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향 주민이 알아봤다는 BBC 기사와 여권사진
(좌: 15년 전 체피가 대령 vs. 우: 영국 경찰이 공개한 '보쉬로프')
2. 체첸전 시절의 체피가
3. 추적 취재진이 토렌트로 습득한
러시아 주민명부에 나온 체피가 인적사항.
4. 체피가의 15년 전 여권사본.
얼마 전, 영국 경찰은 3월에 터진 솔즈베리 노비촉 암살시도 사건의 용의자를
러시아에서 온 관광객 2명으로 특정해서 방범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자작극(!)을 벌인 영국정부가 관광을 하러갔던 자국시민들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웠다면서 문제의 관광객 2명을 국영 TV 인터뷰에 내세웁니다.
<러시아 국영 해외채널인 RT의 인터뷰>
누명을 썼다는 무고한 관광객은 '루슬란 보쉬로프'.
하지만 나흘전 영국의 한 탐사전문 기자그룹(벨링캣)이
관광객 보쉬로프의 실제 신원을 추적하는데 성공하고 이를 공개합니다.
"아나톨리 체피가(Anatoliy Chepiga) 대령
러시아군 정보총국(GRU) 소속
1979년 4월 5일생.
러시아-중국 국경지 아무르의 작은 마을 베리오조프카 출신.
극동 군사지휘학교 우등 졸업.
GRU 산하 스페츠나츠 14여단 배속후,
20662 부대 소속으로 탁월한 체첸전의 활약으로 20회 무공훈장 수여.
이후 가짜 민간인 신분을 부여받고 모스크바에서 전문교육 이수.
2014년, 우크라이나 비밀임무(추정)로 러시아 최고훈장인 "연방영웅장" 수여.
기혼. 자식 1명."
도대체 영국 탐사기자들은 어떻게 그의 신원을 파악했을까요????
아시다시피 정보기관/군의 비밀요원은 존재와 신원 자체가 국가기밀입니다.
그 대략적인 방법과 과정은 이렇습니다.
탐사그룹 벨링캣은 우선 가설을 세우고 연역적으로 추적을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1. 영국 정부와 러시아가 공개한 소위 민간인 관광객 2명(용의자)은
서방 침투작전에 특화된 러시아 정보총국의 특수작전 요원들일 가능성이 높다.
2. 그렇다면 러시아 군특수요원들이 교육을 받는 학교를 찾는다.
훈련생들에게 외국어와 비밀작전을 위한 소양을 교육시키는
유력기관중 한 곳이 "극동 군사지휘학교(DVOKU)".
3. 공개된 연령을 통해 2001년-2003년 졸업생으로 추정하고
학교연감이나 출신 졸업생들의 사진을 뒤진다.
동문 활약상을 소개한 웹페이지에서 체첸전 사진을 찾았다.
"사진설명: 7명의 모교 졸업생들이 영웅 훈장을 받았다"
그런데, 맨우측 졸업생이 '관광객 보쉬로프'와 닮았다!
이 사람은 과연 누굴까?
4. '체첸' 'DVOKU' '영웅훈장'을 키워드로 러시아 온라인을 이잡듯 검색,
체첸 참전자 협회 사이트에서 3개의 키워드를 동시에 충족하는
"아나톨리 체피가 대령"을 찾았다.
뭔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훈장을 받고 공개모임에 나온 사진들이 있는 다른 체첸 참전자들과는
달리 체피가 대령은 SNS와 인터넷에 사진은 물론, 흔적조차 없다는 사실.
과연 그는 실존 인물일까?
전례로 비춰봐서 현역으로 활동중인 정보총국 소속의 특수요원이나
간부급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주: GRU 국장도 의도적으로 과거 사진/경력 삭제를 했다고 합니다.)
5. 해커가 많은 러시아에서는 생년월일/주소지/전화번호가 적혀있는
각 도시의 주민명부 데이터베이스가 통째로 토렌트(!!)에 굴러다닌다.
이 파일들을 다운로드 해서 검색을 해봤다.
2003년 카바로브스크(Khabarovsk)시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체피가의 현재 거주지와 전화번호가 나온다.
주소의 20662는 그의 스페츠나츠 소속부대.
2012년 모스크바 토렌트에서는 이름만 아니라 인적사항도 나온다. -_-a
"아나톨리 체피가 1979년 4월 5일생."
반면 루슬란 보쉬로프는 찾을 수 없었다.
6. 15년 전, '아나톨리 체피가'의 옛날 여권사진과 기록을 입수했더니
여권사진은 '관광객 보쉬로프'와 붕어빵. ㅋ
2003년 여권 주소지는 토렌트로 습득한 2003년 주민명부와 일치하며
생일도 일치, 출신 고향과 군번도 기재되어 있었다.
엊그제 BBC 취재진이 8,000km를 날아가 체피가 대령의 고향 마을로 직접
찾아가서 (인구 300명 남짓의 작은 마을이랍니다.) 주민들에게 그의 사진을
보여주고 확인을 받았다는 따끈한 외신이 들어와 있습니다. ~ㅎ
Woman 'identifies' suspect as Anatoliy Chepiga (2018-09-29)
https://www.bbc.com/news/world-europe-45694123
촌평)
즉,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 없고 산만하기만한 단편적인 사실들이라 할지라도
그 잠재적 가치를 알아보는 이의 손을 통해 연결되고 해석되면 엄청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얘기죠.
하물며 국가가 대외비로 규정한 자료들의 가치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1줄 요약: '누드심'의 주리를 틉시다.~ㅎ
출처: 탐사취재 사이트 벨링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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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영국 정부는 벨링캣의 취재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맞다는 얘기죠.
그리고 벨링캣이 취재결과를 예편한 영관급 러시아 군장교에게 평가해달라고
보여줬더니 이런 류의 작전은 끽해야 대위 계급정도의 필드요원에게 부여할 성격의
임무인데 "최고훈장을 받은 대령"에게 맡겼다며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며 놀라워하더랍니다.
즉, 최고위층(푸틴)의 의중이 담긴 암살작전이라는 것이죠.
청부업자나 마피아가 할 살인임무를 군의 최정예 요원에게 맡기다니 참 거시기합니다.
그 숱한 의문사들과 암살...
푸틴은 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마피아 두목이에요.
푸틴이 여기선 종종 희화화도 많이 되지만 무서운 인물임은 틀림이 없죠.
그래서 보안쪽에서는
쓰레기통을 뒤진다던가(dumpster diving).. 아니면 쓰레기 데이터를 모은다던가(data scavenging) 하는 등의 사회공학적 공격기법이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이런 공격기법은 특종을 찾아 헤매는 기자들이 특히 많이 이용하곤 했었죠..(요즘 기레기들은 이런것도 안할껄요?)
즉..심재처리가 유출한 데이터가 별것 아닌것 같은 데이터들이지만.. 그 데이터들을 모으면,,
(요즘 머신러닝도 유행인데.. 패턴 찾는 거야 우습죠)
결국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시킬 수가 있습니다. (외교적 분쟁도 생길수도..)
왜 기밀로 해놨냐'고 칼럼을 써놨는데요.
이런 내역 하나하나 다 모아서 들여다 보면 한국 정부의 관심사, 장비와 사용내역, 보안
지침, 전략, 평가기준, 동선 등등 다 짐작이 되는 거죠.
또 저렇게 누출된 정보가 어디까지 복사되서 흘러갔는지는 며느리도 모르는 일입니다.
여하튼 야당 이SG들은 대한민국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요!
신분 다들어났으니 사실상 작전요원으로는 사망..
이젠 체피가 대령은 더이상 필드 작전수행은 못하겠군요 어디 국외로 여행도 못나가실테고 그냥 데스크 일이나 하셔야될듯.. 러시아는 a급 작전요원 한명 잃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