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R8을 인수한 지 거의 2년이 되어 가네요. 아직도 시동을 걸 때마다 설레는 차인 것 같습니다. ^^
저는 학창 시절에 영국 BBC Top Gear를 정말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봤었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재미있게 소개됐던 자동차들에 항상 집착했던 것 같습니다. 997.2 / 991.2 GT3, E46 M3 CSL, Aston Martin V12 Vantage 6.0 Manual, 그리고 R8 V10 Manual 사이에서 정말 1년 넘게 고민하다가 결국 2024년 말에 멜번에서 개인 매물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Seller가 꽤 젊은 sportswear 사업가였는데, 이미 차고에 람보르기니 우라칸이 한 대 있더군요 ㅎㅎ
호주에는 제가 알기로 V10 수동 모델이 30대 정도밖에 없고, 2~3년에 한 대 나올까 말까 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튜닝
제가 인수했을 당시에는 Sepang Blue에 검정색 휠 조합이었습니다. Sepang Blue가 런치 컬러 중 하나이긴 했지만, 도로에서 민망할 정도로 시선을 많이 받는 것 같아서 결국 BMW Individual 컬러인 Black Blue 색상으로 PPF를 시공했습니다.
지인들한테는 너무 밋밋한 색으로 바꿨다고 욕도 꽤 먹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관심도 훨씬 덜 받고 정말 만족하며 타고 있습니다. 휠도 다시 순정 실버 컬러에 CNC 가공으로 복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배기는 Top Gear Valvetronic F1 시스템으로 교체했습니다. 순정 배기는 이상하게 5천 RPM 이상 올라가면 오히려 더 조용해지는 느낌이 있어서, V10 오너들은 거의 필수로 교체하는 것 같더군요. 차를 돌려받고 1단에서 한 번 밟자마자 우라칸 소리가 울려 퍼져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공용주차장에서 밸브 열린 상태로 콜드 스타트하면 옆 차들 경보기가 울리더군요 ㅋㅋ

짧은 시승기
스티어링이 정말 무겁습니다. BMW 1M 쿠페, E90 M3, 포르쉐 911 / 카이만, 일본 스포츠카들도 꽤 타봤지만 1세대 R8만큼 스티어링이 무거운 차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스티어링 피드백이 포르쉐나 예전 M3만큼 청량한 느낌은 아닙니다. 적당히 노면 정보는 올라오고, 스티어링 비율도 무난한 편입니다. 다만 주차할 때는 은근 스트레스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사실 이 차는 5.2리터 V10 엔진과 gated manual 때문에 사는 거겠죠?

엔진 리스폰스가 워낙 좋아서 출발할 때나 다운시프트에 적응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포르쉐 GT 엔진이 아닌 이상 웬만한 스포츠카 엔진보다 RPM 변동 속도가 두 배는 빠른 것 같습니다. 힐앤토나 다운시프트가 제대로 들어갔을 때의 그 경쾌함과 성취감은 정말 말로 설명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ㅎㅎ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인데도 저RPM 토크가 좋고, 또 어떻게 9,000RPM까지 올라가는지 볼 때마다 감탄만 나옵니다.
핸들링은 제가 리밋까지 몰아붙일 실력은 아니지만, 예전에 탔던 BMW M이나 포르쉐처럼 마치 잘 맞는 장갑을 낀 듯한 느낌은 아닙니다.
가끔 해외 자동차 기자들이 "car park test"라는 표현을 쓰죠. 처음 타보는 차인데도 주차장에서 몇백 미터만 몰아보면 운전자와 차가 바로 하나가 되는 느낌을 주는 차들이 있다고 하는데, R8은 딱히 그런 자동차는 아닙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스포츠카와 GT 사이 어딘가에 있는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가끔은 GT3나 GT4를 살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요새 고회전 대배기량 엔진을 6단 수동 변속기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차가 과연 몇대가 남아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까지는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드림카 한 대만 사면 더 이상 소원이 없을 줄 알았는데, 요즘은 또 B7 RS4나 E92 M3 같은 V8 차들에 눈이 가네요 ㅋㅋ 차쟁이는 역시 끝이 없는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륜이여도 거의 트랙션 잃지않는모습이 인상적이더라구요.. NA라 엄청빠른데 수동이면 민첩성을 따라갈수없어서 그냥 자동을 타보았는데 ㅋㅋ 정말 정신없었습니다.
지금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팝핀현준이랑 배칠수씨가 R8 수동을 소유했었더라구요 (같은차를 팔고 산 걸까요?)
대전에도 R8 수동 타시는 분 있었는데....
게이트식 변속기는 로망이죠...
예를 들어 힐스타트할 때 웬만한 차처럼 액셀을 조절하면 RPM이 순식간에 3~4천까지 올라가서, 엔진룸에서 연기 나는 경우도 꽤 흔하답니다...