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아서 순탄치 못했던 초등학교 시절.
저때는 국민학교였네요.
특히 1~4학년초까지 전학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다녔습니다. ㅜㅜ
1학년 1학기 반장됐다가 중간에 전학가고
또 다른학교에서 2학기 뭐 됐다가 전학가고.
암튼 그때 가정환경도 우울해서 학년초나 전학가면 쓰는 가정환경 조사서 쓰고 나면
항상 관심병사처럼 보이고.
그래서 사춘기도 있고 마음을 있는대로 닫았었습니다.
사실 그 당시 기억들은 죄다 썼었는데 언젠가부턴 망각되가고 있어서 오히려 감사할 정도로요.
다만, 그중에 딱 한 선생님만이 제 기억을 잡고 계셨네요.
당시 대하초등학교라고 성남에 새로 생긴 초등학교.
그게 저희 집 근처에 생긴터라 제가 강제로 전학을 갔고 그 당시 3학년말 또는 4학년 초였는데
제가 거기서 졸업하면 첫번째 아님 두번째 졸업생이라고 했었으니까요.
그당시 만났던 담임선생님. 여선생님이셨고, 아마도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으셨던것 같고
부임하신지도 얼마 안되셨던걸로 기억합니다.
늘 그랬듯 가정환경 조사서 내고 나면 형사심문처럼 따로 불려가서 이것저것 물어보는게
지옥이었던 저였는데 그 선생님만 유일하게 아무 것도 묻지 않으셨습니다.
그냥 매일 아침마다 보면 머리 쓰다듬어 주셨고, 점심도 그당시 도시락 싸갔는데
저는 교실 앞에 있는 선생님 책상에서 선생님과 같이 먹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기억도 잘 없구요. 그냥 매일 선생님과 둘이서 웃으면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막연히 그 장면이 머리에 선명하게 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그 학교도 오래 못다니고 6월에 서울로 전학을 왔습니다.
당시 어머님이 미국으로 파견근무 가시게 되어서 외할머니 댁에 살게 되었는데 5학년말까지는
이전 친구, 학교, 특히 그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또 바깥으로 돌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그때도 그 선생님과 주기적으로 연락을 드리고 연락도 주시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저 전학가고서 아이를 출산하셨는데 제 생각이 나서
제 이름 비슷하게 지어줬다고 들었던 기억도 있구요.
뭐 암튼 그렇게 감사한 선생님이셨습니다.
1988년도네요.
그러다가 어제 아침에 우연히 스승찾기라는게 있다는걸 알고 그 선생님께 너무 연락이 드리고
싶어졌습니다. 만일 뵐 수 있다면 정말 감사드린다고 인사드리고 싶은 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나쁜 머리는 그 선생님 이름도 기억나지 않고,
하필 전학도 많이 다녔을 뿐이고
그래서 어제 경기도 교육청, 성남시 교육관련한 곳, 그리고 대하 초등학교 여러부서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우선 제가 선생님 성함을 기억하지 못하는 선에서는 할 수 있는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실망하던 중에 대하초등학교 교직원분의 조언으로 생활기록부를 떼면 기록을 볼 수 있을것
같아 졸업한 초등학교로 가서 생활기록부를 받았습니다.
아쉽게도 각학년 최종선생님 기록만 있어서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궁리하던차에 제가 그 선생님 이름을 기억하진 못해도 그 당시 선생님들 성함을 들을 수 있다면
그중에 기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해당 초등학교측에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역시 그 당시 선생님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유는 그 학교가 88년도에 설립되고 88~89년도에 졸업한 학생이 없었던 관계로(아마 4~5학년으로
시작됐을거에요) 그 당시 선생님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저랑 통화했던 교직원분도 도대체 어떤 선생님이셨길래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찾느냐고
한번 더 알아봐주신다고 하셨는데 끝내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그 교직원분도 안타까우셨는지 어떤 선생님이셨냐고 그 당시엔 이직이 많을때가 아니니
91년도 첫 졸업당시 선생님들중 있을 확률이 있지 않겠냐고 하셔서
젊은 여선생님이셨고, 아마도 첫 부임이셨을것이고 등등 말씀 드렸는데 앨범에서 그렇게 추정되시는
분 몇 분의 선생님 성함을 말씀해주시는데 사실 들으면 딱 기억날 줄 알았는데 헷갈리더군요 ㅜㅜ
이놈의 머리...
그런데 그중에 두분이 유력한겁니다. 특히 한분은 그 분 같습니다.
그래서 교육청에 다시 연락드려서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어차피 스승찾기라는게 제게 어떤 연락처를 주시는게 아니고 제가 말씀드린 제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재학했던 학년등을 해당 선생님에게 전달해드리는거고 그 선생님이 기억나셔야
전화를 주실꺼라는 얘기였습니다.
다만, 해당 선생님이 현직에 계시지 않다면 그나마도 전달 방법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문자를 받았습니다. ㅜㅜ
너무 놀라서 교육청에 방금 전화해보니 제가 말씀드린 정보와 일치해서
해당 선생님께 제 연락처를 드렸고, 혹시 기억을 하시면 회신을 주실꺼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이 저를 기억해주실지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기억해주시고 연락을 주신다면
바로 작은 선물이라도 들고 찾아뵈려고 합니다.
그때는 제대로된 감사 인사 한번 못드렸는데
큰절하면서 감사 인사드리고...아마도 펑펑 울것 같지만 그래도 찾아뵙고 싶습니다.
이제 연락을 기다리는 입장이라
그 선생님이 저를 기억하시기를
그리고 그 선생님이 맞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ㅜㅜ
저도 꼭 뵙고 싶어요.
울와이프 데리고 가서 선생님이 그때 보듬어주셔서
큰탈 없이 왔다고 인사드리고 싶네요.
비리의 아이콘인 고등학교를 나온탓에
좋은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는데 이 선생님만은 마음에
간직하고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냥 저도 이 글을 적으면서 사실 떠올리기 싫었던
시절을 되새기면서 살짝 신경질 나려고 했는데
그 선생님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니다.
사람이 간사하다고 문자를 받고 부터 또 시간이 길게 느껴지네요 ㅜㅜ
우선은 뵙기를 원하구요.
한편으로는 뵙게 된다면훌륭한? 성공한? 사람이 되지 못한 모습으로
찾아뵙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을 것 같지만 우선은 뵙기를 갈망합니다.
담담히 쓰신글인데 저도 울컥하네요 ㅠㅜ
후기 꼭 부탁드립니다
통화하면서도 울었는데
호이야님 덧글 보니 또 눈물이 나네요. ㅜㅜ
그런 좋은 스승님이 계시다니 부럽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1학년때 담임선생님이 참 좋은 분이셨어요. 어머니도 같은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이셨던지라 어린나이에도 눈치를 많이 보며 다녔었거든요. 그런 저를 잘 챙겨주시고, 가르쳐주셨던 분이었어요. 그래서 항상 감사한 기억을 갖고있었는데, 23년이 지난후 편찮으시지만 제 결혼식에 와주셔서 진짜 눈물날뻔 했던 기억이 나네요.
꼭 잘 만나뵙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