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배움이 잠자기 전마다 부끄러움에 이불킥하는 상황을 만든다는 걸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주식이라는 것, 개별종목을 선정하고 매매를 이어나가면서 시황이나 주가의 등락에 따라 대응하는 방법을 배워서 온전한 내 것으로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세계경제와 매크로 전망에 눈을 돌리면서 날고 기는 초고수들이 보여주는 이른바 “탑다운 투자 전략”의 화려함에 눈이 돌아가서 무슨 대단한 이코노미스트라도 되는양 흉내를 내며 따라쟁이가 되다 보니, 투자와 공부 두 영역 모두 산만함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버린 가장 큰 원인은 지난 8월의 하락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나름 고민하고 선정했던 주식들이 성과를 보여주면서 수익률로 보면 40%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그랬다가 8월 한달동안 상대적으로 덜 신중하게 매입했던 종목들이 크게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수익률이 0%까지 떨어집니다.
그 전까지 이코노미스트들의 세계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은 단지 투자할 종목을 선정하는데 참고하는 정도에 불과했었습니다. 우리 금리가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작년에는 국채etf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데에도 그런 이야기들을 활용할 수 있었구요. 그런데,, 이렇게 수익률이 터지다 보니 그제서야 금에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다더라, 앞으로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될텐데 너는 아직도 주식만 하느냐, 레이 달리오의 사계절 포트폴리오가 어떻다더라,,, 이런 이야기들이 귀에 박히는겁니다.
이렇게 8월 한달을 보내고 나면서부터 생긴 변화가 책이 잘 안읽히기 시작합니다.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세계경제의 실시간 데이터나 뉴스에 귀가 더 기울여지고, 신경이 그쪽에 분산되다 보니, 책을 읽는데 집중이 안됩니다. 이렇게 책이 안읽히기 시작하는 건 경험상 몸이 피곤해진거든지, 마음에 조바심이 가득해진 증거인데, 아무래도 후자쪽인가 봅니다. 일단 현재의 각종 자산들이 고평가된 상태라는 말들이 틀린건 아닙니다. 하지만, 계속 주변에서 그런 말들에 심하게 노출되있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조바심이 더 증폭되면서 자꾸 충동적인 행동들을 제어하기 어렵게 된다는게 큰 문제입니다.
논리적으로 정확하게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이번 fomc에서 금리동결의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여기에 더해 그렇게 금리가 동결된다면 미국 주식이 폭락할 것이라는 논리전개까지 이어집니다. 이렇게 전개를 복잡하게 이어붙히면 붙힐수록, 가정이 실현될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데, 당장이라도 인버스를 사놓고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충동적으로 S&P500 인버스에 소액을 들어갔다가 하룻만에 팔면서 헤매는 한심한 상황입니다. 올해 장사 끝이라고 선언한 지 하루이틀만에 벌어지고 있는 이불킥 작렬할 작태들입니다.
이렇게 마음 속에 또아리를 튼 조바심이 충동적으로 이런 매매를 하게 만들어버리고, 이내 수수료를 지불하고 다시 파는것 같은 이불킥 할 짓거리를 충동적으로 저지르고 있다보니 어느새 들고 있는 종목에 대한 믿음마저도 엷어지게 됩니다. 정리한 조선주와 정유주가 어제도, 오늘도 계속 오르는 걸 지켜보면서 또 미련이 생깁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할수록 어설픈 배움을 섯부르게 실천에 옮기려는 조급함이 두손 두발 다 오그라지게 만드는 바보같은 행동을 일으키는 근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끝까지 신중하게 고민하면서 인내한 후에 내린 결단과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바보짓,,, 얼핏 보면 똑같은 말처럼 들리지만, 이 둘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점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치열하게 궁리하고 한 줌 의문조차 남지 않을만큼 깊게 배우는 작업이 행동을 일으키기 전에 있었는가 아닌가 하는데 있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일단은 내 마음속에 조바심을 거둬내고, 책이 머릿속에 들어올 수 있을만큼의 차분함과 냉정함을 회복한 다음에 정말로 확신이 들었을때에만 들어가는 연습이 주식공부의 가장 기초이자 중요한 목표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확신하고 있는 상황에 약간의 배팅을 하고, 현재 가지고 있는 종목의 추가적인 대응에 집중하는 선까지만 개입하고, 나머지 시간과 열정은 직장생활과 책읽고 공부하는 것에 집중하겠다 다짐해봅니다.
다른 분들이 보면 무슨 일기장에 끄적이는 낙서장같은 찌질한 개인사에 헛웃음을 보내실지도 모르지만, 제 나름으로는 주식이나 재테크를 계속 하는게 맞는건지 고민을 할 정도로 9월 초의 나날들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고, 많은 고민을 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사실 직장생활이 존재하기 때문에 빠른 대응과 트레이딩을 할 수 없는 입장에서, 시야를 좁히고 집중해서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게 맞다는 건 이미 정해진 상황이라, 정답은 다 나와있는건데, 그걸 흔들림 없이 실천하는게 생각처럼 만만치가 않는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저처럼 흔들리거나 고민을 사서 하지 마시고 부디 설정한 원칙을 관철하는 투자를 하시면서 성투하시기 바랍니다.
조급함이 정말 큰 적이죠. 말씀 감사합니다.
사서 볼만한 정도는 아니고 도서관에서 봤는데 앞의 절반 정도만 보면 1시간이면 되는데 아주 느낌이 좋았습니다. 솔직해 보였고 어려운 이야기 하나도 안하구요.
여튼 저는 그래서 일상적으로 공부 열심히 안하고 가끔씩 집중적으로만 하기로 했습니다. 밤에 공부를 하게 되니 과도하게 각성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수면제!! 를 먹게 되더라구요. 어! ㅋㅋ
그리고 또 하나 힘이 되는 말을 해주는데, 당신은 워런버핏이 될 가능성이 0프로이고 제2의 워런버핏이 될 가능성 조차도 꿈에 가깝다. 하지만 당신은 워런버핏이 될 필요가 없다. 그가 남긴 원칙을 일부만 잘 활용하더라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이럽니다. 참 솔직한 말인 것 같아요.
“확신을 확인하려고 계속 검토중입니다.” 정말 멋진 말씀입니다. 스크린샷 기대하겠습니다. ^^
저는 자산배분이 훨씬 더 어렵더군요. 공부가 어렵다기 보다는 보험에 물려있는 재산이 대부분이고 이제 막 월급에서 달달이 종잣돈 만드는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