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페라리는 저번 주와 아주 달랐죠. 약간 배경 설명을 하자면, 당시 2000년 시즌 6차전이였던 유러피안 GP에서 페라리는 희대의 명작 로리 번의 F1-2000 차량을 가지고 최강 맥라렌이라 불리던 에이드리안 뉴이의 MP4-15을 압도하고 있었죠. 물론 4차전하고 특히 5차전에서 불운으로 시즌 오프닝 연속 우승이 3번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뉘버그링에 온 페라리는 다시 강력함을 들어내고 빗방울이 슬슬 내리기 시작하면서 맥라렌의 미카 하키넨을 페라리의 마이클 슈마커가 굉장히 압박을 하면서, 결국 경기 시작 10바퀴가 지난 후 비돌 시케인에서 하키넨을 영상 끝자락에서 처럼 제치고 선두로 치고 나가게 됩니다. 위 영상으로 그 당시 배틀을 직접 감상하셔도 좋을 듯 싶습니다.
특히 이 장면이 짜릿했던 것은 98년에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던 명작: MP4-13이 같은 비돌 시케인에서 에디 어바인이 몰던 F300 차량을 같은 코스로 똑같이 제치고 치욕을 안겨주었던 장면을 그대로 돌려주면서 많은 팬들에 페라리의 강력함을 보여주었죠.
당시 페라리도 이렇게 강력해지기에 80년대-90년대 삽질들, 특히 96년 슈마커 이적 후에도 5시즌이 지나고 나서야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모습을 갖추었죠. 현재 페라리는 17-18년이후 메르세데스와 경쟁할 동력원이 소진된 것 마냥 이번 시즌을 나약하게 지나가고 있는데, 그나마 르끌레어가 업데이트된 차량으로 이번 뉘버그링을 참전하면서 그나마 고무적이였지만 20년전에 비하면 참 초라해 보이기 까지 하네요.
여담: 포디움 꼭대기에 올라갈 때마다 이탈리아 국가가 울려퍼지면, 슈마커의 전매특허 지휘자 흉내내기는 뉘버그링 이후 보기가 힘들어졌죠. 그 이유는 여론에서 슈마커의 행동이 지나친 세러모니로, 국가 연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하여 그 이후 자제하게 되었고, 후에는 안하게 되었다는 옛날 이야기~
저도 f1 관심가지게 된게 슈마허가 타던 빨간 페라리에서 부터라 페라리가 다시 좀 잘해 줬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이때 페라리랑 최근 페라리는 아예 다른팀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때는 루카 데 몬테제몰로 아래 프랑스인 (쟝 토트), 총괄 엔지니어 (로스 브라운) 와 디자이너 (로리 번)는 영국인 이렇게 세계 최고들을 모아서 구성한 느낌이었는데, 현재 페라리는 그냥 올 이태리 팀에 전반적인 일처리가 엉망인 느낌이에요.
단편적인 예로 차량 이름을 지을때
페라리가 잘나갈때는 F1-2000, F2001, F2002, F2003, F2004, F2005 이렇게 이름을 지었었는데
최근엔 F138, F14, SF-15, SF-16, SF-70, SF-71, SF-90, SF-1000 이렇게 규칙없이 그냥 막무가내인 느낌이에요.
(중간에 F150 Italia, F60 이런 뜬금없는 이름도 있었죠)
타 팀과 비교한다면
벤츠는 W01, W02, ... , W10, W11 이고
레드불은 RB1, RB2, ... , RB15, RB16 이며
르노는 R.S.16, R.S.17, ... R.S.20 이죠.
멕라렌만 중간에 MP4 넘버링에서 MCL 넘버링으로 갔는데, 그건 론 데니스를 팀에서 쫒아내면서 론 데이스의 "Project 4" 를 상징하는 "P4" 를 없앴다는 뜻이 있고, "MP4" 네이밍 이전의 MCL 시스템으로 회귀한거라 페라리랑은 다른상황이죠.
그러고 보니 91년부터 페라리가 개판이 되었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태리 놈들의 알력 정치 싸움에 디자인팀이 영국의 존 버나드팀과 이태리쪽의 구스타프 부르너로 둘로 쪼개져서 돈은 ㅈㄴ 퍼붓고 두 천재 디자이너들을 영입하고도 처말아서 막걸리로 만들어 버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생각하면 그나마 지금 페라리가 햄볶한 듯 하네오 ㅜ.ㅜ
진짜 99년이 거의 드림팀 완전체를 이루고 슈마커의 꿈을 이룰 뻔 했지만, 실버스톤에서 파사삭... 결국 00년 페라리가 97년 존 버나드때부터 이어왔던 F310B의 설계 개념 최종형을 완성하였죠. 게다가 00년은 진짜 그 당시 엔진 티포049에 도박을 걸었죠. 당시 V10 설계 각도가 72도 보편적이였고 티포048까지가 80도였을 것 입니다. 하지만 진짜 모든 것을 00년에 걸었던 페라리는 아예 10도 더 넓여서 90도 각도 엔진을 만들어내어 무게 중심을 낮추며 그 전까지 안정성에 중심을 두던 설계를 넘어서 극단적 성능에 중점을 두는 도박을 걸었죠. (물론 페라리의 극단적인 플랫 V12 엔진이 아니거나 다음해의 르노 RS21엔진처럼 111도 각도가 나오기 전까지 이긴 말이죠.)
그로 인해 F1-2000 사이드 포드가 그 전년도 F399차량의 L포트 보다 현격히 컴팩트하게 설계할 수 있게되어서 저런 아름다운 형상이 나올 수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