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작했지만
그간 해온 사회생활에서 얻은 준비능력 이나 정보취합능력 등등을 모두 활용해서 병간호를 해 나갔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준비가 되지 않았던것은 바로 임종 이었습니다.
언제 어떻게 오는지....
영화처럼 유언을 남기시고 조용히 눈을 감으시는것인지...
아니면 갑자기 뜬금없이 숨이 멎으시는것인지..
거기에 대해서 글을 써보려 합니다..
의사는 구체적으로 몇달 남았다 뭐 이런말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호스피스 치료를 받을때도 ' 준비하셔야 할것같다. ' 라는 말만 들었을뿐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항암치료 하실때 보다는 활기가 느껴지고 더 잘 드셨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항암치료가 끝난 이후 드시는 음식량이 앞으로 얼마나 임박했는지 기간이 남아 있는지에 대한 척도가 될수 있을것 같습니다.
어떤 음식을 뭘 드시고 뭘 어쩌시고 보다는
전체적인 량은 얼마나 드셨고, 토는 하셨는지, 물이나 음료수는 얼마나 드셨는지만 중요했습니다.
임종 3달 전 부터는 거동이 매우 불편해져, 산책도 못나가시면서 운동량이 적어지기 때문에 드시는 물과 음식량이 눈에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TV 와 유튜브만이 살아있게 하는 존재였습니다. 가끔 손녀의 재롱 보는 재미는 있으셨던것 같습니다.
친지나 지인이 방문해셔도 시큰둥하게 별것 아닌것 처럼 대하셨습니다.
이쯤 되면 고통이 장난 아니지만,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 덕분에 몽롱하신 상태에서 고통은 최소화 됩니다.
이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죽음에 대해서 인정을 하시는 시기이기 때문에 장례때 필요한 결정들을 여쭤보기 좋습니다.
영정사진이나 장지는 어떻게 할지.. 어떤분들께 연락해야 하는지 등등..
당장 답을 내는게 아니라 천천히 생각해주시면 나중에 제가 많이 도움이 되겠다 라고 말씀 드리면 그렇게 충격없이 덤덤히 생각해 보십니다.
만약 아직 죽음에 대해 생각이 전혀 없으시더라도 이때 부터는 조금씩이라도 마무리할 준비 하시라 말씀을 드려야 할 때이기도 합니다.
이때를 놓치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하니 더 조급해 진 면도 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다행이었습니다.
임종 2달 전 부터는 드실수 있던 음식이 많이 줄어 듭니다. 육류는 거의 못드시고, 채소류는 씹기가 어렵습니다.
포도당음료수 와 뉴케어 빨간색? 만 겨우 드실수 있으십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아예 거동이 안되셔서 화장실에 가실떄 제가 없으면 그냥 기저귀에서 일을 보시는 방식으로 해결 하십니다.
소변은 그냥 요강으로 해결 하십니다.
임종 한달 전 부터는 신체의 이런저런 센서들이 하나씩 제 기능을 잃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온도감지가 취약해져서 항상 춥습니다. 너무 추워하셔서 난방을 많이 올렸더니 등이 빨갛게 올라올 정도인데도 춥다 하십니다. 하는수 없이 추워도 참으시라 하시고 적당한 온도로 맞춰드립니다.
눈이 보이시지 않으시면서 보시던 유튜브도 의미가 없습니다. 구글 미니홈을 가져다 드리긴 했는데.. 좀 너무 어려운 기기죠. 손으로 조작 가능한 옛날 라디오를 가져다 드렸습니다. 그나마 좀 낮더군요. 나중에는 스트리밍 음악으로 듣고싶으신것 여쭤보고 들려드리지만.. 들으시는건지 아닌지 생각에만 빠져 계십니다.. 잠도 하루의 1/2 는 주무시구요.
미각이 거의 느껴지지 않으시면서 단맛 정도만 겨우 느끼시는데.. 이때 부터는 본격적으로 거의 못드십니다.
임종 일주일 전 부터는 정신이 온전히 있는 시간이 눈떠 있는 시간의 2/3 정도가 되면서 여기저기 다치시기 시작하십니다.
그냥 아무 이유없이 침대에서 일어나셨다가 넘어지시고, 화장실에서 그냥 고꾸라 지시고 등등.. 회복도 거의 안되서... 종아리나 팔에는 잔 상처가 많아집니다.
(2,3살 정도의 아기가 어설프게 걸으면서 다친다고 생각하시면 가장 가깝습니다.)
게다가 주무시면서도 침대에서 자주 떨어지십니다. 밤에 할수 없이 침대를 다 빼고 낮은 매트리스에 다시 눞혀드렸습니다.
밤에 보호자가 케어하지 않으면 침대에서 떨어지시고 난 뒤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을걸 생각하면 끔찍하네요.
꼭 낮은 곳에 모시던지 침대 사이드가드? 를 꼭 하시길 바랍니다.
임종 3,4일 전 부터는 아예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하시고 드시는것은 오직 포도당 음료수와 물 그리고 약간의 콜라 정도만 입니다.
(억지로 라도 드시라 죽을 만들어 드리면 드시다 토하시고 더 힘들어 하셨습니다.)
임종 2일 전에는 눈 초점을 맞추는 센서가 망가진것 같이 양 눈동자가 서로 다른 움직임과 , 서로 관련없는 위치에 도달해 있습니다.
(저는 이때 곧 임종이 올 것임 을 준비하게 됩니다..)
돌아가시기 하루 전 밤에는 약간 정신이 돌아오시는데... 그떄 먼저 간 제 큰삼촌을 찾고, 돌아가신 아버님의 부모님을 찾으시고 저를 동생으로 부르신다든지 하는 말을 남기십니다.
제가 할수 있는건 그저 손 잡아드리고, 삼촌 계신다. 부모님 계신다. 제 동생 옆에 있다 뭐 긍정적인 말 뺴곤 할수 있는게 없습니다. 일단 양방향 대화가 안되는 상황이니까요.
이런저런 살아오시면서 기억에 남는 상황에 대한 말 몇번 하시곤 주무시고 이후엔 계속 잠만 주무 십니다.
이미 3일 전 부터 음식은 아예 못드셨고 잠드시기 시작하면서 하루온종일 물도 못드십니다.
임종 3시간 전부터는 숨쉬기 힘들어 하셨고(가래끓는 소리가 엄청 큽니다.) 입이 바짝말라 계셨고, 등에 욕창이 생길까 걱정이 됩니다.
가래가 너무 심하게 끓으실떄에는 옆으로 뉘이고 등을 두들겨 드리면, 입으로 가래가 나오고 숨 쉬기 편해 하십니다.
그러면서 등 욕창 방지로 살짝 마사지 해드리고 입에는 수건으로 물을 적셔 드립니다.
그렇게 조금씩 숨 쉬기 편하셨다가 불편하셨다가 하시면서
숨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그렇게 새벽 6시에 제 손을 꼭 잡으시면서
더이상 숨을 쉬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요즘 느끼는 감정이랑 비슷하네요..
제 미래이군요.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싶으나 무섭기만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렇게 글을 보면서 상상을 해봐도 상상하기가 어려운 모습입니다..
준비 라는 단어가 참... 아프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시 떠올리리며 정리하는 것도 무척 힘든 일이었을텐데, 이렇게 잘 정리해 주어 다른 분들께 큰 도움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비록 저의 친 부모는 아니셨지만 편찮으신중에 식사를하러 가까운 교외에 갔던기억과
병세가 악화되어 병원에 모시고 갔던 기억
떠나시기전 잠깐 만나뵙고 과일을 깎아드렸던 기억이
다시금 떠올라 눈물 나게 하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좋은 곳에서 평안하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제3자가 글로 읽기만 해도 가슴 한켠이 세게 조여드는 느낌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더불어 어려운 기억을 나누어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글을 읽는 제 마음이 조여오네요.
남은 가족분들의 마음에도 평안과 위로가 있으시길 빕니다.
아버님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6년 겨울에 소천하신 장모님 생각이 겹쳐 지내요.
남은 분들 잘 추스려 가시길 바랍니다.
케어하시는 동안의 MC-SONGIF님 수고와 노력에 대해 아버님께서도 잘 알고 계실것이며 고마워 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귀한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실 것 입니다.
저도 갑자기 아버지가 보고 싶네요.....ㅠ_ㅠ
감정이 울컥하셨을텐데 담담하게 쓰신 글보고 제가 눈물이 나네요ㅠㅠ
귀중한 경험 나누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직 이런 일이 닥쳐온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오지 않을 일이라 확신할수 없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20년전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며... 갑자기 나의 죽음은 어떠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앞섭니다...
저도 한달 전쯤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클리앙에 글을 쓰고 싶으나 도저히 글이 안적혔는데 님께서는 힘내셔서 써주셨군요..
사람이 살다가 보면 어쩔 수 없는일 중 가장 큰일이 아닌가 합니다..
위로를 드리며 힘내시길 바랍니다.
힘든 경험 글로 공유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말 소중한 기록이네요. 암환자 뿐만 아니라 노부모 모시는 분들께 정말 도움이 되는 글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마지막줄에 눈물나는거 참고 있습니다.
아버님 편안히 아들의 남은 삶 지켜봐주실겁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회원님 힘내세요... !
효자시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버지께서 좋은 아들을 두셨네요
귀한 경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조용히 우리의 부모 ..당신들을 그리워합니다
왜 전화 쫌 자주 안하냐고 타박거리시던 엄마한테 내도 쫌 바쁘다고 오히려 큰소리 쳤던 제가 잘못했습니다.
나중에는 전화해도 받을 부모님이 안계실텐데... ㅠ.ㅠ
마음이 미어 지네요......
아버님의 명복을 빕니다..........
저는 아버지 임종 못 지켰습니다.
그날 외부 교육 있어서 교육 받으러 갔다가.. 끝나고 지하철역 환승 주차장에 주차한 차 안에서 너무 피곤해서 졸고 있었는데....
동생이 전화 오더군요.. 빨리 들어오라고...
그날 아침에 나오면서 평소보다는 쌩쌩하신거 같아서... 뭐 매번 같은 하루겠지.. 생각하고 나왔다가...
그래도.... 임종 못 지켰다는 것 보다는.. 이제 안아프시겠구나..
그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이제는 안아프실거에요....
글 감사합니다 ㅜㅜ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