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썼던 글에 이은 두 번째 얘기입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15792434CLIEN
두 번째 주제로 유닛과 관련된 얘기를 좀 해 볼까 합니다. 이번 글의 주제는 "처음 시작할 때 너무 고가 유닛에 집착하지 마세요." 입니다. 제목부터 조금 공격적인데, 초심자라고 비싼 유닛 쓰지말라는 법 있나? 하는 생각부터 드는 제목이네요. ^^;
초보 운전자라고 B&W, 벤츠 몰지 말라는 법 없고 처음 스피커 자작하는 분들이라 해서 고가의 유닛 쓰지 말라는 법 없습니다. 경제적 능력이 되면 쓰는 거죠. 다만 자작하는 분들을 보면 먼저 쓴 1편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접근하는 분들이 주로 고가 유닛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1편을 안보신 분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접근하는데 비싼 고가 유닛을 쓴다니?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래 계속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소위 말하는 하이엔드 급의 스피커에 사용되는 유닛들의 가격은 개당 수십만원~백 수십만원 수준입니다. 이 가격은 소비자가에 준한 것이고 시스템 제조사는 대량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좀 더 낮아지죠. 자체 설계, 제작하는 곳도 크게 차이가 나진 않습니다. 사실 1~2백만원 짜리 스피커에서는 개당 몇 만원짜리 유닛도 많이 쓰입니다.(솔직히 일반인 입장에서 일이백짜리 스피커도 싼 게 아닌데...) 물론 다이아몬드 트위터처럼 유닛 하나에 몇 백만원 씩하는 것도 있긴 합니다만... 암튼 이런 유닛들이 채용된 완성품 제품은 대략 천만원~수천만원 대에 가격이 형성됩니다. 천만원 대 이상의 제품들은 보통 3웨이부터 시작하니까 조당 6개의 유닛이 들어가는데, 유닛값만 따져보면 꽤 고급 유닛을 써도 4~500만원 정도이고 더블우퍼 채용으로 갯수가 늘어나면 5~600만원으로 올라가겠죠. 물론 더블 우퍼가 채용되면 전체 시스템 가격도 확 올라갑니다. 어쨌든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완성품 가격에서 생각보다 유닛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는 것인데 대충 30% 정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브랜드 인지도가 약해 유닛빨에 의존하는 신생 업체나 국내 업체는 그 비율이 좀 더 높겠죠.
(고가 유닛의 대명사인 아큐톤의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스캔스픽의 베릴륨 트위터입니다. 에소타 같은 실크 계열도 있고요..)
자작하는 입장에서는 완성품에 지불하는 가격 생각하면 유닛에 들어가는 비용은 큰 지출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고가 고급 유닛에 대한 유혹을 떨치기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다만 저는 두 가지 관점에서 처음 시작할 때는 너무 고가 유닛에 집착하지 마시라고 조언 드립니다. 하나는 쉽게 예상하시듯이, 해당 유닛의 능력을 잘 뽑아 쓸 능력이 안된 상태에서 고가 유닛을 쓴다 해도 사실 돈낭비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수천~억대에 가는 완성품에 비한다면 고가 유닛이라 해도 싼 편이지만 , 그래도 저가 유닛과 고가 유닛은 거의 수십 배 차이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고가 유닛은 쓰기에(= 튜닝/설계) 어렵고 저가 유닛은 쓰기 쉽다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실제로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고가 유닛 중에도 설계가 쉬운 녀석이 있고 저가 유닛도 다루기 까다로운 제품이 있습니다. 이건 그냥 제품 특성이지 항상 가격대와 일치하는 건 아닙니다.
물론 어떤 유닛이든 1%도 남김없이 극한의 가능성까지 뽑아내고 최적화한다면 다루기 쉬운 유닛은 없습니다만, 취미/자작 수준에서 본다면 수월한 유닛과 어려운 유닛이 갈립니다.
실제로 고가 유닛의 양대 산맥으로 생각하는 스카닝과 아큐톤을 비교해보면, 기본적인 수준(소리가 크게 파탄나지 않고 들을만한 수준)으로 설계하는데 스카닝은 대체적으로 까다로운 반면, 아큐톤은 의외로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SPL이나 임피던스 특성 등 스펙을 봐도 그렇고요(단, 이 얘길 아큐톤으로 대충 2웨이 만들면 천만원짜리 마르텐 듀크와 같은 소리가 난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하진 마시구요. 엉터리 제조사도 많지만 어느 정도 네임 밸류가 있는 제조사는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습니다). 저가 보급형 유닛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다만 대체적으로 고가 유닛의 경우 저가 유닛보다는 훨씬 예민해서 튜닝에 따른 변화가 큰 경우가 많고, 이를 제대로 다스릴 만한 경험과 지식이 쌓이지 않으면 굳이 비싼 제품을 쓰는 의미가 퇴색되겠죠.
두번째 관점은 첫번째 얘기와 비슷하면서도 모순된 얘기인데, 고가 유닛들은 아주 엉망진창으로 설계를 한 게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꽤 들을만한 음을 내 줍니다. 소위 말하는 '급'이라는게 있어서 유닛 자체가 갖는 소리의 결이나 고급감이 확실히 저가 보급형과는 다릅니다. 계측기로 잘 측정이 안되는 정성적인 부분인데, 사실 이 차이 때문에 많은 돈을 주고 고급 유닛을 사는 거죠. 암튼 고가 유닛에서 내 주는 소리를 처음 접하게 되면 일단 와~ 좋다 생각부터 듭니다.
문제는 이게 설계와 제작이 잘돼서 좋은 소리를 내 주는 것인지, 원래 유닛이 가진 능력 때문인지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구분이 안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처음 자작해서 뭔가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자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게 초보 자작인의 공통된 심정인데, 물론 이런 착각은 자작에 동기와 정당성(^^;)을 부여해 주긴 하지만, 솔직히 실력 발전에는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오디오 바닥에 '부품 좋다고 좋은 소리 나냐'라는 말이 널리 퍼져있지만 사실 스피커 같은 경우엔 앰프나 DAC처럼 많은 부품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상당히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결국 부품빨(?)로 나는 괜찮은 소리를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하고 만족해 버리는 거죠.
물론 그 소리가 마음에 들고, 처음에 자작한 스피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취미인데 그것도 나쁘진 않죠. ^^
하지만 스피커 설계와 제작 자체를 즐기고 장기적으로 가져갈 취미로 생각하는 분이라면 처음엔 중저가 유닛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습니다. 경제적인 낭비도 줄이고, 유닛이 갖는 결점이나 약점을 자신의 설계로 보완하기 위해 고민하고 공부하다 보면 저절로 실력이 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처음 시작할 땐 비파나 피어리스 정도의 유닛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데이톤의 유닛도 무난하고요. 고가에 속하는 스캔스픽이라도 디스커버리같은 보급형 라인은 큰 부담 없으면서도 좋은 소리 뽑아낼 수 있습니다. 단, 알리나 타오바오의 유닛들은 시행착오가 좀 필요할 듯 합니다.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닌데, 가격이 싼 만큼 정말 수준 이하의 소리나 스펙을 보여주는 것들도 있어서 초보자라면 묻지마 중국제는 피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자작하는 입장에서는 다이아몬드 트위터나 아큐톤, 스카닝 류의 고가 유닛에 대한 환상과 동경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저도 그렇고요. 하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몇 천원짜리 묻지마 유닛부터 고가 유닛까지 이것저것 써보다 보니 요즘엔 이런 결론을 내게 되더군요...
PS. 그동안 제가 올린 클량 사용기에 올린 제작기를 보면 비교적 고가 유닛인 경우가 많아 '자기는 비싼 것만 쓰고 초보자는 고가 유닛 쓰지 말라니 말과 행동이 안맞는다'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으나, 사용기에 올린건 5인치 2웨이 이상의 좀 쓸만한(?) 결과물들이고 그 중간에 만든 정체 불명의 조잡한 것들도 엄청 많습니다. 아래 사진도 그냥 선반에 있는 유닛 몇개 가져다 찍은 것들인데 창고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유닛과 인클로져가 쌓여 있네요. 나름 별 허접한 유닛도 많이 써 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사실 저음은 싸구려라도 큰 유닛이 더 낫지않나 싶은데요.
추천은 공간되면 6인치급 쓰는게 최고... 저음대역폭이 40hz대역은 나와줘야 실감나는 극저음이 체감되죠 ㅎㅎ
오디오 자작 좋아하지만 일반인이 만들어서 가성비 따질 수 있는건 진공관 앰프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만들기 쉽고 남들이 해놓은 설계 따라하기 쉽고, 부품만 잘 모은다면 기성품보다 저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게 좋은 소리를 보장한다는건 아니지만요.. 그래도 회로라는건 잘만 따라 하면 비슷하게는 동작하기 때문에 잡음만 안나면 그럭저럭 들을만 하거든요..
스피커는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네트워크 크로스오버, 인클로저, 유닛 사이의 위상지연..
그래서 요즘에는 스피커는 만들어진 인클로저 구입해서 빈티지 풀레인지 유닛 집어넣는 수준에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
물론 네트워크도 까다로운 수치해석이나 무향실측정 같은 것은 어렵습니다만 요즘 측정도구나 시뮬레이션 기술이 좋아져서 어느 정도는 높은 품질의 결과도 가능합니다. 다만 스피커 뜯어보면 유닛과 부품 몇개 뿐이라 쉽게 생각하고 시작하는 분들이 많지만 이쪽도 앰프나 DAC 못지 않게 공부 많이 해야하는 분야죠.
스피커는 아무리 열심히 연구해서 만들어도 완성하고 측정 마이크 들이대면 기쁨이 달나라로 가더군요.. -_-a..
물론 인클로져 가공은 엄두도 못내지만요.. 당연히 주문입니다!!!
그에 비해서 전자회로로 구성된 앰프는 오배선만 안하면 달나라로 가는 경우는 잘 없거든요.. ^^
물론 앰프도 설계까지 가려면 기본 지식이 좀 필요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