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트럼프가 중국에 시비를 걸면서 미중무역갈등이 막 시작되던 때, 시진핑이 “미국물건 좀 사줄게 이젠 됬지?” 하던걸 트럼프가 생까고 레이스하던 때 돌아다니던 시나리오가 “트럼프가 고금리-강달러를 통해 중국을 죽이려 한다”는 시나리오였죠. 그런 시나리오의 완성판이 팟캐스트 신과함께에도 출연했던 임형록교수의 음모론 시나리오구요.
사람마다 여러가지 변주가 있지만, 이런 시나리오들의 주된 내용은 미국이 중국을 완전개방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려고 경제를 아작내려는 중이고, 그걸 위해 금리인상에 강달러까지 동원할거다 라는 게 핵심입니다.
생각해보면 예전 80년대 신흥국 위기때처럼 중국도 그렇게 만들려면 만들 수 있는게 미국의 힘이고, 트럼프 입장에서도 얼마든지 그런 길을 선택할만한 동기는 있죠. 하지만, 이런 식의 시나리오가 가지고 있는 맹점은 타이밍에 있습니다. 미국 성장율 전망이 이제는 완연히 꺽여서 내년 전망은 올해보다 훨씬 못미치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다음해는 당연히 더 성장이 꺽이겠죠.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정말로 중국의 인대를 끊어놓겠다는 의도가 존재한다면 제일 좋은 시기는 내년이 아니라 올해입니다.
정말로 트럼프가 중국을 아작내놓겠다는 생각과 의도가 있었다면 올해 안에 본격적으로 그런 가시적 움직임이 나와야 한다는 거지요. 금리야 연준이 결정하는 것이니 손을 못쓴다 하더라도, 중국을 향해 좀 더 실질적인 봉쇄조치가 나와야 합니다. 지금처럼 간만 보고 엄포만 놓으면서 허송세월하면 중국의 멱을 딸 수 있는 기회는 더 줄어드는데, 현실에선 중간선거 이후 오히려 피터 나바로같은 강경파에게 자중하라는 식의 견제구를 날리고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적어도 “미국이나 트럼프가 중국과 끝장을 보려 한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시나리오는 배제할 때가 된겁니다.
2.
트럼프가 이전 정부의 조약을 번복해가면서 이란 경제제재를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내세우던 시나리오가 “트럼프는 고유가를 원한다”는 거였습니다. 트럼프가 고유가를 원하는 이유는 자신의 지지기반에 위치한 셰일가스가 채굴되고 생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해설이 항상 따라붙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이제 주요한 원유 생산국이자 수출국의 지위를 얻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고유가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해석이 그렇게 무리한 해석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 원유가격은 폭락중입니다. 그리고, 그런 폭락을 야기한 주인공이 다름 아닌 트럼프입니다. 이란제재를 풀어가면서까지 국제적인 석유공급의 증가를 원했고, 실제 이란제재를 부분적으로 풀어준 원인이 석유가격의 안정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트럼프 본인이 했습니다. 게다가, opec이 석유 감산의 목소리를 냈을 때 트럼프는 그러한 감산에 불쾌하게 생각한다는 걸 분명히 했고, 이때문에 최근 반체제인사의 잔인한 살해로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사우디는 계속해서 원유생산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기존의 “트럼프는 고유가를 원해”라는 시나리오를 철썩같이 믿고 원유가의 상승에 배팅했던 선물투자자들은 최근 모조리 깡통을 차고 나앉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트럼프가 고유가를 원한다는 시나리오는 당연히 폐기해야 합니다. 오히려 “도대체 몇불까지 유가를 낮추고 싶어하는 걸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3.
1과 2를 조합해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은 트럼프가 “강달러와 고유가에 특히 민감하고 경제에 타격을 받는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추락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대표적인게 중국과 인도 같은 신흥국이죠. 물론, 추락을 원치 않는다는 말이 그들을 보호하려 하고 있다라거나, 그들과 공존공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식으로까지 확대해석을 하는 건 곤란하겠죠. 하지만, 분명한 건 미국의 국내경제상황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중국과 신흥국의 경제상황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은 올바르지 않다는 것 까지는 결론을 내려도 무리가 아닙니다.
미국내 경제상황을 좀 무리를 해서라도 지금 당장 중국을 아작내고 싶어하는 세력이 미국 내에 있다고 한다면, 그건 오히려 트럼프가 아니라 민주당이라고 봐야죠. 지금 미국경제가 안좋아지면 그걸 책임지는건 트럼프와 여당인 공화당일테고, 중국을 지금 잡지 않으면 미국이 정말 곤란해진다는 인식은 굳이 트럼프가 아니라도 미국 정계가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시각이니까요.
제가 이런 쪽으로 전문가가 아니고, 전문가조차도 이런 문제를 정확하게 예측하는건 불가능할겁니다. 하지만, 실제 일어난 사건이나 당사자들의 행보와 발언을 근거로 분명하게 배제해야 하는 시나리오들이 있다는 건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중요한 몇가지 시나리오들을 배제하는 것만으로도 유익이 큽니다.
고견을 나눠 주시니, 저와 같이 아직 틀에 갖힌(?) 투린이에게는 다양한 시각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글이여서
몇번이고 읽게 되네요.
고견 나누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다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는 빼고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거기서 얻는바가 천지차임을 보고 무지와 집중력의 부재와 절박함의 가벼움을 깨달았습니다.
오래오래 머무시면서 좋은 이야기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
예언 교주 흉내나 내는 누구보다
Fact에 근거한 논리적 글쓰기가 도우ㅁ되고
좋습니다
종말론
기복
사이비들의 특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