검사를 했는데 소장쪽에 종양이 보인다고 합니다. 급히 수술날짜를 잡아 종양을 제거하고 입원을 시킨 뒤에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평생 가족과 떨어져 본 적이 없었던 녀석이라 입원 하는 동안 많이도 울었다고 합니다. (늙고 병들어 버림 받았다고 생각했나봐요 ㅠㅠ)
2019년 가을.
조직검사 결과 악성종양.. 암으로 나왔습니다. 전이만 되지 않으면 조금 더 살 수 있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간쪽에 전이 소견이 보인다고 합니다. 아내는 이녀석을 안고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 시작했고 그걸 지켜보던 제 눈에도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리고 좀 더 정확한 진단과 항암치료를 위해 대학동물병원을 예약했습니다.
2019년 10월 22일.
대학병원은 주말에 하지 않기 때문에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제가 이녀석을 데리고 갔습니다. 단 둘이 장거리를 가는 것은 처음이라 어색하기도 했지만 얌전히 잘 따라와줍니다.
사람들 다니는 대학병원을 예상했는데 생각과는 달리 너무나 한산한 대학동물병원이 조금은 의아했습니다.
검사가 끝나고 제 품에 안겨 바들바들 떠는 모습에 또 한번 눈물이 고였지만 남들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꾹 참았습니다.
내과교수님 소견.
피검사 결과 악성종양 전이때 나타나는 수치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간으로 전이 되기 전에 이상증세가 나타나야 하는 부분도 정상으로 보인다. 그래서 악성이 아닌 양성으로 생각되어 일부 세포를 채취하여 검사해보니 악성은 아닌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상의학과 교수님께서 며칠 더 지켜보자 하시니 한번더 오시라.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검사 전에는 이 암의 경우 전이 되면 생존률이 낮고 항암치료 효과도 낮은편이라고 하였기에 내심 마음의 준비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전이가 아닌 것 같다합니다. 이 소식을 전화로 아내에게 알려줬더니 수화기 넘어로 또 펑펑 우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2019년 10월 25일.
영상의학과 교수님의 진단을 받기 위해 또 다시 단둘이 여행을 떠났습니다. 지난번 보다 훨씬 기분좋은 운전이어서 그런지 가는 길이 즐거웠습니다. 도착해서 또 검사를 진행했고 이번 교수님도 전이가 아니라고 판단 된다고 하셨습니다. 혹시나해서 저번이랑 다른쪽 세포를 채취하였으나 이 또한 악성이 아닌 양성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도 암을 앓았던 경력이 있으므로 1달 단위로 검사하자고 하십니다.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더니 녀석은 그새 아내 품에 쏙 안겨버립니다. 아내는 녀석을 보며 웃으면서도 눈물을 흘리고 녀석은 또 그 눈물을 핥아주네요
조금 배신감은 들지만 아직 이녀석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는 밤 입니다.
강아지가 똘망똘망 너무 이쁘네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하시길...
마음한구석에는 먼저보낼 생각에 가슴이 아려오기도합니다
"나 아파"
ㅠㅠ
그렇게 미친 듯한 식욕을 보이던 애가
밥을 잘 안먹거나
예뻐서 평소보다 조금 더 준 간식을 소화도 못시키고 토하는 걸 보면
가슴이 찢어져요.
이제 10살 다 되어가는 아이의 견주인데 차근차근 느리지만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는게 무섭고 슬픕니다...
더 잘해줘야겠어요
재작년에 14년을 함께하다 하룻밤 사이 보낸 아이가 생각나서 울컥했습니다..
좀 다 잘해주지 못하고 가던 날 밤 제대로 쓰다듬어주지 못한게 자꾸 생각나네요.
남은 시간 최대한 후회없이 보내실 수 있길 기원합니다.
다들 건강하게 스무살 생일 맞이합시다!!
이 아이도 좋은 주인 아니 가족맞이하여 평생 행복했을겁니다.
이 아이의 남은 삶도 함께 행복하게 사세요.
눈물날뻔 하다가 기쁜소식이라 다행이네요.
볼때마다 너무 안스러워요..
살아 있는동안 잘해 줘야 할텐데..
강아지랑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좋은 글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