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에 TV에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올리버 트위스트'라는 만화영화 (소설 원작은 찰스 디킨스)를 자주 방송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만화속에서 올리버가 한겨울 매서운 추위에 앙상한 숲들과 호수등에서 방황을 하고 있을때 이 음악이 흘러 나왔던 것 같습니다.
피아노도 바이올린 못지않게 아주 잘친다는 Julia Fischer의 사계중 겨울의 연주입니다. (클래식음악계의 오타니인가요?)
어쨌든 어렸을때 비발디(1678-1741)의 사계(Four Seasons)중 겨울에 깊은 감명을 받아 비발디의 다른 곡들을 듣고 싶었지만 제 주위엔 클래식음악을 아는 사람도 없고 음악교과서에도 사계말고는 아무런 소개가 없어서 이상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비발디의 이 사계(Four Seasons)가 Il cimento dell'armonia e
dell'inventione라는 작품의 처음 4악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훨씬 나중의 일이고, 또한 비발디가 엄청나게 많은 양(400개 가량)의 이와 같은 협주곡을 작곡했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이후에도 광고나 다른데에서도 비발디의 음악을 들었던 것 같은데 비발디의 음악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 것은 다음의 작품때문입니다.
비발디의 Gloria
비발디는 사계와 같은 기악곡뿐만 아니라 위의 종교 음악및 오페라도 많이 작곡했습니다.
소프라노 Emma Kirkby가 부른 Nulla in Mundo Pax Sincera(RV 630)
위의 두 곡은 영화 샤인(Shine)을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만큼이나 인상깊게 느끼셨을 겁니다.
비발디의 다작과 작품의 비슷한 스타일 (성악곡을 생각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은 후대의 작곡가에게 많은 비판을 받게 되었고 특히 스트라빈스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비발디는 400개의 Concerto를 작곡한게 아니라 1개의 Concerto를 400번 작곡했다"
하지만 지금 구글에서 Vivaldi를 검색하면 2900만개의 검색결과가 나오고 Stravinsky로 검색하면 830만개의 결과가 나옵니다. 또한 아마존에서 CD로 Vivaldi를 검색하면 1만개가 나오지만 Stravinsky는 4000개가 나옵니다. 21세기의 대중은 비발디를 더 즐겨 듣는다고 봐야죠. 비록 스트라빈스키가 비발디를 폄하했지만 바흐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습니다. 바흐는 (10년정도) 선배 음악가인 비발디를 (비록 만난적은 없지만) 매우매우 존경했고 비발디의 많은 출간악보를 구하려 노력했으며 바흐의 자필로 비발디의 작품을 필사하고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그중 제일 유명한 것 중 하나가 비발디의 두 바이올린협주곡(RV565)를 Solo Organ Concerto(BWV 596)로 편곡한 것입니다.
바흐의 편곡 BWV596 (제가 좋아하는 Cortot의 피아노 연주)
BWV 596 (Koopman의 Organ 연주)
비발디의 원곡 RV565
마지막으로 비발디의 성악곡의 아름다움을 한번 더 느껴 보시죠.
Counter Tenor Philippe Jaroussky가 부르는 비발디의 아리아 Sovente il s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