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이 지속되면서 단기 홀더들은 많이 떨어져나갔고, 이젠 나름 부심부리는 장기 홀더들의 믿음이 테스트되고 있습니다. 제 믿음을 다시 한번 공고히 하고 만연해 있는 오해도 풀 겸, 이번 사이클 들어서 계속 문제시되고 있는 "비트코인의 전력 낭비"를 주제로 생각을 정리하였습니다. 아래에서, 기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제 뇌피셜인 점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1. 낭비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채굴자라 가정합시다. 어찌어찌 비트코인 채굴기를 확보했고, 이제 값싼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합니다. 한국에 있을까요? 없습니다.
열심히 수소문해보니, 중국이 자국 내 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몇몇 지역에 친환경 발전소를 많이 건설했다고 하네요. 해당 지역의 전기료를 알아보니, 생각보다 그리 싸지 않아 수지타산에 맞질 않습니다. 이러면 나가린데...수력발전소에 직접 문의합니다.
"전기 좀 저한테 싸게 공급해주면 안돼요? 많이 쓸게요."
"안돼요, 당신한테만 싸게 줄 순 없잖아요."
근데 사실 발전소장에겐 고민이 있었습니다. 발전소에서 전기는 계속 생산되고 있는데, 이 과잉 생산된 전기로 인해 좆될뻔 한게 벌써 몇 차례 있었거든요(아래 기사 참조. 아래 기사만큼은 끝까지 읽는 것을 추천). 위기가 닥칠 때마다 발전기를 정지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단독] 태양광·풍력 공급과잉에 '전력대란 비상'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009133731i
유승훈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분과위원회 위원장은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초과공급 문제”라며 “해외 재생에너지 선진국들처럼 정부가 초과공급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기술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 발전소와 채굴자들 간의 딜
발전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전기를 얼마나 쓸 수 있습니까?
"대략 0.01 GWh 정도요? 전기만 계속 싸게 주신다면 피크타임에는 따블로 값을 치르겠습니다."
"아...0.01GWh요? 적어도 10GWh는 커버해야 하는데..."
"그럼 제 동료들한테도 물어볼게요!"
그렇게 중국은 비트코인 채굴의 성지가 됩니다.
3.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과 정전
각 국가들이 통화량을 팽창시키자 비트코인의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피크타임에 비싼 전기료로 채굴해도 충분히 이득인 상황이 온 것이죠. 기회를 놓칠리 없던 나를 비롯한 채굴자들은 24시간 내내, 그리고 구형 채굴기까지 꺼내 채굴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채굴이 전기를 모조리 빨아가자, 지역사회로의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겼고, 심지어 정전 사태까지 일으켰습니다. 모두가 채굴업자를 비난했지만, 나는 묵묵히 채굴을 계속합니다. 발전소 옆의 채굴기는 정전되지 않고 돌아갔지만, 정전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의 원성은 커져갑니다.
'내가 정부에 납부한 전기료가 얼만데...우리들 아니었으면 배터리 공장도 수주 못했을거면서...'
정전사태 이란, 9월까지 가상화폐 채굴 금지… 흔들리는 비트코인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us/2021/05/27/X5MEZAWKSNG7HLNPBLYE5X6XSY/
정전은 전력 수요가 많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지역별로 1~3시간씩 지속됐다. 이란 전력 당국은 이러한 국가적 전력난의 원인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채굴을 꼽는다.
4. 다른 버퍼의 등장, 그리고 이주
정부에서 채굴장을 폐쇄하라는 조치가 내려왔습니다.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CBDC 를 공식적으로 사용할거거든요. 폐쇄 근거야 뭘 대든 대면 그만이지요. 채굴자들이 선을 넘은 것도 맞지만요.
'임시 조친가? 쓰촨성은 장마철마다 전력이 과잉 공급돼서 채굴 금지는 자살골일텐데...'
하지만 아래 신문 기사를 보자 발전소와의 밀월 관계는 끝났단 생각이 듭니다. 다음 채굴 성지를 찾아 이주할 계획을 세웁니다.
CATL, '15GWh' 中 공장 증설 완료…투자 가속화
https://www.theguru.co.kr/news/article.html?no=22554
22일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최근 중국 남서부 쓰촨성 이빈시 소재 배터리 공장 건설의 첫 단계를 마무리했다. 15GWh 규모로 이미 장비 시운전을 마치고 가동에 돌입했다.
5. 누가 낭비하고 있는가?
채굴자들은 가성비 좋은 전기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일뿐이고, 발전소에게 채굴자들은, 과잉 생산되는 전력을 처리하고 전기료까지 납부하니, 일석이조지요.
발전소 주변에 수많은 공장이 들어서서 안정적인 전력 소비가 가능해지고, 심지어 그 공장들이 채굴자들보다 더 높은 전기료를 부담할 수 있다면 채굴자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발전소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발전소(갑)와 채굴자들(을) 간의 밀월 관계를 고려할 때, 전력 낭비로 욕먹어야 하는 주체는 사실 발전소입니다. 비트코인 채굴보다 더 나은 산업에 전기를 대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발전소 입장에서, 초과 생산되는 전기를 소비할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비트코인 채굴은 매우 즉각적이면서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이게...낭비인 것이긴 할까요.
6. 일런 머스크의 난입
테슬라는 전기차 기업이지만, 막상 속을 들여다 보면 에너지 기업입니다. 솔라시티(솔라루프)는 태양광 발전의 전기 초과 공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배터리? 배터리가 완충된 후에도 생산되는 전력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이웃에 공급 vs. 비트코인 채굴
이웃에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비로운 분들도 많겠지만, 이는 되려 이웃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이기심에도 반합니다.
독일, 과잉 생산 재생에너지로 고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3135888
과잉 생산된 전기는 자동으로 이웃나라의 전력 시설로 공급되는데, 이 나라들 또한 전력 용량이 포화 상태라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체코는 아예 독일에서 들어오는 전기를 차단하기 위한 설비를 건설하고 있는 중입니다.
7. B word
이제 곧 열릴 B word에서 캐시우드, 일런 머스크, 잭 도시가 모여서 토론을 할텐데, 그들이 무슨 대화를 나눌지 어림 짐작은 됩니다. 이들이 무슨 말을 하건, 이해당사자의 편파적인 주장으로 보려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건 선후 관계를 거꾸로 해석한 것입니다.
상기와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잭도시와 캐시우드는 이런 생각을 페이퍼를 통해 밝혔지만, 일런 머스크는 아직 의중을 밝힌 바 없음) 비트코인을 매입하며 이해당사자로 뛰어든 것으로 보는게 합리적이지요.
태양광 및 풍력의 재생에너지는 일정한.. 양의 전기를 생산하는게 아니라 특정시간 시기에 넘치는 전기를 생산합니다..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데 그 특정시기에만 기반한 채굴사업은 존재치 않죠.
그래서 아마 대부분 수력/천연가스/원자력에 기대고 있는 것이죠..;;
어떤 의미에서 독일이..전기가 남는다..는 건 좀 넌센스죠.
하지만 발전소의 전기료 부과 방식이 좀만 더 세련되어 지고, 채굴수익과 전기료 간 차이가 좁아지면, 특정 시간에 일부 채굴기 전원을 내리는 쪽으로 진화압이 작용할테니, 미래엔 특정 시간만 채굴기가 돌아가리라 봅니다.
하지만 그 특정 시간이란게 지역마다 다르가 때문에, 전지구적으로 볼때 해시파워는 일정하게 유지될거고요.
친환경발전시 전력과잉생산 문제를 피하기 위해, 적당한 규모의 친환경발전소 건설한다면,과소생산될 때 전력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발전수단(화력, 원자력, …)이 필수지만,
전력과잉생산 문제가 채굴만으로 해결된다면, 다른 발전수단을 도입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아직 이에 대한 현실적인 반론은 보진 못했습니다. 어쩌면 B word에서 일런 머스크가 반론할지도요 (내가 만든 배터리에 저장하는게 더 친환경적이야!)
채굴자는 지속적인 채굴이 보장되야 채굴사업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혹은, 최소한 특정시간이 매우 많은 확률로 특정화되어야 사업성판단이라도 할 수 있겠죠.
결국은 원가회수하고 수익남기자고 하는 게 채굴산업이니까요.
한국은 여름엔 주로 전력부족이고 겨울엔 남는 쪽이려나요..;;
암튼 불규칙한 채굴시간으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태양광에 그렇게 ess를 도입하려고 했던 거겠죠. 결국..거의 사장된 상태로 압니다만. 한국요.
이건 여담입니다만,
만약 핵융합발전소가 상용화된다면...
음..
볼만하겠군요.;;
친환경전기가 아닌게 문제인가- no
업계 유명인사라는 사람들도 그렇고 대부분이 머가문제인지조차도 모르는군요.
ㅋ
저도, 개인적으로 이건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편이긴 합니다..;
@@.
*
전환효율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긴 합니다.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문제는 백금?촉매겠죠?
수력(+원자력) 포함시키면 불가능하진 않을 듯 싶습니다.
수력 뺀, 태양광 혹은 풍력만으로는,, 별로 안 될겁니다.
그것들은 워낙 전기생산이 들쑥날쑥해서..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