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경을 쓴지 30여년 됐는데요, 처음으로 누진다초점 렌즈로 안경을 맞추고 오늘 찾아왔습니다.
대략 일년여 정도 전부터 안경을 쓰고서 종이나 핸드폰 등의 글자를 보기가 힘들어지더라고요. 기억 속의 어르신들처럼 손을 뻗어 멀리 두면 글자가 또렷해지기는 하지만 그러면 너무 글자가 작아져서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안경을 벗어야 글자를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죠.
그런데 이런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더니 안경을 벗었다가 다시 썼다 하는 경우가 매우 잦아졌습니다. 그나마 실내에 가만히 있을 때에는 괜찮은데, 외출시 손에 뭐라도 들고 있을 때 핸드폰을 확인해야 할 경우에는 너무 힘들더군요. 가득이나 손도 정신 없는데 안경까지 벗어서 따로 들고 있어야 글자가 보이니까요.
결국 검안의에게 가서 시력검사를 다시 하고선 불편한 점을 이야기했더니 누진다초점 렌즈(여기에서는 프로그레시브 렌즈라고 부르더군요)를 권해줬습니다. 제가 거 참 내가 어릴적 보던 까마득한 어른들처럼 되어간다며 쓴웃음을 지었더니 인생의 마일스톤 아니겠냐며 누구나 다 겪는 일이니 너무 신경쓰지 말라며 위로해주더군요.
오늘 안경점에서 안경이 준비되었다는 연락을 했길래 찾으러 갔더니, 초반에는 어지러울 수 있으니 집으로 돌아간 이후부터 착용하라길래 이제서야 제대로 신경써서 이곳저곳을 쳐다보고 있는데, 처음 안경을 쓰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까까머리 시절 처음 안경을 쓰고선 먼 곳에 있는 것들이 너무 또렷하게 잘 보여서 신기해 했었는데, 이제는 눈을 슬며시 내려깔고서 가까이에 있는 글을 읽으니 아주 또렷이 잘 보이고 좋네요.
여하튼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날입니다. 지금이야 잔뜩이지만 옛날 고등학생 시절 처음 발견한 흰 머리카락을 뽑아 일기장에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놓고선 내 인생 최초의 흰 머리카락이라고 적어두었던 기억도 나고요.
세월이 참 많이 흘러갔네요.
이년 전에 한국 놀러갔다가 하나 맞추었는데, 적응못했었다가, 더 심해져서 이번에 다시 검안하고, 새로 맞추는데.
적응을 잘 해야할텐데 고민이네요.
프로그레시브 렌즈도 종류가 많더라구요. 결정장애때문에 고생했는데, 잘 나오려나 걱정입니다.
저는 그냥 저렴한 렌즈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급격하게 시력이 변하는 시기인 것 같아서 내년에 또 새로 맞춰야 하겠더라고요.
전 약간 어질어질하긴 한데, 이삼주 정도 지나면 대부분 적응한다고 하니까 뭐 괜찮아지겠거니 하고 있습니다. 안경에 제가 맞춰야지 싶네요.
요즘에 하도 차들이 high beam 켜고 다니는 차들이 많아서 보통 렌즈를 쓴 안경을 쓰니까 진짜 눈이 하도 따가워서 미칠 지경이였다가 Crizal Sapphire360uv이 빛번짐을 좀 막아준다고 해서 그 자동으로 선글래스 된거랑 같이 쓰니까 요즘에 따로 선글래스를 안껴도 운전하고 다닙니다. 당연히 high beam도 너무 막 보지 않는 이상 그렇게까지 눈이 안 아프더라구요. 세월이 흘러가면서 기술 발전하는구나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Transition은 모르겠지만 Crizal Sapphire360uv는 진짜 돈 좀 들어서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전 자동으로 어두워지는 거울을 장착하고서야 어느 정도 헤드라이트 불빛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하이빔도 그렇지만 차고가 높은 차량들이 뒤에서 쫓아오면 답이 없더라고요.
하여튼 프로그래시브로 바꾸고 좀 편해졌습니다. 아직도 오래 가까운걸 봐야 할때는 안경 벗고 볼 할때가 있지만 그래도 많이 편해졌죠.그리고 어떤 분은 1,2주 불편하다 하는데 전 그냥 바로 적응했습니다.
아직 들어가는 나이를 인정하길 거부하는 분들 빨리 받아들이시면 편합니다. ㅎㅎ
저는 이제 이틀째이지만 들은 바와 같이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이 공존하고 있긴 하네요. 초점이 딱 맞춰지는 시선으로 바라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그렇지 않을 때에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야 하니 조금 번거롭습니다. 습관이 되면 괜찮아지겠죠. ^^
평소에 나이들어가는거에 대한 체감이 그다지 크지는 않았어요. 물론 흰머리가 늘어간다거나 체력이 떨어진다거나 하는건 뭐 그냥 그러려니 했었는데, 막상 검안의에게 누진다초점 렌즈 이야기를 듣고 보니 뭔가 이제 공식적으로 나이든 사람, 이라고 분류된 느낌이 들더라고요. ^^
가격은 참 착한데 확실히 싼게 비지떡인지 벌써 스크래치가 여기저기 많이 생겼네요.
혹시 구입하신지 오래 되지 않으셨으면 렌즈 교체가 가능한지 한번 물어보세요. 저는 예전에 깊게 패인 스크래치가 있어서 혹시나 싶어 말해봤더니 구입한지 6개월 정도 됐는데도 렌즈를 새걸로 갈아주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