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빠른 속도의 영화들 속에서 허우적대다 좋은 영화 한 편 보고 싶어 찾아보았습니다. 일상을 영화로 담다니 평범한 일들이 어떻게 특별히 그려질지 궁금했습니다.
패터슨 시에 사는 패터슨이라는 버스운전사의 이야기인 이 영화는 월요일부터 다음 월요일 아침까지 일 주일의 시간을 패터슨의 동선을 따라 보여줍니다. 뉴저지의 작은 마을이지만 그곳에서는 위대한 시인도, 가수도 나왔습니다. 우리나라만큼이나 위인의 출생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압권은 버스 운전사인 패터슨이 시를 쓴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틈틈이 노트를 꺼내 시를 적습니다. 아내와 나눈 대화, 지나가면서 본 것, 모두 시의 소재가 됩니다. 그가 쓴 시들 중 펌킨(Pumpkin)이라는 시가 가장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다가 독특한 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혼자 아내가 사 준 도시락을 먹는 패터슨의 모습입니다. 센스 있는 아내는 자신의 사진과 음료, 빵이나 샌드위치를 넣은 통을 준비하고 패터슨은 그걸 들고 출퇴근합니다. 내가 상상하는 우리나라의 버스 운전기사들은 아마도 식탁에 같이 앉아 밥을 먹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는 스마트폰을 장만하지 않아 긴급 상황에서 아이의 전화를 빌리는데도 여전히 사기를 거부합니다. 아내는 노트북에 아이패드까지 가지고 있는데도 남편의 의견을 존중해 줍니다. 아내의 일상도 재미있습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커텐이나 옷에 페인트칠을 합니다. 심지어 그녀의 자동차와 키우는 개의 목줄에까지 무늬를 칠했습니다. 마름모 패턴이 그려진 기타를 구입하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동그라미, 사선, 마름모의 흑백 문양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줍니다.
사랑스런 아내, 완벽한 하루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어쩌면 시를 쓰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출판을 권하는 아내의 권유에도 흔들리지 않던 그가 좌절하기까지 합니다. 감독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 영화는 나에게 큰 도전을 주었습니다. 시간이 없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글쓰기를 미뤄온 것을 반성했습니다. 패터슨처럼 하루하루의 일상을 되뇌다 노트에 적어 내려가는 일을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평범하지만 독특한 일상을 담은 이 영화를 만든 감독 이름이 낯설지가 않아 찾아보니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많은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동안 그의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독특한 음악을 선보인 그의 다른 영화들도 보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