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비를 자산 항목으로 넣느냐, 아니면 비용 항목으로 넣느냐를 가지고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제각각 다른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비를 자산항목으로 넣으면 당연히 그 해의 회계는 굉장히 좋아보일 수 밖에 없지만, 나중에 그런 연구개발비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게 된다면 한꺼번에 손실로 처리되어 대규모 적자를 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상장기업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회계원칙(k-ifrs)에서는 연구개발비가 자산으로 인식되는 요건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1. 무형자산으로서 판매를 위해 완성할 수 있는 기술적 실현가능성
2. 무형자산을 완성해 사용하거나 판매하려는 기업의 의도
3. 무형자산을 사용-판매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
4. 무형자산이나 그 산출물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과 거래처가 존재함을 제시할 수 있거나, 내부사용시에는, 그러한 사용시의 유용함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함.
5. 무형자산의 개발을 완료할 수 있는 재정적 기술적 자원의 입수 가능성
6.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관련지출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
이 여섯가지 항목을 모두 충족할 수 있어야만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자산이 아닌 경비로 회계처리를 하는게 원칙입니다. 쉽게 말하면, 해당 기술이 예측가능한 경비와 시간을 투입하면 확실하게 개발이 가능한 최종단계의 상황에서 그 기술이 쉽게 가치를 증명할 수 있으면서, 개발한 기업의 경영활동에 요긴하고 적절한 것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단순히 과시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어야 하구요.
문제는, 그러한 요건을 충족하느냐 못하느냐를 판단하는 게 투자자나 회계사가 아니라 기업 경영진이라는 거고, 그 근거를 공개해야 할 의무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 고의적으로 연구개발비를 몽땅 자산으로 처리를 해도 당장 그걸 가지고 문제삼기가 쉽지 않다는 거지요. 이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자산화를 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건 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이 됩니다.
그런데, 제약-바이오 업체가 신약을 개발을 해서 임상 1,2,3상을 거쳐 인증이 되기 까지에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성공할 확률 자체가 엄청나게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임상3상을 통과한 신약 개발비조차도 모두 비용으로 처리합니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주들만 임상1상부터 자산화하는 기업들이 존재합니다. 당연히 그런 식의 자산화가 나중에 손실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을뿐더러, 나중에 이 6가지 요건을 제대로 준수한게 맞는지에 대한 감사가 들어가고, 그렇지 않았다는 정황이 나오면 회계부정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이미 차바이오텍이 연구개발비를 자산화 한걸 가지고 논란이 있었고, 이런 회계관행때문에 한차례 제약바이오주들의 주가가 출렁였던 적이 있습니다만, 이러한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이슈는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문제가 이슈가 되자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까지 덩달아서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가장 큰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삼바에서 회계부정으로 검찰수사까지 받는 상황에서 다른 제약-바이오주들의 이런 회계관행이 정말로 회계원칙에 맞추어서 자산화를 한건지, 아닌지 전반적인 감사나 감찰이 들어가게 된다면 된서리를 맞을수 밖에 없는 주식들이 있을거라는 불안심리 말이죠.
때문에, 지금같은 시기에서 제약-바이오주를 투자하려 하는 분들이라면, 이런 연구개발비를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인식하면서 보수적인 회계관행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문기사들을 검색하면 어떤 기업이 이런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는 금방 찾을 수 있으니 조금만 수고하면 알 수 있는 정보이기도 하구요.
/Voll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