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시대를 연 개척자, 비트코인이 이제는 현대 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 증권가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젠 누구도 가상자산을 폄하할 수 없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증권선물위원회(SEC) 투자자교육실은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보유한 펀드에 투자하기 전에 잠재적인 위험과 편익을 신중히 고려하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후 블룸버그통신은 "오는 18일 미국의 첫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SEC의 승인을 받고 거래를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비트코인은 두자릿 수 이상의 급등세를 보이며, 반년만에 개당 7000만원선까지 올라섰다. 이같은 보도가 현실화될 경우, 무려 40여개의 자산관리사가 순차적으로 비트코인 ETF 상품을 내놓을 전망이다. 그간 유동성에 취한 2030세대 또는 개발도상국 위주로 거래됐던 비트코인이 미국 월가의 중심으로 올라서게되는 것.
비트코인 ETF는 지난 2013년 제미니 거래소 창립자인 윙클보스 형제가 최초로 SEC에 비트코인 ETF를 신청, 무려 9년만 제도권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그러나 줄곧 미국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와 규제 문제 등을 이유로 들어 ETF 승인을 반려했다. 자칫 제도권 편입이라는 인식을 줘, 투심을 자극할 것을 우려한 행보다.
그러나 최근 3년새 미국과 우리나라까지 비롯, 서방 국가 대부분이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을 위한 규제책을 완비하는 등 디지털자산을 향한 각국 정부의 허들이 크게 낮아진 상태다. 우리나라 역시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사업자를 정부가 직접 관리하기 위한 법률을 만든 데 이어 내년부터 세금도 걷기로 했다. 이때문에 국내외 투자시장에선 비트코인 ETF의 등장 가능성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비트코인의 제도화를 이끌 'ETF'는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 투자자가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제도권 내 금융상품의 하나로 인식돼 개인투자자 뿐만 아니라 기관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간접투자가 가능해진다.
덕분에 가상자산 투기 분위기도 빠르게 가라 앉을 공산이 크다. 수년간 대다수의 가상자산은 가격이 급격히 출렁이면서 투기꾼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 하지만 제도권 금융에 편입되며 정부의 감독 아래 모든 거래가 이뤄지게 된다.
이때문에 투자업계에선 ETF 이슈가 단기 비트코인 가격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격변동성을 오히려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ETF 상품들 대부분이 비트코인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만큼, 금 또는 원유와 같은 위험회피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공산이 크다는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인 미국시장에서 ETF 지위를 획득한 만큼, 전세계 자산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