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감성돋는 이야긴데요.
리눅스가 한국에서 처음 널리 알려진게
1993~4년 즈음에 커널버전 0.8번대 수준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다들 아시다시피 PC통신이랑 PC잡지 부록 이런게 많은 역할을 했었죠.
배포판은 'SLS(소프트랜딩 리눅스 시스템)'이라는 원시적인 거랑
그보다 조금 더 발달된 '슬랙웨어' 였고요.
암튼 9600bps 모뎀으로 하이텔 PC통신에서 다운로드 받은
리눅스 개발자의 사진이 이거였는데요.
저해상도에 잔뜩 디더링 압축되어서 화질은 이랬지만
이 모습이 아직도 제 뇌리에 박혀있는 리눅스와 자유소프트웨어의 이미지 그 자체가 된 거 같네요.
리누스 토발즈의 이 사진이 당시에는 유일한 알려진 사진이었는데
'역시 나같은 일반인과는 포스 자체가 다르구나.
맥주랑 피자를 동력원으로 삼아
발가벗고 24시간 코딩만 하는 천재라는 건
과연 저렇게 생겨야 하는거지 암'
이랬죠. ㅋㅋㅋ
암튼 슬랙웨어를 486dx PC에 설치하고 무수한 삽질 끝에 X윈도우 띄우는데 성공하고
눈깔 휙휙 돌아가는 xeyes 위젯 보고 '오오오 개쩐다' 하면서 좋아했었던 생각이 나네요.
물론 이까지 하고 그 다음부터는 "이제 뭐하지?" 이랬지만요. ㅋㅋㅋㅋ
시간이 흘러 이제는 리누스 행님도 펭귄 닮아가고
저도 펭귄 닮아가고
아흑
저는 군대 갔다오고 자취방 이곳저곳 옮겨다니면서 다 없어졌네요. ㅠㅠ
설치해서 어떻게 생겼었는지 추억도 되살려보고 막 그러고 싶네요!
얼떨결에 나밍아웃
아 그건 할아재 인가요.. ㅠㅠ
써클룸에 DEC의 웍스테이션에 유닉스랑 그걸 기반으로 돌아가는 BBS가 있었는데(TELNET 기반) 그걸 리눅스로 포팅하시더군요.
일전에 90년대생 직원에게
'너 모뎀이 뭔지 아니?' 물었더니..
애기 : '아 네! 저 알아요!'
'오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애기 : '학교 교과서에서 봤어요!'
....
(침삼키며 한줄한줄 뜨는걸 기다리던 언니들 이미지가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