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의 중성자만으로 이루어진 기묘한 원자핵 관측
- IBS 희귀 핵 연구단 등 국제 공동 연구진, ‘원자번호 0번’세계 열어 -
독일 다름슈타트 공과대학, 일본 이화학연구소, 기초과학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팀은 ‘테트라(‘4’를 뜻하는 그리스 숫자 표기) 중성자’로 불리는 4개의 중성자만으로 만들어진 핵의 증거를 확인했다. 이로써 ‘원자번호 0번(보통 양성자 수는 원자 번호와 성질을 결정하고, 양성자 수와 중성자 수의 합은 원소의 질량을 결정한다.)’ 세계의 길을 열었다.
이번 연구에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희귀 핵 연구단 한인식 단장(이화여자대학교 초빙 석좌교수) 등 연구진 5명은 실험에서 핵심 요소였던 고순도 헬륨-8(8He) 빔 생성과 실험 전과정 동안 다중입자 측정 장치 성능평가 및 온라인 데이터 분석 등에 기여했다.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원자는 중성자와 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까지는 중성자만으로 이루어진 원자핵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중성자로만 구성된 결합 시스템으로 알려진 자연 현상은 중성자별(중성자별(Neutron Star) : 질량이 큰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뒤 남는 천체로 중심부가 거의 중성자로 이루어져있음)이 유일하다. 양성자가 없는 원자핵의 존재는 이론적으로 제시되었으나 실험적으로 명확히 관측된 적이 없어 60년 동안 핵물리 연구 분야의 풀리지 않는 난제였다.
국제 공동 연구진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중이온 가속기 RIBF(Radioactive Isotope Beam Factory : 전 원소의 RI(방사성 동위원소 또는 희귀 동위원소)를 세계 최대 강도의 빔으로 발생시키는 최첨단 희귀 동위원소 가속기 시설.)의 다중입자 측정 실험 장치(SAMURAI(Superconducting Analyzer for Multi-particles from Radioisotope beams)스펙트로미터: RIBF의 여러 장치 중 하나로 핵반응을 관측하기 위해 대형 초전도전자석과 다양한 검출기들로 구성된, 넓은 운동량 입체각을 가지는 자기 스펙트로미터. RI 빔이 표적과 반응하여 발생한 다양한 입자의 종류와 운동량, 궤적을 동시에 측정함으로써 원자핵의 구조나 반응을 연구함.)로 4개의 중성자만으로 만들어진 원자핵을 관측하며 ‘테트라 중성자 핵’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새로운 증거를 확보했다.
연구진은 가속기를 통해 생성된 무거운 빔을 상대적으로 가벼운 표적에 충돌시켜 무거운 원자핵으로부터 일부 핵만 제거하는 방식으로 중성자 핵을 생성했다. 우선 산소-18(18O) 1차 빔을 가속해 금속(베릴륨)으로 이루어진 표적에 충돌시켜 무거운 빔인 헬륨-8(8He, 양성자 수 2, 중성자 수 6)을 만들었다. 이후 초전도 RI(희귀 동위원소) 빔 생성 분리 장치(BigRIPS)를 이용하여 헬륨-8(8He) 빔을 분리 및 전송하여 다중입자 측정 장치에 위치한 액체 수소표적(양성자 1)에 조사했다. 이에 헬륨-4(4He, 양성자 수 2, 중성자 수 2)이 방출되며 4개의 중성자만 남게 되는 순간적인 핵반응을 관측했다.
양성자를 1개도 포함하지 않는 이른바 ‘원자번호 0’의 기묘한 원자핵을 관측한 것으로, 원자핵 나아가서는 원소의 안정성을 결정짓는 핵력의 모델을 크게 바꿀 가능성도 있다. 또, 수수께끼가 많은 초고밀도 천체인 중성자별의 이해를 위한 연결고리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빔 생성 과정의 핵심멤버였던 안득순 박사는 “수십년간 확인하지 못했던 테트라 중성자 상태를 알려주는 공명 구조를 정확히 관측했다”며“중성자 사이의 상호 작용과 이에 따른 핵력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인식 단장은 “연구단 출범 2년여만에 얻은 의미 있는 연구성과이며, 세계적인 프로젝트에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IBS 연구진만이 참여해 교과서를 바꿀만한 발견에 힘을 보탰다”며 “향후 한국에서도 국내 우수한 연구진이 IBS 중이온 가속기 연구시설을 활용하여 우주의 미지 영역 탐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 IF 69.504)에 6월 23일 게재되었다.
연구 추가설명
□ 논문명/저널
Observation of a correlated free four-neutron system/ Nature
□ 저자정보
M. Duer(제1저자, 독일 다름슈타트 공과대학), D. Ahn, K. I. Hahn, D. Kim, S. Kim, L. Stuhl (IBS 희귀핵 연구단) 등 국내외 25개 기관, 92명의 연구자들이 참여
□ 주요내용
핵물리학의 오랜 난제 중 하나는 양성자가 존재하지 않고 중성자만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의 존재 여부이며,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중력에 의해 높은 밀도로 중성자가 뭉쳐있는 시스템인 중성자별이 유일하다. 중성자 간의 핵력에 의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다중 중성자 시스템을 찾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핵물리 실험의 목표였다. 특히 4개의 중성자가 뭉쳐져 있는 시스템인 ‘테트라 중성자 핵’의 발견은 다중 중성자 시스템을 확인하는 데 아주 중요한 증거이지만 60년간 명확한 증거를 찾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본 실험을 통해서 짧은 시간동안 테트라 중성자 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이 상태의 정보는 현대물리학에 있어 핵력에 관한 중요한 기준점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 세부 내용
1. 연구배경
ㅇ 현재까지 중성자별을 제외하고 중성자만으로만 이루어진 원자핵은 알려지지 않았다. ‘원자번호가 0’인 다중 중성자 핵의 존재 여부는 이론적으로 제시되었으나 실험적으로 관측된 적이 없어 핵물리 연구 분야의 풀리지 않는 난제였다.
ㅇ 4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진 핵은 이러한 질문에 답을 제공할 수 있는 적합한 연구 대상이기 때문에 이를 발견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이 수행되었다.
ㅇ 2015년 이화학연구소 RIBF의 다중입자 측정 실험 장치를 이용하여 테트라 중성자 핵의 관측을 처음으로 성공하였으며, 희귀 동위원소 가속기 시설의 발전으로 극한의 중성자 과다핵*을 생성할 수 있게 되면서 정밀한 테트라 중성자 측정 실험이 가능해졌다.
*중성자/양성자 과다핵(Neutron-/Proton-rich nuclei): 안정 동위원소와 비교하여 중성자를 많이 포함한 핵을 중성자 과다핵, 중성자를 적게 포함한 핵을 양성자 과다핵이라함.
2. 연구내용
ㅇ 역 운동학*으로 쳐내기 반응**을 이용하여 중성자가 매우 많은 헬륨-8에서 헬륨-4을 제거해 남아있는 4개의 중성자인 테트라 중성자(4n) 상태를 측정했다.
*역 운동학: 가속기를 통해 생성된 무거운 빔을 상대적으로 가벼운 표적에 조사하는 방식
**쳐내기 반응: 가벼운 원자핵과 무거운 원자핵을 충돌시켜, 무거운 원자핵으로부터 하나 또는 두 개의 핵자만을 제거하는 반응.
ㅇ 일본 이화학연구소 RIBF 실험시설에서 수행되었으며, 넓은 운동량 입체각을 갖는 다중입자 측정 실험장치를 사용해 쳐내기 반응으로 생성된 헬륨-4와 양성자를 고자기장으로 분리하여 측정했다.
ㅇ RIBF에서 산소-18(18O) 1차 빔을 핵자당 250 MeV(Mega electron Volt)까지 가속하여 베릴륨 표적에 조사함으로써, 헬륨-8(8He)의 2차 빔을 생성했다. 초전도 RI 빔 생성 분리 장치(BigRIPS)*를 이용하여 헬륨-8(8He) 빔을 분리 및 전송하여 다중입자 측정 장치에 위치한 2차 액체 수소표적에 조사했다.
*초전도 RI빔 생성 분리 장치(BigRIPS): 무거운 원자핵부터 가벼운 원자핵 등 광범위한 안정 원자핵을 1차 빔으로 사용하며, 생성 표적에 조사하여 생성된 대량의 희귀 동위원소를 분리 및 공급하는 장치.
ㅇ 핵자당 156 MeV의 에너지를 갖는 희귀 동위원소 헬륨-8 빔은 액체수소 표적과 반응하여 헬륨-4(양성자 수 2, 중성자 수 2)를 방출하며, 이를 검출기로 측정하고 전후의 운동량을 비교하여 테트라 중성자의 결손 질량** 분석을 통해 찾았다.
**결손 질량(missing mass): 입사입자와 방출입자의 각각의 에너지와 운동량을 측정함으로써 반응에 의해 생긴 되튐 입자나 생성된 입자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운동량이 부여되었는지를 구할 수 있음.
ㅇ 실험을 통해 얻은 결손 질량 스펙트럼에서 2.37 MeV 근방 저에너지 영역에서 1.75 MeV의 폭을 가지는 신호가 확인되었으며, 그보다 높은 30 MeV 근방 고에너지 영역에서 넓은 영역에 걸쳐 연속적인 구조가 관측되었다. 이러한 공명이 없는 연속적인 구조는 이론적으로 헬륨-8에서 헬륨-4이 제거되며 갑자기 4개의 중성자가 형성할 때 보이는 구조로 알려져 있기에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존재하는 테트라 중성자 상태를 확인했다.
3. 기대효과
ㅇ 60년간 확인하지 못했던 테트라 중성자 상태를 알려주는 공명 구조를 정확히 관측하였으며, 중성자 사이의 상호작용 및 핵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ㅇ 한국의 희귀 동위원소 가속기 시설에서도 고에너지 가속구간의 LAMPS (Large Acceptance Multi-Purpose Spectrometer)와 같은 실험 장치를 이용하여 중성자 과다핵 및 양성자 과다핵의 핵반응 및 핵구조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중성자별과 같은 미지 영역 탐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무지한 머리에도 대단한 연구결과라는 느낌이 팍팍 전해졌습니다.
운동량은 충돌 전후 보존되고 하전입자는 걸러내기 쉬우니 입사하는 빔과 나란한 빔을 측정하면 될 것 같긴 한데, 중성자라 측정이 쉬울까? 순식간에 붕괴하진 않을까?했는데 역시나 간접적으로 존재를 확인하는군요.
홍철 없는 홍철팀
전하가 없는 원자면 양성자와 전자간의 거리도 없어지게 되어서 저 원자끼리의 반발력도 존재하지 않을테고 그럼 밀도가 무지하게 높지 않을까(이게 엄청나게 모인게 중성자 별인데)하는 생각도 들고 저 원소기호 0인 원자(?)는 과연 어떤 상태(기체 액체 고체) 일련지...
여러가지 의문이 생기기는 합니다.
이해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