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한글 입력기라고 생각하는 nimf의 개발자가 최근 공개 저장소(GitHub에 있는)를 닫는 일이 있었습니다. 직접적인 동기는 최근 ArchWiki에서 "nimf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고 언급한 데 있었는데, 몇 주 전 개발자가 GitHub 저장소를 archive화한 것을 보고 그렇게 단정한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iki.archlinux.org/index.php/Nimf_(한국어)
(지금은 "Nimf 프로젝트가 더이상 공개적으로 관리되지 않는다."라고 내용이 변경되었습니다.)
개발자로서는 단지 사용자들의 과도한 요구를 피하기 위해 저장소를 읽기 전용으로 변경한 것뿐인데 '개발이 중단되었다'고 알지도 못하는 이가 '가짜 뉴스'를 퍼뜨리니 이에 격분한 듯합니다. 뭐 위키의 특성상 아무나 글을 수정할 수 있겠지만, 나름 전문성과 규모가 있(다고 추측되)는 ArchWiki에서 그런 식의 실수를 하다니 좀 경솔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직접적인 동기야 ArchWiki지만 가장 큰 요인은 그간 개발자가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유지하면서 받아온 몰이해와 스트레스입니다. ( 개발자의 입장은 개인 블로그에 실려 있습니다. https://cogniti-works.blogspot.com/2018/06/nimf_15.html ) '오픈소스 프로그램 = 공짜'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개발자가 겪었던 어려움과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듯합니다.
대부분의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그냥 소스 얻어서 (재수 좋으면) 얼개만 대충 파악할 줄 알고, 필요하면 컴파일해서 쓸 줄만 아는 저로서는 개발자 분들의 고충을 완전히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3년 동안 겪었을 수많은 먹튀와 터무니없는 요구와 가당치 않은 비방이 나름 상상이 됩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개발자 분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 입장을 생각해 보니 그렇게 치부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의미 있는 기여도 하지 못하고 재정적으로 도움도 주지 못했던 저로서는 '혹시 내가 개발자를 괴롭히던 이들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뜨끔하기도 합니다.
좀 엉뚱할지 모르겠지만, 일련의 과정이 오픈소스 개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더군요. 리차드 스톨만, GNU, FSF, 리누스 토르발즈와 리눅스 등등 원론적인 얘기는 차치하고라도,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AI와 머신 러닝에 중대한 기여를 하며 선진국에서 주류 산업의 핵심이 돼가고 있는 오픈소스 개발이 한국에서는 왜 유독 힘든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요즘 개나 소나 부르짖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출발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광범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베이스, 그중에서도 특히 오픈소스 개발 커뮤니티의 참여와 기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것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요? 최근 GitHub을 75억불에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의도가 GitHub의 광범위한 오픈소스 개발 베이스를 획득(?)해서 자신들의 뒤처진 AI 개발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얻고자 함에 있다는 것은 아는 이는 다 아는 사실이죠. (덕분에 많은 개발자들이 탈주를 감행하고 있다는 건 비밀도 아닌 얘기입니다만...)
한국의 개발 환경이 척박한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 전반적으로 소프트웨어, 더 나아가 지적 기여와 성과물, 소유권에 관련된 문화가 성숙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는 개발 독재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경제 개발 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배제되고 관련 종사자들이 홀대되어 왔던 바에 기인한 게 크죠. 한국의 오픈소스 개발 환경,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 전체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보상(금전적이든 비금전적인 것이든) 시스템과 관련 문화가 성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픈소스는 특히나 지금처럼 순전히 개발자와 참여자들의 선의에만 기대는 식으로는 곤란하죠.
하지만 한국이 단기간에 미국이나 선진국과 같은 저변과 문화를 갖출 수 있을까요? 저는 솔직히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과거 국가 주도로 압축 경제 성장을 이루어낸 것처럼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 문화의 성숙도 인위적인 개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 과거 군사 독재에 의해 주도된 경제 개발처럼 부정적 결과를 낳지 않도록 충분히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진행돼야겠지요. 정치가들의 허황된 구호와 이루지 못할 공약이 아니라 제대로 된 기획과 실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말처럼 쉽진 않겠죠. 하지만 지금처럼 몇몇 대기업 주도로 하드웨어에 올인하고 그 결과에 만족하고 만다면 몇 년 지나지 않아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뒤처질 겁니다. 중국이 과거 한국의 독재/독점적 경제 개발 모델을 답습하고 있지만 영리한 건지 아니면 카피해야 할 타겟 산업이 바뀌어 가는 세계적인 추세 때문인지 소프트웨어 개발과 발전에 상당히 힘을 쏟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소프트웨어 쪽, 특히 오픈소스 쪽에서도 중국 개발자들의 약진이 눈부십니다. 한국보다 낙후된 관련 문화를 갖고 있는 중국이 그럴 수 있는 배경이 무엇이겠습니까? 인구가 많아 개발자 수도 많은 것도 있지만 국가적인 지원과 정책적인 도움이 있기에 가능한 거라 생각합니다.
좀 뜬구름 잡는 얘기가 돼버렸네요. 별로 알맹이 없는 얘기가 된 것 같아 조금 민망합니다만, 최근 nimf 사태(?)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횡설수설했습니다. 결국 뜬금없이 '개발자 육성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투의 뻔한 얘기가 되지 않았나 걱정스럽습니다만, 사실 사회 전반이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특히 오픈소스 쪽은 공공재적인 성격도 갖고 있거든요. 아, 물론 사용자들의 성숙한 접근 태도도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시스템과 문화가 정착돼서 사회경제적으로 발전에 기여하고, 개발자들도 행복하고, 사용자들도 만족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네요.
라이센스 규정에 적합하게 사용한다면 오픈 소스는 공짜가 맞습니다.
찾아보니 nimf 는 LGPL 을 명시하고 있네요. 동적링크에 의한 사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한점이 없네요.
만일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권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nimf 개발자 분께서 어떤 어려움으로 인해서 오픈소스프로젝트를 중단하고 내부 개발을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본문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네요.
nimf는 사용자들의 요구가 도가 지나쳤던 부분도 있고 (왜 PPA 제공을 하지 않느냐, 이런저런 기능을 추가해 달라, 다른 입력기는 이런데 이건 왜 이러냐 등등) 개발자 분이 프로젝트를 공개로 진행하기엔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서 힘들었던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오픈소스를 활용하여 소프트웨어를 개발 하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선 많이 나아진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
사용자의 요구가 지나쳤을 수도 있지만... 그게 어쩌면 괜찮은 제안이었을수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제일 망한 프로젝트는 아무도 관심없는 오픈소스입니다. (요구도 없고 사용도 없는 시체 소스들)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유지/보수하는건 엄청난 공수가 드는건 맞습니다. 이게 외국이라고 별루 다르지 않습니다. 국내든 해외에서든 스스로 굴러갈수 있는 오픈소스 기반을 만드는건 쉽지 않을거 같습니다.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느냐' 여부는 사회적인 기반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아닐까요? 비슷한 프로젝트라도 미국에서 출발했느냐 한국에서 출발했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좀 동떨어진 예지만, MP3 플레이어 vs iPod, 싸이월드 vs 페이스북 같은 경우를 봐도 그렇죠.
뭔가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주절주절했습니다.
그에 따라 전문가 그룹이 형성되기도 어렵고, 전문가들이 국가나 대기업 이외의 소속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개인의 환경과 의지에 기댈 수 밖에 없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진 기업이 거듭 등장하여 해당 산업을 이끄는 시대가 되어갈 때,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개선될 수 있고 개발자의 수준도 그에 따라갈 수 있을 겁니다.
수학과 같은 분야에 대한 인식도 대단히 부정적인 환경에서, 소프트웨어 라는 개념의 부재를 겪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면, 오픈소스에 대한 부분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소프트웨어에 대한 미래를 보고 있는 이들이 묵묵하게 가치를 발전시켜간다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글쓴이분의 주장처럼 라이센스 관련 문화 미성숙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nimf 프로젝트의 경우, 원 개발자분이 너무 힘들어서 프로젝트를 프리즈 시킨 상태라면,
사용자 중에서 관심있는 다른 개발자가 Fork해서 계속 이어나가거나 브랜치를 만들어서 별도로 발전시킬 수도 있을텐데요. 그럴 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거겠죠. 제가 보기엔 nimf 소스에 관심을 가지고 분석하고 코드기여를 하려는 개발자가 쉽사리 나타날 것 같지는 않네요.
다만 오픈소스에서는 '망했다'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고 봅니다.
망한 듯 하다가도 어느 시점에 누군가 나타나서 다시 이어가면서 불씨를 살려가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봤어요.
게다가 해당 오픈소스 코드가 가졌던 당초의 목표가 돈을 버는 것 자체는 아니라고 보면 망했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가 없죠. 다만 인기가 많고 기여자가 많이 붙은 프로젝트가 있고, 소수의 사람들만 관심있는 프로젝트가 있고 하는 규모 차이만 존재하는 것 아닌가요.
nimf 개발자님의 경우에는 조금 특수한 사례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hwp 포멧 역개발 관련해서 일어났던 사고사례도 있는 등 마음고생도 심했던 분이고
건강도 별로 좋지 않다고 하고...
그러다보니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자신이 바랬던 이상과 실제 현실의 차이나 괴리감에 사람이 지칠만도 하죠. 기부금도 기대만큼 거의 안 들어온다고 하고요. 사용자 개인들의 기부에 의존해서 프로젝트를 지속하는 모델은 우리나라에서 성립이 어려운 상황이고요.
만일 nimf 개발자님이 아이템을 한국어 관련된 것 말고 좀 글로벌하게 쓰일 수 있는 것으로 잡아서, 인기를 얻고 국제적으로 기부금을 거둘 수 있는 방식을 추구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죠.
개발자 인력풀이 작아서 일어나는 문제라는 것에 대해 동의합니다. 그치만 개발자 인력풀이 작은 것조차도 결국엔 취약한 인프라와 보상 시스템, 사회경제적인 구조(교육을 포함한)에 기인한 게 아닐까요? 그래서 그런 쪽에서 큰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 뭐 그런 얘기구요.
마지막 말씀, 만약 nimf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프로젝트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다는 말씀에 관해선데요... 현실적으로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 보면 그 말씀은 한국인만이 수요하는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되죠. 왜 그런 걸까 하는 문제의식(?) 비슷한 걸 나누고 싶었던 것도 있습니다.
괜히 한글로 하면 더 개발하는데 불편한 상황이 발생해서 전 영어로 하고있어서요
본문과는 다소 빗나간 얘기입니다만, 이런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사실인가요? GitHub 데이터는 대부분 공개되어 있는데 MS 입장에서 실익이 있을까요?
https://www.reddit.com/r/AMA/comments/8pc8mf/im_nat_friedman_future_ceo_of_github_ama/
마소에서 온 깃헙의 새 CEO가 레딧에서 직접 AMA를 했는데, 마소가 깃헙 망처버리면 개발자들이 영원히 마소를 떠날 것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하고 있습니다.
https://github.com/polygamma/aurman/issues/140
aurman 이라고 나름 신생 아치 AUR 헬퍼인데요, 다른 이용자들이 항의 이멜을 많이 보냈나 보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장문의 성토를 올리고 Issue에 뭐 잘못 올리기만 하면 바로 밴해버리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기 시작했죠.
또한 깃헙에 공개적으로 올려놓으면, 이용자들 태도와 무관하게 거기에 올라오는 수많은 이슈들 관리하느라 그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죠.
그것과 별개로, 아무런 설명 없이 (설명을 하셨는지는 안나와있네요) 아카이브 해버리면 누가봐도 개발 중단된줄 알겠죠. 몇년째 개발은 안해놓고 방치되는 프로젝트가 많은 현실을 생각하면 아카이브된 저장소에 다른 사람들이 "개발을 공식적으로 중단" 됬다고 받아들이는 것도 사실 무리가 아니죠. 아치위키에서 그렇게 서술이 된 것에 대해서 이해할만합니다. 그런데 아치 위키에 그렇게 서술되어있으면 그냥 직접 수정했으면 될텐데 바로 개발자분이 이런 조치를 취하신 거 보면 평소에 스트레스가 정말 많으셨나 보군요...
IMF때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게 대견하면서도 그때와 지금의 개발환경은 차이는 뭘까 생각해 보면 별로 없네요.
제가 밑바닦에서만 있어서 그런가 개발환경 및 개발자에 대한 지원 그리고 인식들,..
뭐 그때는 일주일에 집에 가는 날이 하루였다면 지금은 매일 간다는 청천벽력같은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요.
오픈소스를 사용하면서 감사한 마음과 그에 대한 기부를 해 줄 수 있는 문화가 빨리 정착됐으면 합니다.
저도 주저주저하게 되는게 없지 않아 있어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꼭 금전적인 지원 및 기부가 아니더라도 사회적인식부터 그 노고에 감사의 마음이 정착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