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thesciencelife.com/archives/3698
고등학생이 인턴 2주일을 하고 학술지에 실린 논문의 제 1 저자가 되었다고 한다. 논문에 이름 한번 실려 보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과학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대략적으로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고등학생 한명이 정식 실험실 생활도 아닌 인턴 생활을 달랑 2주일 하고 논문의 제 1 저자가 되었다고 한다. 수 많은 이공계 대학원생들, 그리고 오늘도 논문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 작성하는 수 많은 과학자들에게는 허탈감과 자괴감이 몰려오는 소식이다. 그래서인지 과학자들이 주요 친구인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는 그 어느때보다도 이 사건을 성토하는 포스팅들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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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압박으로 얼핏 보면 대단히 어려워 보이는 논문이지만 자세히 뜯어 보면 어려울거 하나도 없다. (기껏해야 고등학생이 쓴 논문 아닌가) 분만 전후의 신생아들 중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HIE)라는 복잡한 이름의 병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들이 있다. 이 병에 걸린 아기들은 뇌의 혈류에 문제가 발생하며 니트릭 옥사이드 합성 효소(NOS)의 활성이 증가된다는 보고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연구진은 이 NOS에 어떤 변이가 있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라는게 이 논문의 간단한 내용이다.
그런데 사용한 방법이 좀 가관이다. 저 유전자의 일부분을 PCR을 통해 증폭한 뒤, 이를 두개의 제한효소로 잘라서 그 길이를 잼으로서 변이를 확인했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PCR-RFLP라는 실험이다. 이렇게 약자로 쓰니 대단한 실험인것 같지만 RFLP라는 기술은 80년대에 많이 쓰이던 기술이다.
2008년에 대학원생이 이런 실험 기법으로 논문을 내겠다고 한다면? 교수님께 등짝 스매싱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학술지 등재는 커녕 석사 학위 논문으로 내도 욕먹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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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언론의 보도들만 접하였을 때에는 고등학생이 학술지 등재 논문의 제 1 저자가 되었다는 표면적인 사실에 가장 놀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논문을 읽고 난 이 시점에서는 더욱 놀라운 사실들이 눈에 들어온다.
1. 이렇게 시대에 뒤떨어진 논문도 받아주는 학술지가 있단 말인가
이 논문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고등학생 수준의 논문이다. 그래도 명색이 학술지라면 당연히 리뷰어들이 존재할 것이고, 편집장이 존재할 것인데, 그런 필터링 하나 없이 어떻게 이런 논문이 학술지에까지 출판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과연 이 저널에는 부족한 논문에 대한 리젝 버튼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다 받아주는 바다같이 깊고 넓은 포용력을 지닌 대인배 저널인 것인가. 논문 내기 생각보다 쉽다.
2. 이런 수준의 논문에도 이름을 넣고 싶어하는 연구자들이 있단 말인가.
내가 연구자라면 이런 논문에는 이름을 넣지 않을 것이다. 이 쯤 되면 논문에 1저자로 고등학생을 내세운 것은 고등학생이 똘똘해서가 아니라 논문의 내용이 부끄러워서 그런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마저도 든다.
아, 뒷골이 땡겨 오기 시작한다. 그냥 대략적으로 드는 생각인데, 저 변이를 확인하는데 들어간 실험 비용이었으면 2008년 당시 기술로도 수만개 정도의 변이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의 피같은 세금이 이런 허무한 연구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과학계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라고 싸우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이런 어이 없는 실험을 하고 논문을 내는 데 돈을 쓰고 있다. 나라에 돈이 없는게 아니라 도둑놈들이 많은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장관 후보자가 이 논문의 교신 저자와 매우 친한 개인적인 친분 관계가 있었거나, 혹은 대가성의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지 않는 한, 고등학생이 제 1 저자가 된 것은 전적으로 교신 저자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교신 저자가 답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론
내가 연구자라면 이런 논문에는 이름을 넣지 않을 것이다. 이 쯤 되면 논문에 1저자로 고등학생을 내세운 것은 고등학생이 똘똘해서가 아니라 논문의 내용이 부끄러워서 그런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마저도 든다.힘들게 연구하고 1저자 양보한 이유 ㅋㅋ
서울대 모 교수가 쓴 글 일부입니다..
이 게시물 내용도 서울대 모 교수가 쓴 글입니다.
그 단국대 교수 프로필에 버젓이 기재되어있는데..
그분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분이거나 이 글이 잘못된거아닌가요?
일단 논문은 대한 병리학회에서 출간하는 대한 병리학회지(Korean Journal of Pathology)에 2009년 실렸다. 이 저널은 영문으로 발행되는 국내 학술지이며, 임팩트 팩터 (IF)는 자체 홈페이지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2012년 기준 0.714이다. IF로 저널의 가치를 평가 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지만, 연구자들이 여기 저기서 받아주지 않은 논문들의 최종 보루인것 처럼 농담삼아 이야기 하는 플로스 원 (Plos One)이라는 저널의 IF가 2.776임은 참고하면 좋겠다.
0.714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