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23년 12월... 집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에어팟 프로1을 테이블 위에 놓고 나왔습니다. 며칠 뒤 다시 가게로 찾아가 봤지만 그런 분실물은 없다는 답을 받고, 허망한 마음으로 나의 찾기 앱에서 분실 모드만 켜놓은 채 잊고 지냈습니다.
그로부터 15개월이 지난 2025년 3월 11일, iOS 18.4 베타3부터 나의 찾기가 한국에서 작동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부랴부랴 베타를 올려 나의 찾기 앱을 보니 잃어버린 에어팟 위치가 잘 나오더군요. 무려 식당에서 멀지 않은 위치의 주택가에서요.

이건 되찾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 날부터 동선 모니터링을 시작했습니다.
3월 12일 11:58 에어팟을 잃어버렸던 식당 위치로 이동한 것을 확인
3월 13일 14:55 이 날도 에어팟을 잃어버렸던 식당 위치로 이동한 것을 확인. 이 시점에서 식당 직원 중 한 명이 가지고 있을거라는 가정을 세우게 됩니다.

3월 17일 11:00 이 시각에도 에어팟을 잃어버렸던 식당으로 가있는 것을 확인
3월 17일 16:00 3월 11일 나의 찾기 서비스 개시 이후 처음 봤던 주택가로 이동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마 이 근방에 살고 있는 사람일 것 같다는 두 번째 가정을 세우게 됩니다.
3월 18일 10:00 다시 그 식당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
3월 18일 15:00 식당 근처 다른 위치로 이동한 것을 확인.
3월 18일 15:20 다시 그 주택가로 돌아간 것을 확인. 식당 직원일 가능성이 높고, 10시 경에 출근하고 15시 경에 퇴근하는 사람일거라는 세 번째 가정을 세웁니다.
3월 19일 09:50 다시 식당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
3월 22일 주택가 근처에서 낮 시간 동안 이동이 없는 것을 확인. 요식업 특성상 근무 시간이 유동적일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는 쉬는 사람일 거라는 네 번째 가정을 세웁니다.
3월 25일 14:00 점심식사 겸 정찰을 위해 식당으로 가봤습니다. 이때 일하고 있는 직원이 7~8명 정도 되었는데, 그 중 한 명이 한쪽 귀에 에어팟을 착용하고 서빙을 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폰 설정 앱의 블루투스 메뉴에서 페어링을 시도해 보니 연결이 되고, 나의 찾기 앱에서도 '찾기' 기능으로 신호가 잡히는걸 확인합니다.

3월 25일 15:00 식사를 마치고 나니 해당 직원은 이미 퇴근한 이후였습니다. 식당에는 두 개의 출입구가 있었는데, 식사하는 동안 나가는걸 보지 못했으니 반대쪽 출입구로 출퇴근을 할거라는 다섯번째 가정을 세웁니다.
3월 26일 09:30 혹시나 우연이 겹쳐 애먼 사람을 잡을 수도 있으니, 지금까지 세운 가정을 다시 검증해 보기로 합니다. 출근 시간 전에 주로 사용할 것 같은 출입구 부근에서 기다렸다가 해당 직원이 나타났을 때 에어팟 신호가 잡힌다면, 그 사람이 소지하고 있다고 간주하기로 했습니다.
3월 26일 09:50 해당 직원이 출근하는 모습이 보였고, 에어팟 신호가 잡힌 것을 확인했습니다.
3월 27일 12:30 점심식사 겸 회수를 위해 다시 식당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되찾았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그 직원이 가지고 있었고, 경찰에게 도움을 구할지 실제로 사용할때까지 기다릴지 고민을 많이 하다가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니 주머니에서 꺼내줍니다..? 🤨 분실물을 왜 마음대로 가지고 다니며 썼는지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본인도 당황한 모양인지 별 시덥잖은 대답만 하길래 되찾았으니 됐다.. 하는 마음으로 식당을 나왔습니다.
되찾은 에어팟은 배터리 수명이 조금 짧아진 것 외에는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아서, 프로3가 나올때까지 잘 쓸 수 있을 것 같네요. 저와 마찬가지로 에어팟 잃어버리신 다른 분들도 무사히 되찾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나의 찾기 한국 서비스를 위해 노력해 주신 나의.찾기 님께 무한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
/Vollago
다른분들은 꼭 경찰 대동하시길..
발견된 위치 없음이라 뜹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