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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길고양이들과 하나 둘 연이 생겨 집 안 식구가 늘어났었는데, 그런 17년차 집사 인생중에서도 가장 잊을 수 없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냥줍썰이 하나 있어 풀어봅니다(아무도 관심 없.............
사실 보통 집 안 식구가 늘어나는 루트를 보면, 1. 집 밖에 어느날부터 어미없이 혼자 돌아다니는 아깽이 구조, 2. 보호소에서 입양, 3. 임보하다 어쩌다보니 눌러앉음 등등 이렇게 봤었고, 이 외에 다른 루트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각설하고, 그 날 역시 언제나 그렇듯 어김없이 아침에 비몽사몽으로 일어나 자동적으로 출근 준비를 하고,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그렇게 회사가 있는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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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정말 아주 매우 많이 당황했습니다;
여기가 5층인데다가 1층이 편의점이고 2~3층에 사람이 왔다갔다하는 곳이라ㄷㄷ 여기서 고양이를 떡하니 마주칠 줄은 몰랐거든요;;;
아침에 비몽사몽 하던 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남은 건 당황과 황당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잡고 한 5분간 서있다가 걍 회사로 들어갔습니다. 그때까진 그냥 알아서 가겠거니 했습니다.
그러다가 같이 일하던 분이 올라오시면서 뭐지! 하며 접근하다가 고양이가 위로 올라갔다고 했습니다. 위엔 6층인데, 6층은 사람이 없고 문으로 막혀있기 때문에 세 번째 사진처럼 고양이가 거기 멈춰서 안움직이더래요;
여기까지만 해도 저는 오후되면 가겠거니 했습니다.
근데 제가 보통 이렇게 생각하면 반대로 이루어진다는 걸 간과했습니다=_=
퇴근할 때가 됐을때, 혹시나 해서 밖으로 나가보니 여전히 그 자리에 멀뚱멀뚱 앉아서 쳐다보고 있는 걸 보고 가만히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그때쯤 되니, 얜 혹시 어디서 집을 나와 길을 잃고 헤매다 여기까지 올라온 거 아니냐는 생각이 뇌를 점령하기 시작했거든요.
가만 보니 발은 깨끗한 편인 것 같고, 털도 깔끔하니 길고양이처럼 보이지 않았고, 접근을 허용하는 거리도 생각보다 멀지가 않았고, 통실통실하니 뭔가 잘 먹은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고ㅠ 뭐 여튼 이랬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얜 집 뛰쳐나와서 길잃은 집고양이다!! 라고 이미 결론을 내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급히 근처 동물병원에서 케이지를 구입해와 혼자 잡아보겠다고 하다가, 어쩌다보니 고양이가 사무실 안으로 홀랑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사무실엔 좁은 틈도 많고 개구멍도 있고 여튼 사람은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이 많죠ㅠㅠㅠㅠ 퇴근 시간을 1시간 넘긴 후에 결국 119를 부르기로 결정하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119 분들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
대원분들이 2명 오셔서 그 목을 잡는 도구로 열심히 애를 쓰셨는데, 하필이면 그 도구가 고장나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때, 날뛰는 고양이는 한 마리 맹수만큼 만만치 않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ㅠㅠㅠㅠㅠ도구가 고장났으니 맨손으로 잡아야 하는데, 그때 같이 가져왔던 두께가 어마어마한 장갑도 발톱이 다 뚫어버리더라구요ㅠㅠㅠㅠ 결국은 잡는 과정에서 빗자루로 내리치고 막대로 내리치고 그렇게 하다가 간신히 붙잡게 되었습니다.
도구가 고장나서 어쩔 수 없긴 했지만, 동물농장 등에서 보던 포획 과정보다 몇배는 더 과격했고 폭력적이긴 했습니다. 그리고 119대원분들도 많이 애쓰시고, 스트레스 엄청 받으셨구요ㅠ
음...... 제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솔직히 어떤 결정을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집고양이일 것이라고 100퍼센트 확신을 하던 터라 밖에서 더 고생하다가 불상사를 겪기 전에 잡아야겠다고만 생각을 했었습니다.(빌딩 밖으로 나가면 차의 왕래가 아주 잦았거든요) 근데 포획 과정에서 생각보다 고양이에게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주게 되었고, 거의 트라우마까지 남기게 해서 너무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냥 밖으로 나가게 내버려 두었어야 했던 건 아니었을까, 이렇게까지 고양이를 괴롭혀야 했나, 그런 생각들만 들었구요, 지금도 그게 죄책감으로 가슴 깊이 남더라구요.
어쨌든 119 대원분께서 고양이를 데려갈 건지, 아니면 보호소로 가져갈 건지 물어보셨습니다. 보통 보호소 데려가면 몇일 후에 안락사 시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데려간다 했습니다. 그러면서 카페같은 곳에 혹시 고양이 잃어버리신 분 없냐고 글 올렸구요.
그 후에 여차저차 병원 한번 빠꾸 맞고, 병원 찾고 하다가 겨우 들어간 곳에서 이 고양이가 아직 중성화가 안됐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슬슬 근거없이 맹목적이던 저의 믿음이 점점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집냥이가 아니라 길냥이일수도 있겠다구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일단 중성화 수술 시키겠다고 하고, 검사 맞고, 다친 부분이 있다길래 소독해주고, 그렇게 병원에서 한 일주일정도 두다가, 퇴원후에는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역시 카페 등지에선 아무 소식이 없더라구요ㅠㅠㅠ제가 진짜 그때 많이 어설펐고 많은 분께 누를 끼쳤다는 생각밖에 없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이미 구한 고양이, 밖으로 다시 돌려보낼 생각은 죽어도 못하겠어서 철창 하나 사서 집에 설치해두고 일단 격리를 시켰습니다ㅠ 처음에 합방 시도하면 원래 있던 냥주인님들이 심기가 많이 불편하시니까요ㅠㅠ
그렇게 10일동안, 거의 무슨 1년은 쑥 늙은 듯한 해프닝 끝에 지금은 개냥이가 다되어서 잘 놀고 먹고 자고 있습니다. 다만, 처음에 포획과정에서 겪은 게 있다보니 첫 1년동안은 사람이 팔만 들어도 발발 떨며 도망가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까 말한 죄책감이 계속 남아서 원래 계시던 냥주인님들보다 더 챙기게 되고 그랬네요ㅠㅠㅠㅠ진짜 괜한 일을 겪게 했나 싶고, 사실 아직까지도 정답을 모르겠습니다. 뭐 이런 걸 가지고 그렇게 난리법석을 떠느냐, 한다면 할 말이 없긴 합니다ㅠㅠㅠ 제가 원래 밖에서 길냥이를 만나면 너무 불쌍해서 5분동안은 그 자리에서 못 움직이고 계속 쳐다보게 되거든요ㅠ 그냥ㅠㅠㅠ너무 마음이 약해서인지 뭔지, 이게 일을 커지게 만든 것 같기도 합니다ㅠㅠㅠㅠㅠ
여튼, 쓰다보니 엄청 길어졌네요ㅋㅋㅋㅋㅋㅋ 제가 지금까지 냥줍했던 것중에선 가장 레전드였던 냥줍이었습니다ㅠ 회사에서 고양이를 이렇게 주워올 줄은 몰랐거든요ㅠ 그나저나, 주워올땐 그래도 다 큰 고양이겠거니 했는데;;; 방금 사진보고 알았네요; 주워온 게 2년 전인데, 지금 더 커졌습니다-_-ㄷㄷㄷㄷㄷ
긴 글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_ _) 사실 내일 방송대 중간고사 있는데, 뒤에 퍼져있는 놈 보고 있으려니 급 옛 생각이 나는 바람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 또 날씨가 풀려서 냥이들이 슬슬 활동을 하기 시작하던데, 부디 무탈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ㅠㅠㅠ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냥이들이 모두 행복해 보입니다.
냥이들 보기만해도 이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래서 길냥이들을 보면 더 가슴이 아픕니다.
잘 못먹고 아프기 시작하면 그루밍을 안하기때문에 (냥이는 아프면 그루밍을 안합니다.)
지저분해 지고, 보통 회복하지 못해서 고양이 별로 돌아갑니다.
사실 길냥이의 모습관련해서 제가 아직 많이 미숙했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 보던 길냥이들이 항상 꼬질꼬질한 털로 돌아다니는 걸 봐서 으레 다 그렇겠거니 했습니다ㅠ 원래 잘 살고 있던 아이를 낼름 납치해왔나, 하는 생각도 가끔 하고 있네요ㅠㅠㅠㅠㅠㅠ
길냥이가 아무리 잘 살아도, 집에서 따뜻한 보살핌,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배까고 세상 편한 자세로 집사를 쳐다보는 태도를 보면
정말 "니가 데려와서 너무 행복하다옹" 이라 말하는 것 같습니다.
기르면 기를 수록,
냥이는 암만 봐도 태생적으로 사람과 실내에서 살도록 창조(...표현이 좀 그렇지만) 되었다고 느낍니다.
먹이가 항상 놓여지는 곳은 나름 냥이들에게도 좋은 자리라서
항상 다툼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힘 쎈놈이 먼저 먹고, (왕초 고양이)
그 힘쎈놈이 돌보는 암컷들이 먹고,
그 다음 서열들이 먹고 이런 식인데,
힘있는 고양이가 이 자리를 뺏으려 자주는 아니지만
싸우러 오곤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한 자리에 고정적으로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하는데,
먹이 주는 것을 싫어하는 이도 많아서 이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더구나,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고 냥이밥에 쥐약을 타서
동네 냥이들을 몰살 시키기도 합니다.
(실제로 우리 동내에서 그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