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KE: 좌파당, SPD: 사회민주당, GRÜNE: 녹색당, FDP: 자유민주당, CDU/CSU: 기독교민주연합/기독교사회연합, AfD: 독일을 위한 대안)
2021년 독일 연방 총선 최종결과(1, 2번 사진은 지역구, 비례 1위 지도)
사민당(중도좌파): 25.74%(+5.19), 206석(+53)
기민당(중도우파): 24.07%(-8.83), 196석(-50)
녹색당(중도좌파): 14.75%(+5.86), 118석(+51)
자민당(중도우파): 11.45%(+0.75), 92석(+12)
대안당(우익-극우): 10.35%(-2.34), 83석(-11)
좌파당(좌익-극좌): 4.89%(-4.34), 39석(-30)
기타정당: 8.75%(+3.71), 1석(+1)
집권 제2여당 사민당 1.67%p차로 19년 만에 1위
전체 의석: 735석(+26)
과반 의석: 368석(+13)
투표율: 76.57%(+0.42)
비례대표 봉쇄조항선: 5%
2021년 독일 총선 연정 시나리오별 의석 비율
케냐연정(사민-기민/기사-녹색): 70.2%
독일국기연정(기민/기사-사민-자민): 67.4%
신호등연정(사민-녹색-자민): 56.2%
자메이카연정(기민/기사-녹색-자민): 55.0%
대연정(기민/기사-사민): 54.7%
적녹연정(사민-녹색): 43.5%
적녹적연정(사민-녹색-좌파): 48.8%
흑녹연정(기민/기사-녹색): 42.3%
흑황연정(기민/기사-자민): 39.5%
(LINKE: 좌파당, SPD: 사회민주당, GRÜNE: 녹색당, CDU: 기독교민주연합, AfD: 독일을 위한 대안, FDP: 자유민주당)
2021년 독일 베를린 주 총선 최종결과
사민당(중도좌파): 21.44%(-0.11), 36석(-2)
녹색당(중도좌파): 18.88%(+3.69), 32석(+5)
기민당(중도우파): 18.06%(+0.45), 30석(-1)
좌파당(좌익-극좌): 14.03%(-1.61), 24석(-3)
대안당(우익-극우): 8.00%(-6.16), 13석(-12)
자민당(중도우파): 7.15%(+0.45), 12석(=)
기타정당: 12.44%(+3.29), 0석(=)
집권 제1여당 사민당 2.56%p차 1위
전체 의석: 147석(-13)
과반 의석: 74석(-7)
투표율: 75.69%(+8.79)
비례대표 봉쇄조항선: 5%
2021년 독일 베를린 주택 국유화 주민투표(투표율: 75.0%)
국유화 찬성: 56.4%
국유화 반대: 39.0%
국유화 찬성 17.4%p차로 승리
(LINKE: 좌파당, SPD: 사회민주당, GRÜNE: 녹색당, FDP: 자유민주당, CDU: 기독교민주연합, AfD: 독일을 위한 대안)
2021년 독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 총선 최종결과
사민당(중도좌파): 39.59%(+9.04), 34석(+8)
대안당(우익-극우): 16.72%(-4.09), 14석(-4)
기민당(중도우파): 13.30%(-5.69), 12석(-4)
좌파당(좌익-극좌): 9.94%(-3.24), 9석(-2)
녹색당(중도좌파): 6.30%(+1.48), 5석(+5)
자민당(중도우파): 5.79%(+2.75), 5석(+5)
기타정당: 8.36%(-0.25), 0석(=)
집권 제1여당 사민당 22.87%p차 압도적 1위
전체 의석: 79석(+8)
과반 의석: 40석(+4)
투표율: 70.83%(+8.98)
비례대표 봉쇄조항선: 5%
지난해 초부터 독일 정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던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연방 총리의 그렇잖아도 높던 지지율이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호평으로 인해 무려 80%대 중반에 달하게 됐었습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에 대한 거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기민/기사당의 지지율은 크게 수혜를 얻지 못하여 30%대 중후반에 머무르던 중이었습니다.
현재 중도좌파 지지층이 녹색당과 사민당으로 갈라져 있어서 1위는 굳건하기에 차기 총선에서도 다시금 사민당이나 녹색당과 손을 잡은 후 정권 재창출 및 총리 배출이 유력하지만, 메르켈 총리의 차기 총리 불출마 선언이 걸림돌이 됐습니다.
본래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로 간주되었던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약칭 AKK) 기민당 대표가 튀링겐 주에서 극우정당과 연정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이후, 기민당 내에서는 변변한 대체자를 찾지 못하고 타 당 대표와의 총리 선호도 가상대결에서 판판이 깨지는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선거 전 까지만 해도 기민당 경선 1위를 달리고 있던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원내대표도 강경 성향 때문에 비호감도가 매우 높아서 총선 와중에 중도층 재확보가 걸림돌이 될 수 있었으며, 경쟁력이 좋은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 주 총리는 자매정당인 기사당 소속으로 막상 전국 단위의 선거가 닥치면 어느 정도 역량을 발휘할지 불확실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1월 16일 치러진 독일 기독교민주연합 당대표 선거(대의원 1,001명) 결과, 결선에서 메르켈 총리의 지원을 받는 중도파 후보인 아르민 라셰트가 메르켈의 라이벌로 불리던 강경파 후보 프리드리히 메르츠를 누르고 당선됐습니다.
아르민 라셰트 후보의 승리 요인으로는 또다른 중도파 후보인 노르베르트 뢰트겐 후보의 표 대다수를 끌어들인 것과, 코로나 사태 중 진두지휘를 통해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인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과 공동 전선을 펼친 것이 뽑혔습니다.
이에 따라 메르츠의 당선으로 인한 중도층의 녹색당/사민당 이탈 우려가 없어지며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으나, 반대로 강경 우파 지지층의 실망 끝 이탈 가능성 때문에 총선 이후 슬럼프를 겪던 대안당의 회생 여지가 생기면서 기민당의 또다른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었습니다.
이렇든 저렇든, 기민당 대표 경선에서 주목할 만한 스타가 탄생하는 것이 기민/기사당의 내년 총선 정권 재창출에 있어 갈림길이 될 거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결국, 향후 선거를 이끌게 될 라셰트 신임 대표가 어느 정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기민당의 미래가 달렸던 것입니다.
하지만 라셰트 대표가 당선되자마자 기민/기사 연합 내에서 초대형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복수의 제1여당 의원들이 중국산 마스크를 들여오는 편의를 봐주는 대신에 수 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수수한 것이 들통나면서 독일 내 민심이 격랑에 휩싸였으며, 3월 14일 있을 지방선거에서 어떤 영향을 줄지 각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와 라인란트-팔츠 주 모두 기민당의 지지율이 하락했으며, 기존에 녹색당과 대연정을 구성하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도 신호등 연정(녹색-자민-사민)에게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했습니다. 게다가 연방 총선 지지율도 30%선 붕괴가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특이하게도 해당 지방선거에서는 기민당의 하락이 대안당의 수혜로 나타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대안당이 더 크게 하락했다는 점이 전문가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기민당 우파 지지층의 이동이 아니라 기민당 중도층의 이탈이 나타난 데다, 당 전체가 연방헌법수호청의 감시 대상이 되면서 타국과 달리 우익대중주의의 기세가 다시금 꺾인 것입니다.
이 때문에 카렌바우어에 이어 라셰트의 중도층 득표력과 메르켈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 지에 대해 정치권 내에서 의구심이 퍼졌으며, 죄더 총리 후보론도 나왔습니다. 그 경우, 1980년 프란츠 슈트라우스 이래 수십년 만에 기독교사회연합 출신 총리 후보가 재탄생하게 되는 셈이었습니다.
한편, 자유유권자당이 라인란트-팔츠 주에서도 원내 진입에 성공함에 따라, 중도유권자들도 자민당에 이은 또다른 선택지가 더 생겨나게 됐습니다. 반면 구 공산세력과 사민당 급진파의 연합에서 출발한 좌파당은 텃밭인 동독지역과 달리 서독지역 선거에서 여전히 부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죄더의 도전을 물리치고 라셰트가 기민/기사당의 후보자리에 올랐으나, 같은 4월에 아날레나 베르보크 녹색당 공동대표가 로베르트 하벡 공동대표와의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자 스포트라이트가 나뉘었습니다.
그리고 후보가 정해지자마자 기민/기사 지지율이 6%p나 폭락하고 녹색당이 거의 2년 만에 단독 1위로 올라선 여론조사가 나오는 등, 라셰트의 경쟁력을 불신하는 기민/기사 연합 지지층이 자민당이나 녹색당으로 이탈하면서 정권 상실 위험이 커지고 중이었습니다.
현재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민당 대표는 신호등 연방 연정 가능성을 일축한 상태지만, 녹적적 연방 내각(녹색-사민-좌파) 가능성이 가시화될 경우 옛 동독 공산당에 뿌리를 둔 좌파당의 연방 내각 진입을 막기 위해 신호등 연정이나 녹흑 연정이 이루어질 확률이 있었습니다.
독일 정당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던 기민/기사당과 녹색당의 총리 후보가 마침내 정해진 가운데, 직후 치러진 조사에서 녹색당이 2년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하는 등 3월 지방선거 승리로 인한 기세를 올리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메르켈 총리에 대한 독일 시민들의 굳건한 신뢰가 백신 접종률 상승과 함께 라셰트 체제 기민당으로도 점차 옮겨가는 추세가 나타났습니다.
이에 더해 베르보크 녹색당 총리 후보의 경력 위조 논란과 대안당에 대한 거부감 확대로 인한 반-극우 1위 유력 정당 전략적 지지 현상으로 지방선거 연쇄 부진(여론조사 이하)이 나타나며 5-6월 들어 중도-우파 지지층을 점차 회복하는 모양새입니다. 여기에 좌파당의 하락세가 극심해짐에 따라 녹적적 연정 가능성도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녹색당이 다시금 20%대 초반으로 하락하고 기민/기사가 20%대 후반으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는 중입니다. 여기에 더해 자민당 전국 지지율이 급속도로 상승세를 보이며 사민당의 3위 자리까지 위협하는 등, 독일 우파의 세력 재확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서 녹색당은 10%대로 추락하며 인기 높은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을 필두로 한 사민당에게 2위 자리마저 위협당하는 처지가 되었으며, 라셰트는 총리 지지율은 여전히 낮았으나 기민/기사가 30%대까지도 올라서면서 한숨 돌릴 수 있었습니다.
위기감을 느낀 지지층이 기민당으로 재집결하며 전국 지지율 1위를 탈환하고 연방 총선 전 마지막 지방선거인 6월 6일 작센-안할트 주 총선에서 예상 밖 대선전을 하는 등, 메르켈 집권 기간 동안 굳건해진 지지기반을 여실히 드러내는 중입니다.
게다가 라셰트 기민/기사 총리 후보의 노선과 대안당의 극단성에 불안을 느끼고 또다른 대안을 모색하던 사회,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이 자민당과 자유유권자당으로 모이면서 독일 정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하지만 7월 중순에 있었던 독일 전역을 뒤덮은 홍수가 상황을 반전시켰습니다. 기후변화로 촉진된 각종 자연 재해로 인해 지구온난화 대처와 관련해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 홍수 피해가 극심했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인 라셰트가 수해 현장에서 대통령 연설 와중에 웃고 떠들며 농담하는 것이 포착되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홍수 피해와 관련해서 기후변화 대책 마련 질문에 매우 보수적이고 미온적인 입장으로 대응하면서 환경문제는 등한시하고 산업 육성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그 결과, Kantar 조사에선 기껏 올렸던 기민/기사 지지율이 다시금 오차범위 안으로 추격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반면에 평소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던 녹색당이나 재무장관을 통해 대규모 이재민 지원 등을 약속한 사민당에서는 여러 조사에서 지지율이 상승하는 수혜를 입었습니다.
게다가 Infratest dimap 조사에서는 98년 기민/기사 총리 후보 평가 조사 이래 사상 최저치인 24%를 기록(기존: 98년 헬무트 콜 42%)하며 라셰트 본인에 대한 호감도가 나락까지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반면에 총리 후보 경선 경쟁자였던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 주총리는 긍정평가가 무려 56%를 기록하며, 66%로 압도적 1위인 메르켈 총리의 바로 뒤를 이은데다, Forsa 조사에선 숄츠와 베르보크 모두를 더블스코어로 앞섬에 따라 후보 교체론이 재점화될 기미 또한 조금씩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베르보크 녹색당 총리 후보 또한 고작 27% 긍정평가에 그치면서 17년 총리 후보(55%)의 절반에도 못 미친데다, 자당 공동대표인 하벡에게도 9%p차로 밀리며 녹색당의 총선 경쟁력을 깎아먹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는 전체 3위에 이르는 48%의 높은 긍정평가로 당 전체 지지율을 견인하며 정당 지지율 2위 자리를 노리는 중입니다.
이 와중에 녹색당과 대안당이 법적 서류 제출과 관련해서 치명적인 실수가 발생하며 각각 자를란트와 브레멘 주에서 투표명부 등록이 거부당함에 따라, 총선을 앞두고 득표 면에서 일부나마 걸림돌이 발생하게 됐습니다.
당시로선 우여곡절 끝에 제1당을 차지한 기민당 주도로 녹색당 등과의 연정이 성립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한달 반 정도 남은 총선 기간 동안 총리 후보 선호도 등 각종 변수로 인해 판이 완전히 뒤집힐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였습니다.
또한 녹색당의 기후변화 담당 장관의 반-환경 법률안 거부권 공약과 우향우 경제/안보 노선, 온건파인 라셰트 기민당 대표와 대비되는 하벡 공동대표의 대 러시아 강경책 주장도 변수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후 8월 중순으로 다가서자, 기민당의 하락세와 녹색당의 보합세, 사민당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1위를 놓고 오차범위 내 3파전 구도가 펼쳐짐에 따라, 라셰트가 이끄는 기민/기사 연합은 최악의 경우 메르켈 총리의 드높은 국정평가에도 불구하고 3위로 추락할 가능성까지 생겨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녹적적 가상 연방 내각 시나리오(녹색-사민-좌파)가 재차 과반 지지율 선(Kantar: 47% Vs 45%, Forsa: 47% Vs 44%)을 돌파함에 따라, 기민당은 황금기를 뒤로 하고 곧장 정권 재창출을 위한 투쟁을 벌이면서 사민당과 좌파당의 과거사를 뒤로 한 밀착 가능성을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할 처지에 놓여버렸습니다.
그리고 총선 한 달 전 시행된 Forsa 여론조사 결과, 독일 사민당이 무려 4년 4개월(Forsa에서는 15년) 만에 단독 1위 자리에 복귀하게 되면서, 올라프 숄츠에 맞서려면 인기 없는 라셰트를 당장 끌어내리고 여전히 인기 좋은 죄더나 가능성은 낮지만 메르켈이 그 자리를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그러나 토론회까지 진행된 9월 초 시점에서는 후보 교체를 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많은 상태였으며, 토론회 연승으로 사민당의 상승세가 예상보다 가팔라지는 와중에 녹색당이 바닥을 찍거나 사민당 상승분이 녹색당 하락분을 초과한 조사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좌파당을 배제한 사민-녹색 중도좌파 연정의 가능성을 조금씩 점치는 사람들도 보이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메르켈 이후 기민당이나 우경화 된 자민당에서 이번 총선 패배 책임론이 터져 나오며 메르츠 등의 강경파가 힘을 얻고, 차후 정권 재탈취를 위해 기존의 중도 노선을 뒤로 하고 대안당 등과 손잡으려는 움직임이 불거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입니다.
한편, 9월 26일 총선과 같은 날에 베를린에서는 좌파 진영 주도로 수십만 명의 서명을 받은 끝에 시민투표가 시행되며, 해당 투표에선 주택 3000채 이상 보유 부동산 기업의 주택 유상몰수 국유화 여부 및 이후 시행방침에 대한 찬반을 놓고 시민들의 선택이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베를린의 월세 상한제가 위헌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새롭게 꺼내든 카드인 시민투표가 총선과 같이 시행되는 만큼, 높은 투표율과 함께 좌우 정당 지지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차기 총리 후보들과 함께 국내외의 주목을 받는 상황입니다.
다만, 해당 투표의 법적 구속력은 미미한 편인 데다 지역 사민당과 녹색당 지도부에서 지지층의 생각과는 달리 시민투표 방안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밝힌 만큼, 찬성 측의 지지 이완으로 저지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9월 26일에 독일 연방 총선과 베를린 주 총선 및 주민투표,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 총선이 치러진 결과, 사민당이 여론조사 추세대로 무려 16년 만에 연방 의회 제1당 자리에 복귀했습니다.
하지만 적적녹 연정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한 메르켈 및 기민당 유세에 의해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층이 막판 여론조사에서 결집하면서, 개표 결과 사민당이 생각보다 의석 우위를 굳히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올라프 숄츠 대표가 바에르벡 녹색당 총리 후보를 지역구에서 꺾고, 메르켈이 불출마한 지역구를 탈환하는 등의 성과를 보임으로써 범좌파 내 주도권과 이번 총선 최대 승자임을 확고히 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 와중에 기민당은 라셰트와 카렌바우어 및 주요 장관들이 지역구에서 잇따라 패하고 비례구제를 기다리는 처지가 된 데다 기민/기사가 역대 3위 수준의 득표율 폭락(-8.8%p)을 기록하는 불상사가 잇따르면서, 메르츠를 중심으로 한 보수파가 메르켈의 향후 부재를 틈타 라셰트와 죄더의 선거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차후 당권 장악을 노리는 중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녹색당은 득표율이 17년에 비해 폭등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 대 득표율에 들어가는 대성공을 거두며 대다수의 연정 시나리오에 포함되게 됐지만, 선거전 초반에 총리 자리까지 노렸던 지지율이 후보의 자질 논란으로 쇠하게 된 것이 두고두고 아쉽게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에 반해 대안당은 지방선거 연쇄 부진의 흐름을 끊지 못하고 18% 지지율을 찍은 이후 계속된 하락세 끝에 제3당에서 제5당으로 추락하고 간신히 10%대를 유지하는 것에 그치게 됐습니다. 게다가 튀링겐 사태로 심하게 데인 기민당과 자민당 등이 대안당과의 연정 가능성을 전면 일축하면서, 의석수 하락과 맞물려 향후 연방 의회에서의 발언권이 매우 약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이번 총선에서 연정 구성을 넘어 총리 배출 정당에 이르기까지 불확실한 점이 많은 상황이지만, 총선 최대 패자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좌파당이 바로 그 대상으로, 여론조사 하락세에 따른 봉쇄조항선 미달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어 고작 4.9% 득표에 그치면서, 지역구 3석 이상 예외조항을 간신히 넘기면서 비례의석들을 구제받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좌파당의 부진으로 적적녹이 간발의 차로 과반에 미달함(48.8%)에 따라 사민당은 연정 선택의 폭이 좁아졌으며, 경제적 우파를 끌어들여 득표율을 높이고 마침내 의회 과반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자민당이 재무장관 자리 등을 놓고 사민당, 기민/기사와 거래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민당 대표는 증세 반대를 모토로 하여 기민/기사, 그리고 녹색당과의 자메이카 연정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상황이며, 이를 꺼릴 가능성이 높은 녹색당과 먼저 협의하여 연정 협상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로 인해 협상이 상당히 길어질 전망이며, 재총선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기민/기사가 2위로 떨어지면서 총리 배출 명분에 있어서 매우 밀리게 된 데다, 그 구성방식은 이견이 있어도 사민당 주도 연정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므로 연정 협상 끝에 어찌저찌해서 사민당 총리를 중심으로 한 내각이 배출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은 상황입니다.
다만 사민당 지지층이 8년 간 있었던 기민/기사와의 대연정에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이므로 신호등 연정의 가능성이 좀 더 높아 보이며, 이 경우 라셰트 대표는 16년 만의 야당 전락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듯합니다.
이렇게 원내 정당들의 손익계산서가 나오는 상황에서 군소 정당들의 희비 또한 엇갈렸습니다. 자유유권자당은 3% 이상의 지지율을 보며 원내 진입을 꿈꾸었지만 그보다 낮은 득표율을 받고 말았으나, 덴마크어 구사자의 권익을 옹호하는 사회자유주의 중도좌파 성향의 남슐레스비히유권자연합은 지역구에서 표를 끌어 모으고 소수민족 지역정당에 대한 특별조항 수혜를 입으며 1961년 이래 처음으로 연방 원내 진입이라는 대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한편, 같은 날 치러진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선 연방 총선과 달리 적적녹 연정이 안정 과반을 얻었으며, 주민투표에서도 주택 국유화 찬성 측이 여론조사(찬: 45%, 반: 43%)를 뛰어넘는 성과(56.4% Vs 39.0%)를 거두며 압승했습니다.
또한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 총선에서도 사민당이 전국적 상승세를 등에 업고 극우 대안당이 세를 불렸었던 동독지역에서 확고한 1위를 굳히면서, 새로 원내 진입한 녹색당 및 자민당, 그리고 좌파당 등과의 연정 선택지가 넓어진 데다 기민당과의 지역 연정 주도권을 더욱 굳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사민당이 1위에 오르면서 1959년 이래 처음으로 전부 좌파 총리가 들어선 노르딕 5개국(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총선 후 연정 협상에 따라 변동 가능성])에 이어 독일에서도 사회민주주의 정당 중심 내각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내년 스웨덴 총선이 북유럽에서 해당 추세가 계속될지 가늠케 할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