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프로파일 키보드에서 주로 쓰이는 choc 스위치는 몇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키캡 옵션이 아주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상시 판매되는 키캡은 카일 기본 키캡과 mbk 키캡이 유일하고, sculpt가 없는 거의 평평한 키캡들 뿐이죠.
그래서인지 개인이 키캡을 디자인하여 레진으로 뽑아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키캡 수준의 디테일을 뽑으려면 일반적인 플라스틱으로는 안 되니까요. 문제는 레진의 경우 단가가 비싸고 개인이 MJF 프린터로 쉽게 뽑아쓰기 힘들죠. 실제로 개인이 프린팅 업체에 소량을 맡기면 키캡 하나당 $2 정도로 가격이 책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존에 몇몇 디자이너들이 개인적으로 판매하는 키캡들은 그래서인지 준 아티산 수준으로 가격이 사악합니다. 북미에선 Chicago Stenographer라는 프로파일이 그나마 유명한데 단색 키캡 30개에 $120 가까이 하는데도 대안이 없어 많이들 구입하더라고요.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개인이 gravity keycap이라는 물건을 상시판매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주문해보았습니다. 가격은 세트당 $83으로, 여전히 비싸긴 하지만 세트 구성을 보았을 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로 배송되는데 멀든 가깝든 배송비는 $24 고정이더군요. 한국의 경우 배대지를 이용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미국 거주 중이라 2세트 직배송했는데 일주일도 안 걸려 배송되었습니다ㅎㅎ 주문은 https://shop.dailycraft.jp/en/products/gravity_keycaps 에서 할 수 있고요.
포장은 아주 깔끔하게 잘 왔습니다. 한 세트는 ahokore에 장착해주었고, 다른 한 세트는 보관했다가 몇 주 안으로 오게 될 corne-ish zen에 꽂아줄 예정입니다. https://note.com/yfuku_/n/n1fbba2e8f44c 를 읽어보면 디자이너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프로파일을 만드었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아래 열은 가운데 열부터 바깥 방향으로 홈이 파여 있는데, 좁은 choc 프로파일에서 타이핑하다가 손 끝이 간섭되는 경우를 막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타이핑 경험이 상당히 향상되었고 오타가 줄어 타수가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나더군요. 재질이 바뀌고 높이가 살짝 높아진 덕에 소리는 얇은 플라스틱에 비해 살짝 로우 피치로 변했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또한 높이로 인해 바닥까지 치게 되는 횟수가 줄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구입 전 아쉬웠던 점은 homing이 표시되지 않다는 것과 엄지에 볼록한 키캡이 없다는 것인데, homing은 사실 3x5에선 의미가 없고 3x6에서도 양 끝은 촉각으로 쉽게 구분되는지라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엄지는 저런 형태는 처음 써 봤는데 의외로 괜찮더라고요. 특히 레진 재질 자체가 말랑말랑한 느낌이라 플라스틱 키캡처럼 가장자리가 날카롭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choc을 메인으로 쓰시는 분들은 나쁘지 않은 가격으로 타이핑 경험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아이템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키캡이 있네요!
키캡들 다 나빠 보이는데.. 이건 가격만큼이나 좋아보입니다..
근데 넘 비싸네요.. 에휴... 주식만 안샀어두..
이게 아니더라도, 로우프로파일 Choc V1용 PBT 키캡을 팔고
엔저로 알리보다 스위치가 저렴해서 개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