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솔로
그냥 sf물로 보면 평범한 sf물입니다.
어디서 본듯한 장면들이지만 주인공과 주인공의 멘토의 관계가 재밌었죠.
일종의 성장드라마로 본다면 주인공은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야 합니다.
그 방식의 하나로서 멘토를 넘어서는 주인공의 성장sf물로 볼 수도 있지요.
그러나 문제는 이 영화는 단독sf 영화가 아니라 스타워즈의 스핀오프이며
타이틀롤인 한솔로는 스타워즈에서 인기수위를 다투는 캐릭터이고
그 캐릭터의 인기요인 중 아마 절대적인 부분을 원작 배우인 해리슨 포드 개인의 매력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죠.
그 부분이 치명적입니다.
올드팬들을 붙들기에는 해리슨 포드의 그림자가 너무 짙고
뉴비들을 불러모으기엔 한솔로 캐릭터가 누군지 알 필요가 없어요.
디즈니가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를 거액으로 사갈 땐 분명 본전을 뽑겠다는 심정인건 당연히 이해를 하지만
스타워즈 7편부터 퀄리티 컨트롤이 안되고 있는 걸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최소한 디즈니 제작의 스타워즈 최고명작은 아직까지 로그원이고 이 추세대로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쥬라기 월드:폴른 킹덤.
평범한 공포물이 될 수 있었던 영화입니다.
공포영화같은 시퀀스의 연출은 좋았어요. 기억나는 장면은 침대 장면에 그림자로 보이는 공룡신이죠.
이 영화도 문제는 한솔로와 유사합니다.
이 영화는 공룡 영화입니다.
주연 배우들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공룡들이란 말입니다.
크리스프랫,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모두 예쁘고 잘생긴거 알겠지만 걔들 보자고 이 영화 보는거 아닙니다.
(심지어 얘들 상당히 민폐캐릭터에요)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공룡들이 날고 기고 뛰며 그들의 포악함을 과시해야 하는 영화란 말입니다.
그런데 폴른킹덤은 그걸 망각했어요.
타이틀롤부터 "주라기월드"인데 이 영화에서 무게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잊었습니다.(란바랄이냐)
바로 그 지점이 안타까운 지점입니다.
3. 오션스8
이 영화도 중요한 걸 잊은 영화입니다.
기존 오션스 시리즈가 남자들끼리 해먹는다는 걸 비틀어서 여성들로 이뤄진 한탕 도둑질을 하는 영화!
설정 좋습니다. 최근의 기조에도 잘 맞고 앞으로 이런 영화도 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들도 좋은 배우들이 드글드글 해요.
미국의 연인이던 산드라 블록부터 백치미부터 도발적인 것까지 동횡무진하는 앤 해서웨이 등 아주 좋아요.
그러나 문제는 이 영화가 케이퍼무비라는 점입니다.
도둑질 하면서 들킬 듯 말듯 엎치락 뒤치락 하고 관객들의 통수를 치며 위험을 사사삭 빠져나가는 그런 영화였어야 하는데.
오션스8은 그걸 못합니다. 영화에 긴장감이 1도 없어요.
차라린 런닝맨이 훨씬 긴장감 넘칠 것 같습니다.하긴 원작 오션스 시리즈도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조마조마함과는 거리가 있는 영화였지만
이번 오션스8은 그 정도가 너무 심했습니다. 그게 못내 아쉽네요.
4. 마녀
어제 봤습니다.시카리오 솔다도를 보려다가 시간이 안맞아서 이 영화를 봤어요.
박훈정의 영화는 처음 보는데...앞으로는 이 감독 영화는 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제게 애증의 영화입니다.
초능력 소녀가 복수를 하고 살기 위해 자신의 창조자를 찾아가서 싹 죽여버리는 이야기 얼개는
신화적부터 많이 되풀이 되어온 뻔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그 뻔한 이야기를 한국배경의 한국영화로 만나는 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죠.
그래서 전 이 영화가 잘되기를 바랐습니다. 보면서도 평타만 처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마녀는...
시나리오에 거대한 구멍들이 가득하고 그 구멍을 메꿀 만한 연출력도 전혀 보이지 않고 주연 배우 한 명이 고군분투 하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생체실험을 마구하는 조직(아마 국정원 산하?)이 애 한 명이 도망쳤는데 그걸 못잡습니다.
그것도 별 다른 설명이 없이 그냥 못잡아요. 애가 초능력으로 텔레포트라도 했거나. 흔적을 지웠거나 뭐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못잡아요.
놓칠 수도 있죠. 운이 좋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후에는요? 저라면 주위 병원이나 갑자기 입양된 아이나 그런 식으로 훑을 겁니다.
그 아이가 살아나면 어마어마한 범죄의 증인이 되는데 그렇게 안일한 일처리라니 허접하기 이를데가 없어요.
10년이나 애 하나 못찾아내다니...이거 뭐...;;
그 외에도 산재한 수많은 구멍은 장르적 클리셰라고 넘어가기엔 너무 허접하게 많습니다.
악당들의 연기도 지적하고 싶은 게. 이 영화의 나쁜놈들은 시종일관 건달양아치처럼 굴어요.
뇌 갖고 이거 저거 다해봤다는 박사던, 실험체 출신의 요원이던, 그 밑에 부하들이건, 초능력 아이들이건
하는 폼이나 짓거리, 말이나 행동이 모두 그냥 양아치 수준이에요.
캐릭터 해석이 이렇게 진부해 빠져서야 원...개성이 없어요 개성이.
그리고 사이코패스 박사가 너무 설명충입니다. 그에 맞서서 주연도 후반에 설명을 하지만 그래도 박사의 후반 설명은...
좀 심해요. 이런 걸 연출로 작 중에 녹여낼 수 있는 부분인데 너무나 손 쉽게 그냥 입으로 떼웁니다.
말미에 부모의 입으로도 설명으로 떼우고요. 너무 허접해요.
그리고 많이들 얘기하는 액션장면.
컷컷으로는 나쁘지 않고 재미난 연출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전문 액션 배우들이 아닌데 충분한 훈련이 없이 찍어서인건지
너무 액션이 분절되어있고 휘리릭 지나가버려요.
속도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과 액션이 안보이는 것은 다르다고 보는데 마녀에서는 후자의 경우가 좀 자주 보입니다.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재미난 소재를 좀 만 더 잘 다듬었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부디 손익분기를 넘겨서 3부작까지는 마무리하기를 바라지만
다음 작에는 각본 감독은 다른 사람이 하고 박훈정 감독은 그냥 제작만 하길 바랍니다.
아참. 그리고 한국영화의 특징인 듯 한데 관람연령대에 비해 쓸데 없이 잔인합니다.
굳이 그런 데 힘쓰지 말고 설명충을 떼운 부분 연출에 힘을 쓰는게 더 나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뭐랄까 저 영화들 다 기존 시리즈를 봤다거나 그 장르를 좋아한다거나 한 이유가 있어서 봤지
그냥 첨보는 사람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영화였어요.ㅎㅎ
이노무 만연체는 안고쳐지나 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