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 담고 있는 주식의 50%가까운 종목이 조선주와 정유주들입니다. 이들을 매입한 근거는 다른거 하나 없이 IMO2020규제 이겁니다. 그런데, 저처럼 조선주나 정유주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 중에서 imo2020에 대해 막연한 환상이나 비관론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는것 같아 나름 제가 알아본 수준에서 imo2020규제에 대해 썰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1. 트럼프가 imo2020 규제를 싫어하고 취소나 유예될 수 있다?
이런 썰들이 최근까지 좀 돌았는데, 결론으로는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당장 황산화물 규제가 얼마나 절박한 상황인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자동차나 공장같은 육지쪽과는 달리, 해운쪽에서는 아직도 고유황유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해운에서 쓰는 석유수요는 전체 수송용 석유수요의 7%에 불과하지만, 배출하고 있는 황산화물은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위 15개 해운사에서 배출하고 있는 황산화물의 총량이 전세계 자동차에서 배출하고 있는 황산화물의 총량보다 많다면, 이야기 끝난겁니다.
여기에 더해 imo2020규제를 관장하는 회원국 대다수는 정유회사나 공장, 해운사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가 아니라, 항만,,, 즉 항구를 가지고 있는 국가입니다. 당연히 다수표가 환경규제에 긍정적일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트럼프가 정말로 imo2020 규제를 손볼 이유가 없는게 이미 미국은 ECA(emission controle area)라고, 훨씬 더 강력한 저유황유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지역에 포함되있습니다. imo2020의 황함량 규제치가 0.5%인데 반해 2015년부터 시행중인 ECA 규제치는 0.1%입니다.
트럼프가 imo2020에 대해 안좋아한다고 한마디 한건, 자국에서 이미 시행중인 더 심한 규제치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데서 기인한 오해 때문이라고 봐야 합니다.
2. 이제 2020년만 되면 저유황유나 새로 배를 만들어야 하는 수요가 폭발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과 유럽 선진국은 이미 imo2020규제보다 더 강력한 황함량 기준치를 적용해서 실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황함량 기준치를 맞추어야 하는 운송사는 주로 아시아지역을 운행하는 쪽의 수요에 그칠수 밖에 없습니다. 생각보다 그리 폭발적인 수요증가가 예상되는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황산화물 기준을 맞추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기 때문에 단순화해서 생각하면 안됩니다.
가장 합리적이고 간편한 해결책은 디젤유나 저유황유를 쓰는 방법입니다. 이미 2015년부터 북미와 유럽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ECA 규제에 대응해서 적용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별도의 설비나 비용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꾸준히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아직 정유사들이 탈황설비확충을 완료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저유황유 사재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사재기 열풍이 내년 상반기 정도에서 정유사들의 시설완비 후에는 반작용이 일어나면 오히려 정유사들의 채산성이 악화될수도 있는거고, 설비 확충이 늦은 정유사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될수도 있습니다.
스크러버 설치도 수요가 그리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을겁니다. 설치비용이 상당히 높고, 설치를 하는 기간동안은 배가 조선소에 들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채산성이 좋지 않거든요.
마지막으로 LNG 추진선 수요가 늘어날거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건 더더욱 난망합니다. LNG 추진선을 운용하려면, 추가적으로 설비투자를 해야 하는것만 문제가 아니라 LNG연료저장탱크 자체가 차지하는 부피와 무게 때문에 선박이 적재할 수 있는 화물 자체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3. 예상되는 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imo2020 규제는 매우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번 규제 한번만으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년 내로는 ECA 규제에 준하는 0.1% 황산화물배출 규제까지 기준이 빡세질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이렇게 되면 스크러버 같은 임시변통적인 솔루션은 답이 안될수 있기 때문에 이제 새로 배를 만들어서 운용해야 하는 해운사 입장에서는 고가의 배, 조선사 입장에서는 고부가가치 선박이 각광을 받게 됩니다.
정유회사들도 지리적 이점에 기대어 건설된 소규모 설비들의 채산성은 악화될수 밖에 없고, 대규모 집약적인 설비를 운용하는 정유사들이 훨씬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게 됩니다. 특히, 발빠르게 탈황설비에 대한 투자를 마치고 이미 저유황유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가 매우 유리한 상황을 맞게 될겁니다. 다만, 저유황유 사재기현상의 반작용이 언제든 나타나게 될 경우 투자결정을 늦게 한 정유사들 중심으로 내년에 안좋은 상황을 맞게 될수도 있겠죠.
경유나 저유황유가 각광을 받는다면 휘발유나 항공유는 어떻게 될까요? 가격이 떨어지게 될까요? 아쉽지만, 휘발유나 항공유도 정제설비에서 일정부분은 경유로 변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변환수요가 늘어나면서 휘발유나 항공유 가격도 같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마진과 가격이 떨어지는 건 벙커씨유같은 고유황유에 국한될겁니다.
미국에서 산유량이 최근 크게 늘고 있는데, 미국산 석유는 경질유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수요가 많은 디젤유 위주로 변환해서 뽑아내는데 애로가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하네요.
4. 결론
어쨋던, imo2020 규제가 조선업이나 정유업쪽 주식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것만큼 드라마틱하고 폭발적인 호재는 아니라는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걸 무시하면 안되는 이유는 “규제”라는 강제성 때문입니다. 아무리 경제가 막장을 기어가고, 수요가 떨어지는 불황 상황에서도 해당 규제는 착실하게 한걸음 한걸음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해당 규제에 발빠르게 대응한 기업들, 이를테면 이미 탈황설비를 완공해서 저유황유를 열심히 생산중인 정유사, 스크러버든 LNG추진선이든 뭐든간에 확실히 만들수 있는 조선사들에겐 이만한 안전판이 또 없는거죠. 지금 전세계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안전판 하나 떡하니 놓여져 있는 산업에 배팅을 안하면 또 어디에다 하겠습니까?
그러니 과도한 환상은 경계하되, 발빠르게 움직여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 위주로 투자를 하면 분명 기회는 있을거라고 봅니다. 주가도 꽤 많이 올랐다가 지난 8월의 대란을 거치면서 다들 많이 떨어진 상태거든요.
관련해서 좀 더 자세한 자료에 관심 있으신 분은 여기를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podbbang.com/ch/75
일단 조선업계에서 기대보다 효과가 적다는 말은 맞습니다.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이미 ECA규제가 존재하고, 거기에 경유와 저유황유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스크러버나 LNG추진선을 2020년까지 시한을 맞추어서 발주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본문에도 썼지만, 스크러버는 적용가능한 선박 자체가 많지 않고, LNG추진선은 비용과는 별개로 화물을 선적할 수 있는 용적이 줄어들기 때문에 선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내용 중에 벙커유 가격이 급등했다는 이야기는 이런 논지와 상관이 없는 이야기 같습니다. 벙커유의 일시적인 가격변동과는 상관없이 고유황유의 정제마진은 이미 큰 폭으로 추락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반면, 저유황유의 정제마진은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고유황유를 생산하지 않는 정유사 중심으로 전망이 좋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해운사별로 이미 imo2020에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로드맵을 다들 발표하고 있고, 실천하고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해운사가 저유황유를 쓰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조선업계에는 큰 호재가 아니긴 하지만, 일부 해운사는 LNG추진선 도입계획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LNG 레디 선박에 대한 발주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같은 현상을 보고도 투자자들의 판단은 항상 갈리기 때문에 IMO2020이 어떻다에 대해서는 저는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증권사리포트 나온 것도 있네요.
http://file.mk.co.kr/imss/write/20190830110340__00.pdf
그리고 lng는 좀 생각이 다른게 가격이 싸면????????
당장은 저유황유 중심으로 운용하고 신규 선박 수주를 미루면서 대세를 지켜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