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5장에서는 민주주의적 통치가 미국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 첫 파트는 보통선거에 대한 내용입니다. 시민이면 누구나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보통선거에 대해서 유럽인들은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생각하거나, 거부감을 품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정상적인 발전궤도를 타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보통선거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사뭇 다릅니다. 보통선거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는 좋은 사람을 뽑을 수 있게 하는 수단이라는 유럽인들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미국을 보면 뛰어난 인재들이 공직을 맡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해서는 사람을 볼 줄 아는 안목이 민중들에게 있어야 하는데 이도 쉽지가 않습니다. 물론 민중들이 좋은 사람을 뽑겠다는 것은 진심이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먹고살기 바빠 이런 안목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교양을 쌓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며, 온갖 사기꾼들의 선동에 넘어가기도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민중들은 잘난 사람을 시기하곤 하기 때문에 이런 좋은 사람들을 뽑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다는 점도 토크빌은 지적합니다. 미국인들은 상류계층 사람들을 특별히 증오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호적이지도 않으며, 그렇기때문에 상류계층 사람들을 자신들의 지도자로 뽑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잘난 사람들 역시 피곤한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으려한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하여 좋은 사람을 국민들이 직접 뽑는다는 보통선거의 이상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통선거를 통하여 좋은 인재가 선출되는 경우도 (예외적으로) 있기는 있습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국민들이 시기심을 표출할 여유도 없기에 이들은 위기에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물을 뽑게 마련입니다. 미국도 이는 예외가 아니어서 독립혁명기의 정치인들이 토크빌 당대보다 훨씬 더 수준이 높았다고 그는 평합니다. 독립혁명기엔 새로운 민주주의 국가의 건설이라는 고매한 이상이 미국 민중들을 사로잡고 있었기때문에 이렇게 수준 높은 인재들을 지도자로 선출할 수 있었던 것. 또한, 민중들이 높은 교양과 도덕 수준을 가지게 되면 보통선거를 통하여 제대로 된 인물을 뽑을 가능성도 커진다고 합니다. 뉴잉글랜드 지역이 대표적 사례인데, 앞서 언급된 것처럼 이 지역 사람들은 부와 신분에 있어서의 평등을 이루면서도 지적, 도덕적으로 훌륭한 사람들을 존경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습니다. 상하원으로 의회를 나누는 미국의 제도도 훌륭한 인물들이 정계로 들어오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원의 경우는 듣보잡급 인물들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상원의 경우 난다긴다 하는 인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저자는 전합니다. 상, 하원 모두 궁극적으로는 민중들이 선출하는 것이나, 상원의원의 경우 간접선거라는 좀더 정제된 과정을 통하여 의원을 뽑을 수 있었기때문이라는 것이 토크빌의 설명입니다.
선거는 너무 자주해도, 너무 가끔해도 문제가 됩니다. 선거간 간격이 너무 길면 승자가 권력을 누리는 기간이 길어지기에 선거는 사생결단의 게임이 되어버립니다. 반대로 선거가 너무 자주 있으면 좋은 인물이 나라에 봉사할 기간 역시 줄어들게 되며 법제자인 의원들이 자주 바뀌니 법제도 역시 자고 일어나면 뒤바뀌게 됩니다. 후자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미국인들은 선거를 자주 치르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르는 법제도의 불안전성은 해밀튼, 매디슨, 제퍼슨같은 위대한 정치인들도 늘 지적하고 고치려했던 문제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